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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화장품까지 다 있다"…'3위' 세븐일레븐의 승부수

  • 2024.11.08(금) 07:00

동대문에 '패션·뷰티 특화' 던던점 오픈
가맹 형태로 변형한 뉴웨이브점까지 개발
상품 가짓수 늘리고 고객 편의성 강화

세븐일레븐 뉴웨이브 오리진점의 빌딩 안쪽 출입구. / 사진=정혜인 기자 hij@

세븐일레븐은 국내 프랜차이즈 편의점의 원조로 불린다. 1989년 5월 1호점 올림픽선수촌점을 통해 국내 편의점 시대를 연 이후 지난 2022년 미니스톱까지 인수하며 업계 3위 지위를 공고히 했다. 현재 점포 수는 1만3000여 개에 달한다.

하지만 여전히 세븐일레븐의 고민은 크다. 전국 편의점이 5만개를 훌쩍 뛰어넘으면서 점포 수를 늘리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게다가 편의점은 일반적으로 '충성고객'이 많지 않은 업종이다. 대부분의 매장이 천편일률적이어서다.

많은 소비자들은 편의점을 방문하고자 할때 특정 브랜드의 편의점을 선호하기보다 가까운 거리의 매장을 선택한다. 그래서 최근 편의점업계에서는 '특화 매장' 경쟁이 뜨겁다. 편의점업체들은 단순히 점포 수를 확장하는 데 집중하기보다는 특화 매장을 통해 차별화한 경쟁력을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세븐일레븐이 선보인 차세대 편의점도 이런 고민의 발로다. 패션·뷰티 특화 매장인 '세븐일레븐 동대문던던점(이하 던던점)'과 이를 가맹점에 적합하게 변형한 '세븐일레븐 뉴웨이브 오리진점(이하 뉴웨이브점)'이 그 주인공이다. 세븐일레븐의 향후를 책임질 야심작이다.

푸드·패션·뷰티가 미래

세븐일레븐 던던점과 뉴웨이브점은 세븐일레븐의 미래 방향성을 보여주는 특화 매장이다. 편의점에서 쉽게 찾아보기 어려운 패션·뷰티 구색을 늘리고, 즉석조리식품과 신선식품 비중을 키운 것이 특징이다. 두 매장은 외부 브랜드 및 IP 제휴, 특화 매장 개발 등의 업무를 하는 세븐일레븐 전략MD팀이 주도했다.

박세현 세븐일레븐 전략MD팀장은 "세븐일레븐은 앞서 무인 편의점 '시그니처', 먹거리 전문 '푸드드림' 등의 특화점을 선보인 바 있다"며 "이번에는 그동안 편의점이 전혀 해보지 않았던 완전히 새로운 카테고리를 접목시키는 동시에 세븐일레븐 브랜드 이미지를 탈바꿈 하고자 새로운 시도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세븐일레븐 동대문던던점. / 사진=세븐일레븐

그는 특화 매장에 대해 "다양한 상권에서 다양한 고객에게 우리 회사만이 보여줄 수 있는 여러 가지를 강조할 수 있는 곳"이라면서 "시대의 변화에 따라 특정 카테고리, 특정 요소를 더 부각시켜서 우리가 앞으로 나아갈 방향성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특화 매장을 일반 점포에 100%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특화 매장은 일반 점포보다 대부분 규모가 크고 일반 상권 특성에 맞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세븐일레븐은 패션·뷰티 특화 매장 던던점과 이의 '축소판'인 가맹 모델 뉴웨이브점을 동시에 개발했다. 두 점포가 각각 지난 9월 27일, 10월 14일 연달아 문을 연 것도 함께 개발돼서다.

세븐일레븐 뉴웨이브 오리진점 내부. / 사진=정혜인 기자 hij@

먼저 문을 연 던던점은 세븐일레븐이 내세우는 특화 매장이다. 일반적으로 편의점은 식품 매출 비중이 전체의 80%(담배 제외)를 넘는다. 그러나 세븐일레븐은 한국 문화를 체험하고자 하는 외국인 관광객과 패션·뷰티에 관심이 많은 MZ세대를 타깃으로 동대문 상권 맞춤 MD를 구성했다.

던던점의 패션·뷰티 상품 수를 일반 표준 점포 대비 30% 가량 늘린 것도 이 때문이다. 한국 인기 간식을 판매하는 'K-푸드코트', 한국 라면을 맛볼 수 있는 'K라면존', 한국 놀이문화를 체험하는 'K컬처 놀이존'도 마련했다. '벨리곰'과 같은 인기 캐릭터 상품도 판매한다.

새로운 가맹모델

세븐일레븐이 던던점의 특성을 담아 선보인 뉴웨이브점은 세븐일레븐의 차세대 가맹 모델을 엿볼 수 있는 매장이다. 뉴웨이브 오리진이라는 점포명에도 새로운 변화의 시작점이라는 의미를 담았다. 코리아세븐 본사가 위치한 이스트센트럴타워 1층에 던던점(약 80평)의 절반이 되지 않는 35평 규모로 문을 열었다.

뉴웨이브점은 던던점과 같은 특화 매장 모델들을 일반 가맹점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지를 테스트하는 역할을 한다. 실제로 뉴웨이브점은 일반 편의점에 던던점의 스타일을 섞어놓은 듯한 분위기다.

세븐일레븐이 뉴웨이브점을 열면서 가장 신경을 쓴 것은 인테리어와 MD 구성이다. 우선 인테리어는 던던점처럼 고급화 했다. 세븐일레븐 고유의 색깔인 빨강·초록·노랑 전등을 포인트로 쓰고, 각 매대에 상품을 소개하는 디지털 사이니지를 활용해 동적인 느낌을 준 점이 던던점과 같다.

세븐일레븐 뉴웨이브 오리진점의 카운터와 푸드스테이션, / 사진=정혜인 기자 hij@

빌딩으로 연결된 입구 쪽의 벽은 시트지 등으로 가리는 대신 통유리를 사용해 개방감을 줬다. 뉴웨이브점이 추구하는 이미지를 밖으로 드러내기 위해서다. 이런 노력 덕분에 뉴웨이브점은 일반 편의점보다 훨씬 쾌적하고 세련되면서도 밝은 느낌이 난다.

또 여러 차별화 상품을 확대한 MD도 특징이다. 뉴웨이브점은 던던점처럼 패션·뷰티 상품을 늘렸지만 던던점만큼 규모가 크지는 않다. '마녀공장', '셀퓨전씨' 등 인지도 있는 화장품 브랜드의 기본 제품들을 위주로 선보인다. 편의점 특성상 직접 발라보고 구매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패션의 경우 양말, 후드과 같은 기본 아이템을 판매한다.

일반적인 점포에서는 잘 취급하지 않거나 활성화되지 못했던 즉석조리 먹거리와 신선식품 규모도 늘렸다. 오피스와 주거 단지가 결합한 상권 특성을 반영한 결과다. 편의점이 미래에는 1인 가구를 공략해야 하는 만큼 즉석에서 따뜻하게 먹을 수 있는 먹거리와 신선식품을 선보여야 한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세븐일레븐 뉴웨이브 오리진점 내부. / 사진=정혜인 기자 hij@

이를 위해 세븐일레븐이 인수한 미니스톱의 강점을 흡수해 피자와 치킨, 커피 등을 판매하는 푸드코트 형태의 '푸드스테이션'을 설치했다. 또 최근 세븐일레븐이 롯데웰푸드와 함께 개발한 '정온(定溫) 푸드 운영 모델'도 이 매장에 도입했다. 냉장이 아닌 20도 가량의 온도에서 간편식을 관리하기 때문에 전자레인지에 데울 필요 없이 바로 먹을 수 있다.

실제로 고객들의 반응은 뜨겁다. 박 팀장은 "이전에 입점해 있던 경쟁 브랜드 편의점보다 간편식 냉장고를 4배 가량 키웠다"며 "주변에 식당이 많지 않다보니 직장인들에게 도시락, 샌드위치에 이어 피자, 고구마, 바나나도 잘 팔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편의점 내의 상품 90%는 내셔널 브랜드(일반 제조사) 상품이고 나머지 10%가 각 편의점만의 차별화 상품이기 때문에 편의점간의 차이점을 느끼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피자와 치킨 같은 즉석조리식품은 경쟁사와 차별화 할 수 있는 상품으로 단골 고객을 유치할 수 있는 큰 무기 중 하나"라고 덧붙였다.

세심한 배려

뉴웨이브점에는 세심함이 돋보이는 요소들이 곳곳에 숨어있다. 건물 바깥쪽 입구 바로 앞에 새롭게 설치한 경사로는 유모차를 끄는 주민 고객들의 진입 장벽을 낮췄다. 건물 바깥에는 반려견을 잠시 머무르게 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돼 있다. 이런 점들은 오피스 고객이 적은 주말에도 고객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 이유 중 하나가 됐다.

세븐일레븐은 뉴웨이브점의 입구가 두 개라는 점을 활용해 상품 진열도 달리 했다. 뉴웨이브점에는 빌딩에서 직접 진입할 수 있는 입구와 건물 밖에서 들어올 수 있는 입구 등 두개의 문이 있다. 빌딩으로 직접 연결된 안쪽 출입구는 이스트센트럴빌딩 입주사 직원들이, 바깥 쪽의 입구는 인근 아파트에 거주하는 주민들이 자주 이용한다는 점을 고려했다. 빌딩 쪽 입구에는 라면, 과자, 삼각김밥 등 식품류가, 바깥 쪽 입구에는 학생들이 좋아하는 빼빼로, 아이스크림 등의 진열대가 놓여있다.

세븐일레븐이 테스트 운영 중인 '정온 푸드' 코너. / 사진=정혜인 기자 hij@

점주의 편의를 고려한 요소도 돋보인다. 음식을 조리하는 푸드스테이션은 카운터를 중심으로 조성해 가맹점주의 동선을 최대한 줄였다. 즉석 조리식품 중 피자의 경우 진열대 안에는 음식 모형만 진열하고 점주는 주문이 들어온 즉시 조리한다. 이를 통해 피자를 미리 만들어 진열해놓을 경우 발생할 수 있는 폐기 가능성을 낮췄다.

조리 기구에 넣고 돌리면 자동으로 조리되기 때문에 방법도 간단하다. 조리 시간은 3분여 에 불과해 고객들이 대기하는 시간도 길지 않다. 이외에 박스 과자 등의 상품 진열대에는 맨 앞 상품을 고객이 가져가면 뒷줄의 상품이 자동으로 당겨지는 장치도 설치했다.

세븐일레븐 뉴웨이브 오리진점 외부 입구. / 사진=정혜인 기자 hij@

최근 뉴웨이브점이 오픈했다는 소식을 듣고 직접 본사로 연락을 취하는 점주들도 생기기 시작했다. 박 팀장은 "실제로 뉴웨이브점에 오셨던 점주들은 매장이 예쁘다는 점을 특히 만족스러워 했다"며 "기존 편의점에서 보기 어려웠던 피자 같은 새로운 먹거리에 대해서도 흥미롭게 여기며 얼마나 팔리는지 묻기도 했다"고 귀띔했다.

세븐일레븐은 뉴웨이브점을 도입할 수 있는 신규, 기존 점포를 검토하고 있다. 이와 함께 던던점, 뉴웨이브점과 같은 특화 매장을 더 다양하게 개발할 예정이다.

박 팀장은 "뉴웨이브점을 실제로 가맹점에 접목하고 확대하시는 게 우선 시행할 과제"라면서 "세븐일레븐의 정체성을 담은 미래 먹거리를 더 개발하고 이를 접목한 다양한 차별화 점포를 선보이고 이를 가맹점에 확장시키는 것이 장기적인 목표"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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