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업계 3위인 세븐일레븐이 가맹점주 마음 사로잡기에 나섰다. 해마다 가맹점주 상생협의안을 발표해왔지만 올해는 '폐기 지원금 확대'에 방점을 찍었다. 갈수록 편의점 1, 2위와의 격차가 벌어지는 상황에서 점포 이탈을 막기 위한 방안으로 풀이된다.
더 많이 주문할수록 폐기 지원금 늘렸다
업계 등에 따르면 코리아세븐이 운영하는 편의점 세븐일레븐은 올해 가맹점주와의 상생협의안에 '폐기 지원금'을 확대하는 내용을 담았다. 편의점 폐기 지원금은 각 점포에서 유통기한이 지난 상품을 폐기할 때 발생하는 비용의 일부 또는 전부를 가맹본부가 지원하는 제도를 말한다.
세븐일레븐이 가맹점들과 체결한 '2025 가맹점 상생 협약'에 따르면 삼각김밥, 김밥, 도시락 등의 식품 폐기 지원금을 기존 최대 40%에서 최대 50%(기본20%, 상생지원 최대 30%)로 확대키로 했다. 기존에도 세븐일레븐의 스파게티, 우동 등 간편식과 군고구마, 즉석치킨 등의 차별화 상품에 대한 폐기 지원율은 20~50%였다. 냉장 및 상온 상품의 지원금은 연간 96만원을 제공하고 있다.
간편식은 편의점 매출의 근간이 되는 카테고리다. 그런 만큼 이번 폐기 지원금 확대 조치는 적극적인 상품 운영 및 판매를 장려하기 위한 방안이다. 최적의 상품 진열을 유도해 점포 수익성을 향상하겠다는 의도다. 물론 조건도 걸었다. 지원율은 운영수량과 증대분에 따라 달라진다. 많이 주문할수록 폐기지원도 높아지는 셈이다.
코리아세븐 관계자는 "폐기 지원 제도를 유지하는 이유는 지원금액이 더 크고 경영주님(가맹점주)들도 더 선호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타사와 다른 점은
편의점 운영 시 유통기한이 지난 제품은 매출로 이어지지 않는다. 게다가 폐기 비용도 발생한다. 폐기 지원금은 가맹점주의 재고 관리 부담을 덜어주고 적정량의 상품을 주문해 재고 회전을 원활하게 하는 요소다. 하지만 경쟁사들의 지원안과 세븐일레븐의 폐기 지원 강화 방안은 차이가 있다.
GS리테일이 운영하는 GS25는 올해 '판매이익 인센티브' 제도를 강화했다. 앞서 GS25는 지난해 FF(프레시 푸드), 치킨25, 농축수산 등에 대한 폐기 지원을 중단하고 판매에 따라 인센티브 재원을 지급하는 제도를 신설했다. 여기에 주요 특화 상품의 판매에 따라 지급되는 인센티브 재원을 지난해보다 20% 이상 늘렸다. 점포 노력도에 따라 수취 가능한 추가 인센티브 금액도 지난해에 비해 10% 이상 올렸다.
GS리테일 관계자는 "과거 폐기지원은 일률적으로 지원하는 방식이었다면 인센티브 제도는 점포 관리를 잘하는 점주에게 더 많은 혜택을 제공하겠다는 취지"라면서 "점포 경쟁이 심화하는 유통 환경에서 가맹점의 자생력을 키우기 위한 방안으로 인센티브제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가맹본부가 가맹점에 폐기 지원을 무조건 해주는 것이 아니라 적정한 발주량과 재고 관리, 서비스 등 여러 내부 기준에 부합하면 인센티브를 부여하겠다는 이야기다. 하나라도 더 판매하기 위해 노력하는 매장이 보다 경쟁력을 키울 수 있도록 가맹본부가 지원하겠다는 의미다.
BGF리테일이 운영하는 CU도 가맹점에 '폐기 지원'에 더해 '신상품 도입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폐기 지원의 경우 1500가지 냉장상품에 대해 지원금을 지급한다. CU 역시 세븐일레븐처럼 발주량이 많을수록 지원금액이 늘어나는 방식이다. 여기에 CU는 가맹점이 신상품을 발주하는 비율에 맞춰 1~80% 차등적으로 지원금을 제공하고 있다.
BGF리테일 관계자는 "발주량이 많으면 폐기량도 늘어나기 때문에 지원금도 그에 맞게 운영하고 있다"며 "점포별로 계약형태에 따라 가맹수수료율이 달라 지원도 달라진다"고 말했다.
지원 늘면 점포도 늘어날까
업계에선 세븐일레븐의 폐기 지원 등의 가맹점 지원책을 가맹점 이탈을 막기 위한 전략으로 보고 있다. 편의점업 특성상 소비자의 브랜드 충성도가 높지 않은 만큼 매장이 많을수록 인지도와 매출이 높아지는 구조다. 업계 1, 2위를 다투는 CU와 GS25가 매장 늘리기 경쟁을 이어온 이유다.
세븐일레븐은 2022년 미니스톱을 인수하면서 현재 약 1만3000개의 점포를 운영 중이다. 그러나 CU와 GS25에 비하면 점포 수에서 여전히 열세다. 하지만 3위인 세븐일레븐이 급격히 매장 수를 늘리기란 어렵다. 국내 편의점 점포 성장률이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증권가에서는 세븐일레븐의 점포 수가 지난해 약 800개 감소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미니스톱 점주 이탈과 점포 효율화 과정 등으로 폐점이 발생했다는 설명이다. 이진협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코리아세븐은 보조금 집행 규모가 매년 커졌다"며 "개별 보조금 지급을 통해 점주에게 가맹브랜드를 유지할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세븐일레븐의 실적은 좋지 않다. 지난해 1~3분기 세븐일레븐의 영업손실은 전년 대비 300억원가량 늘어난 528억원을 기록했다. 편의점 4사 중 세븐일레븐만 유일하게 전년 대비 수익성이 악화했다. 물론 세븐일레븐도 가만히 있진 않았다. 패션·뷰티와 즉석조리식품·신선식품들의 비중을 키운 특화매장을 선보였다. 다만 이들 특화매장들의 상품 구성을 세븐일레븐 일반 매장에 적용하기는 아직 무리라는 지적도 있다.
따라서 세븐일레븐이 성장하려면 신규 가맹점주가 유입되거나 타 브랜드에서 이탈한 가맹점주가 세븐일레븐으로 옮겨와야 한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현재 편의점 업계의 구도상 세븐일레븐이 CU나 GS25에 비해 상대적으로 네임밸류가 떨어지는 만큼 이탈 점주들이 세븐일레븐을 선택할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 대체적인 의견이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 세븐일레븐은 업계 최초로 저수익 점포에게 위약금 없이 정리할 수 있도록 하는 등 파격적인 지원안을 냈던 브랜드"라며 "현재는 적자 폭이 커진 상황에서 가맹점 상생 정책을 꾸준히 유지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