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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소생]"3만원 치킨 안 먹어요"…'냉동치킨'이 대안될까

  • 2024.06.11(화) 16:54

배달치킨 가격 3만원 육박
1만원 이하 냉동치킨 인기
대안 되기엔 아쉬움 있어

주요 냉동치킨 제품들/사진=김아름 기자 armijjang@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제품이 쏟아지는 소비의 시대. 뭐부터 만나볼지 고민되시죠. [슬기로운 소비생활]이 신제품의 홍수 속에서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 만한 제품들을 직접 만나보고 가감없는 평가로 소비생활 가이드를 자처합니다. 아직 제품을 만나보기 전이시라면 [슬소생] '추천'을 참고 삼아 '슬기로운 소비생활' 하세요. [편집자]

*본 리뷰는 기자가 제품을 직접 구매해 시식한 후 작성했습니다. 기자의 취향에 따른 주관적인 의견이 포함될 수 있습니다. 

다시 뜨는 냉동치킨

저녁거리가 마땅치 않을 때 별 생각 없이 '치킨 한 마리'를 주문하던 시절이 있었다. 다른 반찬이 필요없이 쉽게 한 끼를 때울 수 있는 메뉴로 치킨만한 게 있었을까. 일주일에 한 번 이상은 꼭 치킨을 먹곤 했다. 한 번은 교촌, 또 한 번은 bhc를, 다른 한 번은 새로 생긴 동네 치킨을 주문하며 비교하곤 했다. 태평성대였다.

하지만 이제는 치킨 한 마리를 주문하기 전에 고민을 한다. 할인 행사 중인 브랜드는 어디일까. 배달앱에서 쿠폰을 주는 치킨집이 있을까. 치킨을 시켜먹을 돈을 아껴 장을 보는 게 나을까. 치킨 한 마리 값이 부담되는 시절이 왔다. 엄살이라기엔 치킨 가격이 오르는 속도가 그만큼 쏜살같다.

이미 주요 브랜드의 치킨 한 마리 가격은 2만원을 넘긴 지 오래다. 교촌치킨의 허니콤보·레드콤보는 2만3000원이다. bhc의 뿌링클도 2만1000원이 됐다. BBQ '황올치'도 2만3000원이다. 비싼 대형 브랜드를 피해 중소 브랜드로 눈을 돌려도 2만원에 맞추는 게 쉽지 않다. 치킨 한 마리에 콜라를 더하고 배달비까지 내고 나면 3만원이 눈 앞에서 사라진다. 2만원 치킨 시대가 온 게 엊그제 같은데, 우리는 이미 '3만원 치킨' 시대를 살고 있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CJ제일제당 고메 소바바치킨 소이허니, 오뚜기 오즈키친 크리스피 칰, 이마트 피코크 크리스피 치킨, 하림 누룽지 치킨/사진=김아름 기자 armijjang@

이러다보니 소비자들도 대체품을 찾기 시작했다. 최근 시장을 키우기 시작한 '냉동치킨'이 대표적이다. 냉동치킨은 최근 들어 등장한 '신메뉴'는 아니다. 요즘처럼 튀김옷의 무늬까지 구현하는 수준은 아니더라도 치킨너겟부터 옛날통닭, 순살치킨까지 다양한 종류의 냉동치킨들이 늘 대형마트 냉동고 한 쪽을 차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결국 기름에 다시 튀겨야 하는 수고로움이 냉동치킨 시장의 성장을 막았다. '이럴 바에야 그냥 시켜 먹지'라는 생각이 앞서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들어 이런 단점을 해결한 제품들이 쏟아져나오고 있다. 사람들이 배달 치킨에게서 등을 돌리고 있다는 것을 포착하고 이들을 냉동치킨으로 끌어오려는 계획이다.

가격도 치킨 한 마리의 30~50% 수준에 불과하다. 냉동실에 쌓아뒀다가 15분이면 먹을 수 있으니, 맛만 보장된다면 배달앱을 켤 이유가 없다. 정말 요즘 냉동치킨은 배달 치킨을 대체할 수 있을까. 이번 [슬기로운 소비 생활]에서는 CJ제일제당과 오뚜기, 하림, 이마트의 냉동치킨을 맛보고 비교해 봤다.

치킨 안 시켜도 되나요

냉동치킨 시장의 최일선에는 CJ제일제당의 '고메 소바바 치킨'이 있다. 고메 소바바 치킨은 지난해 4월 출시 후 올해 1월까지 10개월 동안 540억원어치가 팔렸다. 페이스가 비비고 왕교자보다도 빠르다. 지난해 냉동치킨 시장 규모가 약 1600억원 안팎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시장의 절반이 고메 소바바 치킨의 몫인 셈이다. 

냉동치킨 4종 비교/그래픽=비즈워치

CJ제일제당이 독자적으로 개발했다는 소스 코팅 기술 덕분일까. 고메 소바바 치킨의 가장 큰 장점은 겉면의 조화로운 '단짠' 맛이다. 두 번 튀겨내 에어프라이어에 조리해도 바삭함이 살아 있었다. 다른 냉동치킨 제품들이 15~18분을 조리해야 하는 것에 비해 튀김옷이 얇아서인지 10분 안팎이면 조리가 끝난다는 것도 장점이다. 

다만 '치킨'보다는 너겟에 가까운 맛은 아쉬운 점. 정육을 사용한 다른 제품들과 달리 가슴살 분쇄육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허니소스의 영향으로 튀김옷이 입 안에서 다소 끈적이는 것도 불만족스럽다. 1봉지에 375g으로 주요 제품 중 양도 가장 적다. 순살보다는 윙과 봉으로 구성된 제품이 평가가 좋은 편. 

 

오뚜기의 간편식 브랜드인 '오즈키친'을 달고 나온 크리스피 칰은 국산 닭안심을 사용한 제품이다. 원래 '크리스피 치킨'이라는 평범한 네이밍이었지만 어느샌가 이름을 '칰'으로 바꿔달고 다양한 제품을 내놓고 있다.

오즈키친 크리스피 칰의 가장 큰 장점은 에어프라이어에 돌려도 딱딱해지지 않고 바삭한 튀김옷이다. 일반적으로 냉동치킨의 튀김옷은 에어프라이어에 돌리면 딱딱하게 굳어 식감이 나빠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크리스피 칰은 제품명에서부터 '크리스피'를 강조한 만큼 바삭함을 유지했다.

고기는 국내산 안심을 사용해 다른 브랜드들과 차별화했다. 다만 안심의 부드러운 식감은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조금 퍽퍽하다고 느꼈다. 밑간을 거의 하지 않은 점도 아쉽다. 취향에 맞춰 소스를 곁들여야 만족스러운 맛을 내는 제품이다. 

 

닭고기 전문가 하림은 치킨의 바삭함을 살리기 위해 누룽지 카드를 꺼내들었다. 튀김옷에 누룽지를 입혀 바삭한 식감을 강조했다. 다만 실제로 조리해 먹으면 이 누룽지의 식감이 부드럽고 촉촉한 다리살과 다소 따로 논다는 느낌이 든다. 누룽지 튀김옷도 괜찮고 닭고기도 맛있지만 이 둘의 조합은 썩 만족스럽지 않다. 

그래도 태국산 닭다리살을 이용한 살코기는 4개 제품 중 가장 만족스러웠다. 살코기 비율도 높고 닭다리살의 육즙도 풍부해 촉촉한 식감이 유지됐다. 다소 냄새가 있을 수 있는 닭다리살을 사용해서인지 밑간은 조금 강하다. 따로 소스나 소금 등이 필요없을 정도다. 가격은 4개 제품 중 가장 비싼 9980원. 가격만 다른 제품들과 비슷했어도 '추천'했을 것 같다.

 

이마트의 PB인 피코크 후라이드 순살치킨은 태국 OEM 제품이다. 당연히 닭고기도 태국산. 하림 제품과 마찬가지로 닭다리살을 이용했지만 하림 제품의 닭고기 함량이 72.46%인데 비해 피코크 제품은 51%로 꽤 차이가 난다. 실제로 먹어 봐도 튀김옷 비중이 높았다. 중저가 배달 순살치킨을 먹는 느낌. 튀김옷에 '물결무늬'를 구현한 건 다른 제품들과의 차별점이다. 밑간도 적절하다. 

4개 제품 모두 제각기 장점이 있고 소비자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특징이 있다. 하지만 '배달 치킨은 필요없다'고 할 만큼의 맛을 구현한 건 아니다. 가격이 1만원 이하로 저렴하지만 실제 치킨 1마리 분량을 먹으려면 1.5~2봉지는 필요하다. 결국 아직까지 냉동치킨은 배달치킨의 '대체품'일 뿐 '대안'이 될 수 없다는 결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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