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초 대선 정국에서 광주광역시의 '콘크리트' 더불어민주당 지지층에 미세한 '균열'을 일으킨 것은 복합쇼핑몰이었다. "다른 지역에 다 있는 복합쇼핑몰이 왜 광주에만 없냐"는 당시 국민의 힘 윤석열 후보와 이준석 대표 말에 20~30대 광주 유권자가 흔들렸다. 복합쇼핑몰, 5성급 호텔, 창고형 할인매장 등 광주에 없는 시설 목록이 인터넷상에서 공유되며, 광주가 전국구 관심사로 떠올랐다.
이후 광주 복합쇼핑몰은 급물살을 타고 있다. 강기정 광주시장이 '복합쇼핑몰' 사업을 국가 주도형으로 추진하겠다고 나섰고, 국내 유통 3사가 일제히 뛰어들었다. 국내에서 몇 남지 않은 복합쇼핑몰 '개발제한구역'을 선점하기 위해서다. 그만큼 시장성이 충분하다는 얘기다. 남은 과제는 누가, 어디에 복합쇼핑몰을 지을지다. 그 과정에선 잡음은 최소화해야 한다. 하지만 광주 복합쇼핑몰은 첫 삽을 뜨기 전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 14일 광주시청 앞에선 '광주신세계백화점 확장 반대' 집회가 열렸다. 1995년부터 운영 중인 광주 신세계백화점의 이전·확장을 반대하는 목소리다. 현재 백화점을 인근 이마트와 주차장 부지로 이전하는 과정에서 광주시 소유 도로가 편입되는 것이 쟁점이다. 백화점 이전·확장으로 피해를 보는 인근 상가의 금호월드비상대책위원회는 "대기업에 특혜를 줬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기업의 사업에 시 소유 도로를 내어주는 사례는 흔치 않다. 2010년 홈플러스가 광주 주월동에 점포를 내려다, 시 소유 토지를 확보하지 못해 사업을 접은 적이 있다. 더욱이 신세계가 내놓은 대안을 조건부로 수용한 광주시의 행정처리에도 뒷말이 나온다. 광주신세계는 시 도로를 사업부지로 편입하는 대신 신축되는 백화점 2~3층에 보행로를 만들겠다고 제안했고, 지구단위변경계획은 조건부로 통과됐다. '보행동선은 노약자 등 보행에 불편이 없도록 계획한다'는 국토교통부 훈령은 반영되지 않았다.
사업 효율성을 최대한 끌어올리기 위해 2~3층에 공공보행통로를 계획한 신세계보다, 사기업이 제안한 공공보행통로가 장애인 등 교통약자에 불편하지 않을지 고민하지 않았던 광주시의 행정처리가 더 아쉬울 수밖에 없다. 향후 복합쇼핑몰 후보 선정과 개발 과정에서 광주시의 투명하고 공정한 행정에 대한 우려하는 목소리가 벌써부터 나오는 배경이다.
광주 복합쇼핑몰 개발은 아직 첫 삽도 뜨지 않았다. 옛 전남방직‧일신방직 공장 부지, 어등산 관광단지, 우치공원 등이 복합쇼핑몰 후보지다. 현대백화점은 옛 전남방직‧일신방직 부지에, 신세계는 어등산 관광단지에 각각 복합쇼핑몰을 짓겠다는 계획이다. 롯데는 어등산관광단지와 우치공원을 저울질하고 있다.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규칙은 공정해야 한다.
정치 논리에 휘둘린 광주는 복합쇼핑몰 하나 없는 동네로 전락했다. 지역 소상인공은 보호했지만, 시장 논리가 통하지 않는 곳이라는 딱지가 붙었다. 전국적인 관심을 받는 지금이 '주홍글씨'를 떼어내고, 광주시의 공정한 행정처리 실력을 보일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