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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소용'은 '가정용'보다 맛이 없다?…그 '진실'은

  • 2023.05.28(일) 10:05

[생활의 발견] 오해 받는 '업소용'
"생산 공장과 제조 공법 동일"
업소용·가정용 구분하는 까닭

[생활의 발견]은 우리의 삶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소재들을 다룹니다. 먹고 입고 거주하는 모든 것이 포함됩니다. 우리 곁에 늘 있지만 우리가 잘 몰랐던 사실들에 대해 그 뒷이야기들을 쉽고 재미있게 풀어보려 합니다. [생활의 발견]에 담긴 다양한 이야기들을 읽다 보면 여러분들은 어느새 인싸가 돼 있으실 겁니다. 재미있게 봐주세요. [편집자]

세상에는 여러 '카더라(?)'가 많습니다. 업소용 라벨이 붙은 주류·탄산음료에 대한 오해도 그중 하나죠. 식당에 가거나 배달을 시키면 업소용 제품이 나오는데요. 항간에선 이 업소용 제품에 대해 색안경을 끼고 보기도 합니다. 업소용이 일반 소매점에서 파는 가정용보다 품질이 떨어질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저도 얼마 전 나이 드신 아버지와 식당을 갔다가 이런 걱정을 하셔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습니다. 

SNS(소셜미디어)에 들어가 봐도 이를 의심하는 사람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가령 '업소 제품은 보관 기간이 길어 탄산이 적다', '업소용 주류는 뭔가 더 밋밋한 것 같다', '업소용은 가정용보다 저질인 제품' 등의 내용으로 말이죠. 이를 접한 일부 사람들은 맛에 차이까지 느껴봤다며 동조하기도 합니다. 과연 사실일까요. 

/ 사진=한전진 기자 noretreat@

음료·주류 제조사인 롯데칠성 등을 통해 직접 사실을 확인해 봤습니다. 결론적으로 이야기하면 업소용과 가정용은 품질 면에서 차이가 없습니다. 몇몇 특수한 제품을 제외하면 생산 공장도 같고 제조 공법 역시 동일합니다. 보관이 잘 이뤄졌다면 적어도 우리가 마시는 주류, 음료에서는 어떤 맛의 차이도 없다는 뜻입니다.

그럼 업소용은 왜 굳이 구분하고 있는 걸까요. 이는 일차적으로 도매가격, 유통구조 등의 차이 때문입니다. 업소용은 공급업체가 박리다매를 위해 내놓은 상품입니다. 업소가 대량 매입해주는 대신 소매점보다 싼 가격으로 제품을 납품해 줍니다. 유통 단계도 간단하죠. 만일 업소가 이 제품을 소매로 되팔면 어떻게 될까요. 아마 큰 혼란이 나타날 겁니다. 업소 제품에 바코드가 없는 것도 이런 이유입니다. 

업소용 주류는 유통 중 탈세 우려로 더 엄격히 관리됩니다. 술에는 주세뿐만 아니라 교육세나 부가가치세가 따로 붙습니다. 만약 업소가 탈세를 목적으로 소매점에서 주류를 구입해 팔면 이는 소득신고에 반영되지 않습니다. 이 때문에 술은 유통, 판매, 소비의 전 과정을 국세청이 관리하고 있죠. 업소가 주류업체로부터 업소용 술을 공급받아 팔아야 국세청은 판매량을 알고 세금을 매길 수 있습니다. 

/ 사진=한전진 기자 noretreat@

업소용과 가정용은 이런 구조적 차이를 위한 구분이었던 겁니다. 업소용에 대한 편견은 아마 심리적 요인에서 비롯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아무래도 업소용이라고 하면 대량 생산해 만든 '저렴이' 같은 느낌이 드니까요. 특히 콜라, 사이다 등 업소용 음료는 공짜로 제공되는 경우도 많으니 더 밋밋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물론 업소용, 가정용 제품 간 품질 차이가 있는 것도 있습니다. 케첩과 TV가 대표적입니다. 오뚜기 업소용 케첩은 일반 가정용보다 당분이 더 많이 들어갑니다. 대신 토마토 페이스트가 20%가량 적게 들어간다고 합니다. 업소용 TV 역시 일반 가정용에는 없는 도난방지 장치, USB 차단 기능이 추가되어 판매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업소용과 가정용 제품의 차이를 알아봤는데요. 단순히 유통과정을 위한 구분이었을 뿐이니 오해를 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최근에는 도소매 등 관련 데이터 추적과 집계가 뛰어나 라벨에 대한 의미도 사라지는 추세라고 합니다. 시대가 변해가고 있는 거죠. 서서히 더워지는 요즘입니다. 분위기 좋은 음식점과 주점에서 시원한 콜라와 맥주를 마시면서 오늘 이야기를 떠올리는 것도 재미있으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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