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롯데칠성음료 주류 부문이 지난해 아쉬운 성적을 기록했다. '새로'를 앞세운 소주 부문이 꾸준하게 성장세를 이어갔을 뿐 나머지 부문에선 전반적으로 부진을 면치 못했다. 이에 따라 롯데주류의 소주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아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소주 원툴
롯데칠성 주류 부문은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1.1% 늘어난 8134억원을 기록했다. 2년 전인 2022년보다는 5%가량 성장했지만 2022년에 클라우드 등 맥주 가격을 8.2%, 소주 가격을 6~7% 올린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제자리걸음이다.
문제는 날로 높아지는 소주 의존도다. 2022년 롯데칠성의 주류 부문 매출에서 소주가 차지하는 비중은 35.7%였다. 하지만 2023년엔 42.1%로 늘었고 지난해엔 44%까지 급증했다. 2년 새 소주 매출 비중이 10%포인트 가까이 늘어난 셈이다.

이 기간 롯데칠성의 소주 매출은 2767억원에서 3608억원으로 약 30% 늘어났다. '제로 슈거'를 차별점으로 꼽은 신제품 소주 새로의 선전 덕분이다. 새로는 소주 시장에도 제로 슈거 열풍을 몰고 왔다. 한동안 주류 시장에서 힘을 쓰지 못했던 롯데칠성은 새로를 앞세워 모처럼의 신제품 효과를 누릴 수 있었다.
문제는 소주의 뒤를 받쳐줬어야 할 다른 주류들의 부진이다. 소주와 함께 롯데칠성 주류부문의 양대 축인 맥주는 2년 새 매출이 16%나 줄었다. 지난해엔 신제품 맥주인 '크러시' 효과 덕분에 맥주 매출이 2% 성장했지만 이 역시 신제품에 걸린 기대를 생각하면 초라하다.
RTD를 제외한 청주와 와인, 스피리츠 등도 매출이 일제히 줄었다. 2022년 200억원대 매출을 냈던 OEM 사업은 수제맥주 시장의 부진 영향으로 완전히 중단했다. 특히 매년 1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며 맥주와 함께 소주의 뒤를 떠받쳐 왔던 와인은 지난해 매출이 801억원으로 급감했다.
선택의 순간이 왔다
문제는 주류 부문의 부진이 지난해로 끝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대부분이라는 점이다. 경기 불황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는데다, 외식 물가도 급등하며 유흥 시장에서 발생하는 주류 매출이 크게 줄어들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일각에선 올해 롯데칠성 주류 부문이 역신장할 것이란 전망도 있다.
류은애 KB증권 연구원은 "대내외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음료와 주류 모두 수요가 부진할 것"이라며 올해 주류 부문 매출이 7% 이상 역신장한 7500억원대에 머무를 것으로 내다봤다. 롯데칠성 역시 올해 전망을 밝게 보고 있지는 않다. 롯데칠성 IR보고서에 따르면 롯데칠성은 올해 주류 부문 매출을 전년 대비 2.7% 증가한 8350억원으로 예상했다.
업계에선 올해 롯데칠성 주류부문이 가격 인상에 나설 지가 향후 실적을 판가름할 것으로 보고 있다. 롯데주류는 지난 2022년 소주와 맥주 가격을 차례로 인상한 뒤 출고가를 올리지 않고 있다. 지난 2023년 오비맥주와 하이트진로가 잇따라 맥주 가격을 올렸을 때도 롯데칠성은 클라우드의 가격을 올리지 않았다. 이달부터 오비맥주가 맥주 가격을 2.9% 올렸지만 롯데칠성은 이번에도 가격 인상에 나서지 않았다. 가격 경쟁력을 높여 유흥 시장 점유율을 높이려는 전략이라는 분석이다.

IB업계를 중심으로 매각설도 돌고 있다. 롯데그룹의 유동성 위기와 롯데칠성 주류 부문의 부진 등이 맞물리며 주류 사업을 접는 결정을 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다. 사모펀드는 물론 주류업 경쟁사인 오비맥주의 모회사 AB인베브까지 인수자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다.
다만 이는 현실 가능성이 낮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롯데그룹 측도 매각 의사가 없다는 입장이다. 롯데칠성 주류부문은 최근 크러시의 모델 카리나와 재계약을 맺고 다시 마케팅 활동에 나섰다. 전형적으로 '사고 싶은 사람은 있지만 팔 사람은 생각이 없는' 거래라는 이야기다.
업계 관계자는 "와인이나 청주, 스피리츠에서 매출이 크게 반등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새로를 앞세운 소주는 평균 이상의 성과를 낼 것으로 보고 맥주가 어느정도로 해 주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