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제주 용암수 키우는 오리온의 미션…'경수' 알리기

  • 2022.11.17(목) 06:50

오리온 신성장동력 '제주 용암수'
출시 초 판로 확보에 난항 겪어
미네랄 많은 '경수' 마케팅에 집중

오리온이 신성장동력으로 점찍은 '제주 용암수'가 기존 생수 시장의 높은 벽에 부딪혀 고전하고 있다. 국내 생수 브랜드 '톱 3'로 올라서겠다는 목표를 밝히며 출시했지만 코로나19, 제주도와의 충돌 등 예상치 못한 돌발상황에 성장세가 기대만 못한 상황이다. 

기존 국산 생수 브랜드들과의 차별화를 위해 내놓은 '경수(미네랄 함량이 높은 물)' 콘셉트가 눈에 띄는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도 고민이다. 소비자들이 생각만큼 연수와 경수의 차이에 민감하지 않아 '고 미네랄'을 강조한 용암수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들어는 봤니? 용암수

오리온은 지난 2019년 11월 제주 용암수를 출시하며 먹는 물 시장에 진출했다. 지하수를 이용하는 기존 생수와 달리 제주도 현무암에서 자연 여과된 용암수를 원수로 사용해 해수에서 염분을 제거하는 방식으로 제조된다. 이 때문에 제주용암수는 분류상 먹는 샘물이 아닌 혼합음료로 분류된다.

오리온이 용암수에 건 기대는 컸다. 2019년 제품 론칭 당시 기자간담회에는 허인철 부회장이 직접 제품을 소개하며 차세대 성장 동력이 될 것이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국내 생수 시장은 약 1조원 규모로 추정된다. 오리온이 타깃으로 삼은 중국 시장은 30조원 규모의 거대 시장이다. 오리온은 제주 용암수의 목표를 국내 시장 톱 3로 잡았다. 국내 생수 3위 브랜드인 백산수의 매출을 고려하면 연매출 1000억원을 목표로 한 셈이다. 

지난 2019년 제주 용암수 출시 기자간담회에서 용암수를 소개하고 있는 허인철 부회장./사진제공=오리온

하지만 제주 용암수는 출시 전부터 제주도와 마찰을 빚으며 초반 확장에 어려움을 겪었다. 제주도가 용암수는 수출용으로만 판매할 수 있다며 제동을 걸었다. 제주도가 생산하는 삼다수와의 경쟁을 막기 위해서다. 2개월여 협상을 벌인 끝에 오리온은 자체 몰과 면세점에서만 용암수를 판매하기로 했다. 출시 후 9개월여가 지난 2020년 6월에서야 편의점 등 일반 채널에 진출할 수 있었다. 

주력 시장으로 꼽은 해외 시장에서도 예상치 못한 사태가 잇따라 발생했다. 론칭하자마자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며 중국 시장이 사실상 폐쇄된 것이다. 오리온은 제주 용암수를 국내보다는 중국 시장을 중심으로 판매할 예정이었다. 이에 2020년 1분기로 예정됐던 중국 수출도 6월에야 첫 배를 띄울 수 있었다. 

'경수'가 뭔데?

제주 용암수의 가장 큰 특징은 미네랄·마그네슘 함량이 높은 '경수'라는 점이다. 경수는 연수에 비해 칼슘과 칼륨, 마그네슘 등이 많이 들어있다. 오리온은 출시 초부터 제주 용암수를 다른 생수와 차별화된 '경수'로 포지셔닝해 왔다. 삼다수, 아이시스, 백산수 등 국내에 시판 중인 대부분의 생수는 연수이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오리온이 제주 용암수의 차별점으로 내세우고 있는 이 '경수' 마케팅이 국내 소비자들에게는 크게 와닿지 못하고 있다고 본다. 국내 시판 중인 생수가 대부분 연수인 데다 맛에서도 큰 차이가 없어 소비자들이 '경수'라는 카테고리를 생소해 했다는 분석이다. 오리온 역시 이 점을 고려해 패키지를 리뉴얼하며 '경도 200'과 'Ph 8.1'을 강조하고 경도 측정지까지 제공하는 등 경수를 알리기 위한 마케팅을 펼쳤지만 반향은 크지 않다. 

오리온 제주 용암수./사진제공=오리온

신규 브랜드임에도 업계 상위 브랜드들보다 높은 가격도 초기 시장 확대에 걸림돌로 작용했다. 출시 당시 제주 용암수의 가격은 530㎖ 페트가 1000원으로, 국내 생수 '빅 4'로 불리는 삼다수·아이시스·백산수·평창수보다 높았다. 다른 후발 주자들이 20~40% 저렴한 가격으로 시장을 공략한 것과 상반된다. 용암수 살릴 방법은

오리온 측은 국내 생수 시장이 성장하면서 수원과 미네랄 함량 등을 체크해 구매하는 고관여 소비자가 늘어나면 용암수의 인기도 함께 올라갈 것으로 보고 있다. 프리미엄 생수를 찾는 소비자가 늘면서 올해 9월까지 매출도 전년 대비 50% 넘게 늘었다는 설명이다. 

지난해엔 오리온의 기능성 식품 브랜드인 '닥터유' 브랜드를 달고 리브랜딩에 나섰다. 미네랄 강화 음용수라는 포지셔닝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제주 용암수가 미네랄을 강화한 음용수임을 강조했던 제품인 만큼 생수보다 '건강음료'로서 마케팅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올해 초엔 용암수에 아연을 넣은 '닥터유 면역수'도 라인업으로 추가했다.

오리온 닥터유 면역수./사진제공=오리온

해외 시장 역시 꾸준히 늘려가고 있다. 해외 생수 시장은 국내와 달리 미네랄 함량이 높은 경수가 '대세'다. 에비앙, 피지워터 등이 모두 '경수'로 분류된다. 용암수는 현재 중국·베트남·러시아·싱가포르·필리핀·미국·뉴질랜드 등 7개국에 수출을 진행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탄력을 받아야 할 출시 초기 3개월 동안 발이 묶이면서 인지도 쌓기에 어려움을 겪었다"며 "'프리미엄+기능성' 물이라는 차별화된 콘셉트가 '맑은 맛'을 강조한 기존 생수에 익숙한 국내 소비자들에겐 다소 낯설 수 있다"고 말했다.

naver daum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