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광역시 복합쇼핑몰 경쟁이 본격화한 지 1년이 되어간다. 작년 7월 광주 도심 한복판에 초대형 복합쇼핑몰 건설 계획이 나오자 전라남도 상권의 중심을 잡기 위한 경쟁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전국구 관심사로 떠오른 광주 복합쇼핑몰의 지난 1년을 돌아보고 향후 전망과 과제를 짚어본다.[편집자]
선수 친 '루키' 현대백
국내 유통회사 중 광주 복합쇼핑몰 추진을 가장 먼저 선언한 곳은 현대백화점그룹이다. 작년 7월 현대백화점은 광주광역시 북구 일대 옛 전남방직‧일신방직 공장 부지 약 31만㎡(9만평)에 문화복합몰 '더현대 광주' 출점을 발표했다. 작년 11월엔 광주시에 사업제안서도 냈다.
사업제안서를 보면 옛 전남방직‧일신방직 부지는 '더현대 광주'를 포함한 초대형 복합쇼핑타운 '챔피언스시티'로 개발된다. 어느 지역보다 야구에 대한 관심이 뜨거운 광주에서 야구장(챔피언스필드)과 인접한 지리적 이점을 최대한 활용한 것이다. '더현대 서울'보다 연면적이 50% 넓은 공간에 업무시설, 특급호텔, 더현대 광주, 공원 등이 한꺼번에 조성되는 국내최대 복합쇼핑타운이다.
현대백화점은 복합쇼핑몰 개발을 위해 부동산 개발 기업인 '휴먼스홀딩스제1차PFV'와 손잡았다. 신영·우미건설·휴먼스홀딩스 등이 주주로 있는 개발사로, 2020년 6850억원에 이 부지를 사들였다. 이 부동산개발사가 구상한 '챔피언스시티' 내에 현대백화점이 '더현대 광주'를 출점하는 방식이다. 작년 초 대선을 앞두고 '복합쇼핑몰이 없는 광주'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기 전부터 현대백화점이 물밑 작업을 벌인 셈이다. 그간 광주에 점포가 없었던 현대백화점이 먼저 '선수'를 친 것이다.
터줏대감 신세계 '묻고 더블로'
1995년부터 광주신세계백화점을 운영중인 '터줏대감' 신세계그룹은 작년 8월 '투 트랙' 전략으로 맞불을 놨다. 광주 시내(광천동)에 있는 백화점을 확장하는 동시에 외곽의 어등산 관광단지에 복합쇼핑몰을 짓겠다는 계획이다.
어등산 관광단지는 2005년 광주시가 군부대 포 사격장 부지에 휴양시설 등을 지으려 했다가 장기간 표류해 온 사업으로 지난해 우선 협상대상자였던 서진건설이 소송 끝에 사업권을 포기하면서 공모로 후보자를 선정할 예정이다.
신세계는 어등산에 쇼핑·레저·휴양 등이 복합된 국내 최대 규모의 '그랜드 스타필드 광주'를 개발하겠다는 계획이다. 작년 12월 광주시에 제출한 '그랜드 스타필드 광주' 건립 제안서를 보면 연면적 53만6900㎡(약 16만평) 규모에 2박 3일을 체류할 만큼의 쇼핑·휴양·문화예술·액티비티 등 시설을 짓겠다는 구상이 담겼다.
아울러 현재 영업중인 광주신세계백화점과 인근 이마트 부지, 주차장으로 쓰이는 옛 모델하우스부지를 함께 개발해 세계 최대 규모인 부산의 신세계 센텀시티와 맞먹는 '광주신세계 아트 앤 컬처 파크'를 짓겠다는 계획도 동시에 추진한다. 신세계는 콧대 높은 명품 브랜드인 에루샤(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가 입점 예정이라는 점을 보도자료에 명시하는 자신감도 보였다. 개발의 최대 걸림돌인 이마트 부지 옆 광주시 소유 도로는 대체도로로 변경하자는 제안도 했다.
고민 길어지는 롯데
롯데는 아직 구체적인 계획을 내놓지 않고 있지만 의지는 분명하다. 김상현 롯데 유통군 HQ 총괄대표는 지난 3월 열린 롯데쇼핑 주주총회에서 광주 복합쇼핑몰에 대해 "임차료 절감을 비롯해 사업성을 높일 방안을 수립하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광주에 운영중인 백화점과 아울렛에 대해선 "수익성이 우수한 쪽으로 리뉴얼하겠다"고 말했다. 신세계와 비슷한 '투 트랙' 전략을 구상하고 있는 셈이다.
롯데는 신세계와 함께 어등산 관광단지 공모 사업에 뛰어들거나 광주 북구 우치공원을 복합쇼핑몰로 개발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 우치공원은 1991년에 금호패밀리랜드로 문을 연 놀이동산으로 금호 측이 경영에서 손을 뗀 뒤 민간 사업자가 수탁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롯데는 우치공원 개발을 위해 현장을 방문했지만 복합쇼핑몰 내에 테마파크 개발에 대한 부담으로 다음 단계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몫은 좋지만 수익을 내기 어려운 테마파크 사업에 대한 투자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