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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오프 다 잡았네" 한샘에 담긴 디지털 체험 시대

  • 2022.01.07(금) 06:45

마포 디자인파크에 VR 등 디지털 역량 총집합
핵심은 '체험의 질'…"크다고 다가 아니다"
온라인 대비 확실한 경쟁력 있는 요소 강화해야

한샘디자인파크 마포점 전경. /사진=이현석 기자 tryon@

가구 시장 1위 한샘이 색다른 '체험' 카드를 꺼내들었다. 단순히 규모만 큰 매장이 아닌, 온오프라인을 넘나들며 체험의 질을 최대한 끌어올렸다. 아울러 삼성전자와 협력하며 혼수 시장 등에서도 시너지를 내겠다는 구상이다. 고속 성장 중인 이커머스의 매력을 끌어안고 홈 인테리어 매장을 운영하는 오프라인 강자 전략을 더해 온라인과 오프라인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으려는 것으로 보인다. 

'매장'이 아니다. '공간'이다

지난 6일 오전 한샘디자인파크 마포점(마포점)을 찾았다. 매장 1층에 들어서자 널찍하게 배치된 침구류가 아늑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언뜻 보기에는 일반적인 가구 매장과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이었다. 하지만 이는 착각이었다. 모든 상품 소개 판넬에 QR코드가 찍혀 있었다. 스마트폰으로 QR코드를 촬영하자 '한샘몰'로 연결됐다. 이 곳에서 제품을 직접 구매한 고객들의 생생한 후기를 읽을 수 있었다.

QR코드는 시작에 불과했다. 키오스크에 떠 있는 공간 예시 사진을 클릭하자 다양한 가구들이 담긴 팝업창이 떴다. 창을 가볍게 터치하니 사진 내의 가구가 순식간에 바뀌었다. 제한된 제품만을 만나볼 수 있는 오프라인 매장의 한계를 넘어선 것이다. '하이라이트'는 매장 3층의 키친&바스 코너였다. 이 곳에선 전국의 주요 한샘 매장을 담은 사진·영상을 직접 확인할 수 있다. 또 '키친컬러링존'에는 여러 종류의 타일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스크린이 담겨 있었다.

한샘 마포점은 '오프라인'이지만 '온라인몰' 같았다. /사진=이현석 기자 tryon@

마포점이 제공하는 체험은 '시각'만이 아니었다. 도어 제품을 진열한 공간에서는 여러 종류의 도어를 서랍처럼 빼 만져볼 수 있었다. 또 제품을 꺼내면 스크린에 견적과 예시 사진이 출력됐다. 두 개의 서랍을 꺼내보니 비교견적 창까지 떴다. '매트리스존'은 박물관과 비슷했다. 직접 누워볼 수 있는 것은 물론, 원자재까지 만져볼 수 있었다. 원자재 밑에 설치된 버튼을 누르자 자세한 설명이 들려왔다. 큐레이터가 직접 옆에서 들려주는 듯해 인상적이었다.

가구가 집에 맞을까 고민할 필요도 없었다. 전국 5만여 개 아파트의 3D도면을 담은 '홈플래너2.0' 서비스가 가능해서다. 기자가 살고 있는 아파트의 이름을 검색하자 순식간에 도면이 출력됐다. 침대·소파는 물론 가전제품까지 실감나게 만들어진 그래픽으로 배치해 볼 수 있었다. 심지어 화분 등 소품을 배치하는 것도 가능했다. 나아가 도면을 사진으로 변환하는 기능을 제공해 실제 공간이 어떤 느낌으로 구성될지도 이해할 수 있었다.

마포점에 담긴 한샘의 전략은

마포점은 오프라인 속 온라인몰과 같았다. 매장의 면적은 타 한샘디자인파크 대비 넓지 않았고 전시된 제품 라인업도 크게 차이는 없었다. 하지만 매장을 둘러보면서 한샘 제품 대부분을 실감나는 사진·영상으로 살펴볼 수 있었다. 이는 마포점이 온라인몰을 VR로 구현한 공간처럼 느껴지게 했다. 한샘의 설명도 비슷했다. 한샘은 마포점을 온라인과의 경쟁을 염두에 두고 설계했다고 밝혔다. 체험의 질을 끌어올린 점이 승부수라는 설명이다.

이런 매장 구조에는 가구 시장의 특성을 고려한 전략이 담겨 있다. 중저가 가구 시장은 이미 이커머스가 주도하고 있다. 특히 2030세대 1~2인 가구에게 영향력이 높다. 가구·인테리어 플랫폼 오늘의집이 대표적 사례다. 오늘의집은 월간활성화사용자수(MAU) 600만명 선으로 전문몰 1위를 달리고 있다. 상반기에는 누적 거래액 2조원을 돌파했다. 합리적 가격의 가구를 소개하고, 시뮬레이터 등을 통해 인테리어에 대한 심리적 장벽을 낮춘 전략의 결과다.

'오늘의집'은 중저가 시장을 중심으로 빠르게 성장하며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반면 중고가 제품은 아직 직접 체험해본 후 구매하려는 수요가 더 높다. 가격이 높고, 혼수 등으로 장만해 오랫동안 사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프라인 매장의 공간이 제한돼 모든 제품을 체험하기는 어렵다는 한계가 있었다. 한샘은 마포점을 통해 이를 해결하고자 했다. 진열 제품으로 촉감·질감을 체험토록 하고, VR·3D 기술로 디자인·색상을 다양하게 제공함을 통해서다. 이를 통해 온라인 플랫폼이 제공하지 못하는 체험의 차별화를 시도했다.

삼성디지털플라자를 같은 공간에 입점시킨 것도 같은 맥락이다. 가구와 가전제품은 인테리어의 '필수요소'다. 하지만 지금까지 대부분 가구·가전 합동 매장은 공간이 분리된 '숍인숍' 형태로 구성돼 온 점이 한계였다. 이에 한샘은 마포점 기획 시기부터 삼성전자와 협업했다. 내부 전시 레이아웃부터 함께 짜고, 쇼룸 곳곳에 삼성전자 제품을 자연스럽게 배치했다. 이를 통해 고객이 느낄 수 있는 이질감을 최소화하고, '가구·가전 융복합 매장'을 구현했다.

가구업계, '옴니채널' 경쟁 격화될까

마포점과 유사한 형태의 매장은 향후 가구업계의 핵심 경쟁력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가구 시장의 성장을 장담할 수 없는 가운데, 효율성이 높은 매장 모델이기 때문이다. 물론 가구 시장은 최근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020년 가구 소매 판매액은 10조1865억원에 달했다. 전년 대비 23.8% 성장하며 사상 최초로 10조원을 넘었다. 지난해도 10조원을 넘어섰을 것으로 전망되지만, 2020년 대비 성장률은 낮아질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반면 시장 경쟁 강도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시장이 성장하며 다양한 신규 브랜드·플랫폼이 등장했다. 이커머스 플랫폼은 압도적 배송 역량을 앞세워 시장을 잠식했다. 고객 니즈까지 갈수록 다변화되고 있다. 지난해 가구시장에는 맞춤 제작 방식의 '비스포크' 트렌드가 확산됐다. 빠른 의사결정 시스템을 갖추고, 다품종 소량 생산이 가능한 중소 업체들이 이 수요를 받아내며 성장했다. 자연스럽게 기성 가구업체의 시장 지배력도 점차 약해지고 있다.

마포점은 규모 대비 '내실'이 높았다. /사진=이현석 기자 tryon@

이 경우 기성 가구업체가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선택 중 하나가 차별화된 매장 구축이다. 온라인 역량을 전문 이커머스 플랫폼 수준으로 끌어올리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다. 초대형 매장 위주로 경쟁하기에는 임대료 등 비용 부담과 성공 가능성을 장담할 수 없다. 따라서 어느 정도 고객을 끌어들이면서도, 온라인에 버금가는 쇼핑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특수 매장이 필요하다. 마포점과 같은 점포가 '차세대 모델'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단순 상품 판매로는 전문 이커머스 플랫폼과의 경쟁에서 이길 수 없다. 기존 업계 강자들이 영향력을 유지하려면, 이커머스가 줄 수 없는 체험 요소를 강화하면서도 이커머스급 쇼핑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며 "마포점과 같은 형태의 매장이 이런 과제의 '해법'이 될 수 있다. 인테리어나 프리미엄 가구 수입 등 신사업과도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부분이 많아 효과는 더욱 높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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