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리아 서울 구로디지털역점. 버거 주문이 하나둘 들어오고 있다. 주방에 들어서자 패티를 굽는 그릴이 보인다. 하지만 일반 그릴 앞엔 패티를 굽는 직원이 없다. 그릴엔 패티도 얹혀 있지 않다. 대신 그릴 바로 옆에서 한 기계가 패티를 굽고 있다. 바로 주방 자동화 로봇 '알파그릴'이다.
로봇이 사람 대신 햄버거 패티를 굽는 시대가 왔다. 그동안 사람이 일일이 구워왔던 햄버거 패티를 이젠 로봇에게 맡긴다. 로봇이 패티를 구우면서 그동안 햄버거 프랜차이즈들을 괴롭혀왔던 '덜 익은 패티' 논란은 종식되게 됐다. 로봇이 굽는 만큼 패티의 양과 두께는 물론 굽기도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어서다.
햄버거 프랜차이즈의 미래 트렌드를 제시한 건 롯데리아다. 패티 굽기 전용 로봇 '알파그릴'을 구로디지털역점에 도입했다. 알파그릴은 롯데리아와 국내 로봇 키친 스타트업 '에니아이(Aniai)'가 개발한 패티 굽기 전용 로봇이다. 로봇을 도입해 구인난을 해결할 뿐만 아니라 업무 효율을 높여 점포당 매출을 높이는 효과를 내겠다는 생각이다.
로봇이 차지한 그릴
로봇이 햄버거 패티를 굽는다는 이야기에 궁금증이 커졌다. 사람이 굽는 것보다 잘 굽는지, 그 맛은 어떨지 궁금했다. 그래서 롯데리아 구로디지털역점을 찾아 알파그릴을 마주했다. 알파그릴의 첫인상은 평범했다. 하지만 알파그릴이 움직이기 시작하자 평범했던 인상은 놀라움으로 바뀌었다.
우선 알파그릴에 패티를 올려놓고 작동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위 아래에 장착된 그릴이 동시에 패티의 양면을 눌렀다. 원래 사람이 구울 경우 패티를 압착하고, 뒤집기 등을 반복하는 등 6단계의 작업이 필요하다. 하지만 알파그릴을 활용하면 사람이 구울 때 여러 번 반복해야 했던 압착과 뒤집기 과정이 한 번으로 줄어든다.
설정된 시간에 맞춰 패티가 다 구워졌다. 다음 과정은 다 구워진 패티를 운반해야 한다. 이때도 사람의 손이 필요 없다. 알파그릴에 장착된 스패출러가 패티를 한 장씩 떠서 통에 담았다. 구워진 패티를 한번에 밀어넣지 않고 하나씩 떠서 담았다. 이래야만 패티 고유의 특성이 레시피대로 완성된다는 설명이다. 패티 운반을 마친 스패츌러는 그릴에 남아있는 잔여물까지 제거했다.
매장직원들은 버거 조립과 손님 응대에 집중하고 있었다. 그동안 누군가가 뜨거운 그릴 앞에서 담당했을 패티 굽기의 전 과정을 알파그릴이 대체한 효과다. 롯데리아 직원은 "알파그릴 도입 후 패티 조리시간이 확 줄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알파그릴은 양면 그릴로 1분 50초 간 패티를 굽는다. 사람이 조리하면 약 5분이 소요된다. 기존 작업시간을 약 2.5배 단축한 셈이다. 알파그릴은 2개로 나뉜 그릴에서 각 4개씩, 동시에 총 8개의 패티를 구울 수 있다. 롯데리아는 작업자 1인당 작업시간이 월 평균 5시간 가량 감소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사람이 구운 패티 VS 알파그릴이 구운 패티
알파그릴이 구운 패티와 사람이 구운 패티의 맛과 식감은 동일할까. 우선 번(빵)을 걷어 패티를 비교해봤다. 사람이 구운 패티는 일부분이 갈라져 있었다. 사람이 직접 압착하고 뒤집어 굽다보니 패티의 굽기가 균일하지 않은 것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반면 알파그릴이 구운 패티의 굽기 모양은 균일했다. 위아래로 누른 채 열을 가하는 방식인 만큼 뒤집을 필요가 없어서다.
버거를 반으로 잘라봤다. 사람이 구운 패티가 들어간 버거의 경우 패티 굽기가 균일하지 않은 탓에 단면이 고르지 않았다. 하지만 알파그릴이 구운 패티가 담긴 버거의 단면은 반듯했다. 사람이 직접 압착해 구운 버거와 기계가 일정한 압력으로 누른 차이가 확연했다.
가장 중요한 '맛'은 어떨까. 실제로 시식해본 결과 맛의 차이는 느껴지지 않았다. 매장별 소스양이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패티의 맛은 거의 동일했다. 로봇이 구웠다고 해서 '더 맛있어지지는' 않았다.
알파그릴 도입한 이유
롯데리아는 현재 1300여 개의 매장을 운영 중이다. 업계에서는 통상 한 프랜차이즈 브랜드의 매장 수가 1000개를 넘기면 포화상태라고 본다. 이는 웬만한 상권에는 다 입점했다는 의미다. 롯데리아 역시 매장 수를 늘리는 것에 한계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이에 따라 롯데리아는 매장 수 확대보다는 점포당 매출을 높이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포인트는 '회전율'이다. 패스트푸드는 주방 동선 효율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주방 동선에 따라 메뉴 준비 시간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뜨거운 그릴 앞에 패티를 굽는 직원과 냉장고에서 다른 재료를 꺼내는 직원의 동선이 겹칠 경우, 그만큼 시간을 허비한다. 패스트푸드에게 시간은 생명이다. 여기에 롯데리아가 '알파그릴'을 도입한 이유가 있다.
롯데리아와 에니아이의 협업은 지난 2021년 시작됐다. 외식업 자동화 로봇을 개발 중이던 에니아이와 매장 구인난 문제를 겪던 롯데GRS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 롯데GRS는 에니아이에 패티 쿠킹 매뉴얼과 버거 조립 전 과정을 자문했다. 작년엔 롯데벤처스가 에니아이에 공동투자했다.
알파그릴은 우선 매출 규모를 고려해 신규·리뉴얼하는 직영점을 위주로 도입된다. 롯데리아의 직영점은 120여 개, 전체 매장의 약 10% 비중이다. 알파그릴을 가맹점에 도입해 기기 수수료를 받는 것보다는 대형 매장의 회전율을 높이는 게 중요하다는 계산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롯데GRS는 햄버거 패티에 이어 튀김 제품에도 로봇을 도입키로 했다. 롯데GRS는 최근 반도체 장비 제조 기업 '네온테크'가 개발한 자동화 튀김기 '보글봇'을 도입키로 했다. 보글봇은 작업자의 원재료 투입 후 바스켓의 이동, 쉐이킹 작업, 조리 완료 후 기름 떨이 작업 과정을 로봇 스스로가 수행한다. 또 지속적인 원재료 투입으로 발생한 유조 내 탄화물을 자동으로 정제한다. 조리시 발생되는 유증기와 열 차단을 위한 밀폐 구조로 안전한 작업이 가능하다.
롯데GRS 관계자는 "대형 매장 중심인 직영점은 대기열이 많은 만큼 자동화 기기 도입을 통해 매장 회전율을 높이고 매출을 더 키울 계획"이라며 "알파 그릴을 적용한 매장 첫 적용 이후 푸드테크 저변 확대 및 단순 업무 축소와 매장 효율화 강화로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