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C그룹이 운영하는 파리바게뜨의 노노갈등이 거세지고 있습니다. 파리바게뜨의 제빵 기사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한국노총 측과 이에 반대하는 민주노총 측의 갈등이 심화하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현재 파리바게뜨 제빵 기사들 대부분은 한국노총에 소속돼있습니다. 이에 한국노총은 파리바게뜨 제빵 기사들의 대표 노조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민주노총 소속 화섬노조는 자신들이 대표노조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사실 파리바게뜨의 제빵 기사들은 원래 민주노총 소속 화섬노조에 가입돼 있었습니다. 지난 2017년 설립 초기에는 노조원이 700명까지 증가했습니다. 하지만 이후 민주노총의 활동에 반감을 가진 제빵 기사 1000여 명이 한국노총 소속의 노동조합을 별도로 설립했습니다. 그러자 민주노총의 세가 확 줄었습니다. 이에 따라 화섬노조는 개별 교섭권, 노조 전임자 등을 요구하면서 다시 세를 불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미 대부분의 제빵 기사들은 화섬노조에 등을 돌린 터라 세력 확장이 쉽지 않았습니다. 이에 화섬노조는 SPC그룹에 대한 '어깃장' 놓기에 돌입합니다. 파리바게뜨 불매운동은 물론 지난 2018년 파리바게뜨 제빵 기사들의 처우 개선을 위해 SPC그룹과 양대 노조, 가맹점, 시민단체, 정당 등 8자가 참여했던 '사회적 합의'에 대해서도 이행이 되지 않았다면서 잇따라 시위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파리바게뜨 제빵 기사들의 화섬노조에 대한 시선은 여전히 냉랭합니다. 화섬노조는 제빵 기사들의 이익을 대변하겠다고 했지만 정작 제빵 기사들의 이익보다는 상급단체인 민주노총의 정치적 행보와 이익을 대변하기에만 몰두하고 있어서입니다. 화섬노조의 잇단 파리바게뜨 때리기에도 대내외적으로 큰 동요가 없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실제로 화섬노조의 파리바게뜨 불매운동의 경우 파리바게뜨 제빵 기사들뿐만 아니라 파리바게뜨 가맹점주들까지 나서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전진욱 PB파트너즈 노조 위원장은 “3400여 명의 가맹점주도 소상공인으로 이들에게 파리바게뜨 가맹점포는 생존의 현장"이라면서 "민주노총은 이런 사정도 모르고 마녀사냥을 일삼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화섬노조가 가장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사회적 합의 불이행 주장도 마찬가지입니다. 최근 민주노총 측과 연계된 시민대책위원회가 검증위원회를 만들어 사회적합의가 이행되지 않았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외형적으로는 검증위원회라는 객관적인 기구를 만들어 검증한 것처럼 만들었지만 기구의 성격 자체가 민주노총과 연계된 곳인 만큼 검증 결과가 편향적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사회적 합의에 대해 SPC그룹과 한국노총, 가맹점주 등 다른 합의 당사자들은 합의 내용이 잘 이행됐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화섬노조 측은 이행이 완료된 사안에 대해서도 '부분 이행'으로 평가하는가 하면 합의 문구에 없는 내용을 문제 삼아 '불이행'으로 결론 내리기도 했습니다. 업계에서는 민주노총이 어떻게 해서든 SPC그룹을 몰아붙여 자신들의 존재 이유를 드러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더 큰 문제는 화섬노조 측이 자신들만의 힘으로는 판을 뒤집기가 부족하다고 판단되자 외부 단체들을 대거 끌어들이고 있다는 점입니다. 불매운동에는 전국 57개 청년 단체 연합과 서울지역 217개 시민단체들, 한국여성민우회, 민주노총 인천본부, 청년유니온, 청년행동 등 외부 단체들을 잇따라 동참시켰습니다. 하지만 효과는 없었습니다. 소비자들은 물론 제빵 기사들과 가맹점주들이 그들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상황이 계속 악화되자 민주노총은 최근 정치권까지 끌어들였습니다. 민주노총 화섬노조는 최근 사회적합의에 참여했던 더불어민주당을 찾아가 책임을 촉구하는 농성에 돌입했습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을지로 위원회는 지난 26일 정의당과 함께 파리바게뜨 본사 대표이사와 민주노총 화섬노조위원장을 불러 모아 간담회를 개최했습니다. 민주노총 측의 압박에 정치권이 다시 중재에 나서는 모양새인 겁니다.
업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습니다. 정당이나 시민단체는 사회적 합의를 돕는 '조력자'역할을 해야 합니다. 문제의 해결은 당사자들의 몫입니다. 정치권이나 시민단체 등 외부 단체들은 합의 이행의 당사자나 평가자가 될 수는 없습니다. 그럼에도 민주노총은 외부의 힘을 빌려서라도 자신의 목소리를 내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는 겁니다.
파리바게뜨 사회적 합의의 주체는 노사정입니다. 그 이외의 이해관계자인 정당이나 시민단체들은 합의 과정에서 중재자로서의 역할을 하는 것이 마땅합니다. 아울러 합의가 이뤄지면 중재자로서의 역할은 끝난 겁니다. 그럼에도 현재 파리바게뜨 사태에는 노를 저어야 하는 사공 이외에도 조력자를 자처하는 너무 많은 사람들이 배 전체를 흔들고 있는 형국입니다.
합의 이후의 이행과 검증도 노사 당사자들의 몫입니다. 결과의 객관성이 필요하다면 해당 분야의 전문성과 권위를 갖춘 곳이자, 노사정의 한 축인 고용노동부 등이 진행해야 하는 것이 맞습니다. 노사 모두의 입김이 작용하지 않는, 노사 모두가 검증 결과에 수긍할 수 있는 곳에 검증 작업을 일임하는 것이 적절합니다. 객관성이 결여된 곳에 검증을 맡기게 되면 또 다른 논란만 양산하게 됩니다.
현재 파리바게뜨 사회적 합의 이행 여부에 대해서는 5000여 명 중 4000명이 넘는 제빵 기사들이 이행이 잘 이뤄졌다는 데에 동의하고 있습니다. 반대의 목소리를 내는 곳은 일부 200여 명의 민주노총 화섬노조 소속 제빵 기사들뿐입니다. 심지어 법원에서도 이행 여부에 대해 합격점을 준 상태입니다. 현재 화섬노조에게 필요한 것은 정확한 팩트와 논리에 기반한 설득입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그것이 빠졌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민주노총이 유독 파리바게뜨에 집착하는 것은 국내 제빵 1위 브랜드인 만큼 상징성이 크기 때문"이라며 "소비자와 가장 밀접하게 접촉하는 사업을 하고 있어 자신들의 목소리와 주장을 빠르게 전파하고 행동화할 수 있는 창구로 여기고 있다. 하지만 정작 내부 설득조차 실패해 이미 추진 동력을 잃었다. 그러다 보니 급한 마음에 외부 단체를 끌어들이는 등 무리수를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민주노총의 계속된 파리바게뜨 때리기는 결국 자신들의 목소리와 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한 전략의 일환인 셈입니다. 자신들이 지켜야 할 제빵 기사들의 이익보다 오로지 흠집 내기에 집착하는 모습으로는 그들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없습니다. 민주노총의 주장대로 파리바게뜨에 문제가 많다면 그 문제는 파리바게뜨 노사가 마주 앉아 해결해야 합니다. 남의 힘을 빌려 나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진정한 해결법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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