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9년부터 강남의 터줏대감 역할을 해 왔던 임피리얼 팰리스가 아코르 그룹과 손잡고 새단장에 나섰다. 서울 내에서도 가장 프리미엄 입지인 청담과 압구정을 연결하는 자리에서 한국을 방문하는 비즈니스 고객과 관광객을 모두 잡겠다는 계획이다.
이름 또 바꿨어요
임피리얼 팰리스는 지난 1989년 '호텔 아미가'로 영업을 시작했다. 이후 2005년 '임피리얼 팰리스'로 브랜드를 바꾸고 2021년까지 운영하다가 코로나19의 영향을 견디지 못하고 무기한 휴업에 들어갔다. 유명 글로벌 브랜드 호텔들도 줄줄이 폐업을 선언하던 상황에서 국내 브랜드 호텔이 반등하긴 쉽지 않아 보였다.
하지만 임피리얼 팰리스는 이를 기회로 삼았다. 1989년 오픈한 만큼 연식이 있는 내외관을 리뉴얼하고 엔데믹 이후 쏟아져 들어올 손님들을 받을 준비를 했다. 단순히 외관만 정리한 게 아니다. 400실이 넘던 객실을 절반인 224실로 줄이고 늘어나는 비즈니스 고객을 받기 위한 '서비스드 레지던스' 객실 90개를 추가했다.
가장 큰 변화는 아코르 그룹으로의 편입이다. 아코르는 메리어트, 힐튼, 인터컨티넨탈, 하얏트와 함꼐 5대 글로벌 호텔 체인으로 불리는 그룹이다. 반얀트리와 페어몬트 등 럭셔리 브랜드부터 이비스 등 중저가 브랜드까지, 110개국에 45개 브랜드, 5700여개의 호텔을 보유한 그룹이다. 국내에서도 20개가 넘는 호텔을 운영하고 있다.
아코르와 손잡은 임피리얼 팰리스는 그랜드 머큐어 브랜드를 사용하게 된다. 정식 명칭은 '그랜드 머큐어 임피리얼 팰리스 서울 강남'이다. 곳곳에 한옥의 헤리티지를 담은 디자인으로 지역 전통성을 구현하고 호텔과 레지던스 콘셉트를 결합해 타깃층을 확장한 게 특징이다.
글로벌 호텔 격전지
최근 서울은 글로벌 호텔 체인의 격전지로 떠오르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글로벌 관광 시장 트렌드가 변화하고 K-컬처가 확산하면서 서울이 매력적인 관광지로 부각됐기 때문이다. 그간 국내를 찾는 관광객의 절반 이상은 중국 관광객이었다. 중국 관광객은 상대적으로 숙소에 예민하지 않은 편이다. 이 때문에 고급 호텔보다는 2-3성급 '가성비 숙소'를 선호한다.
하지만 코로나19 이후 유커(중국인 단체 관광객)가 사라지면서 숙박 지형이 바뀌었다. 중국인 관광객 비중이 30% 이하로 줄고 유럽, 미주 등 지구 반대편에서도 K-컬처를 즐기려는 관광객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먼 나라에서 온 만큼 비용을 아끼기보다는 쾌적한 경험을 추구하는 '객단가 높은' 손님이다.
그런 면에서 서울은 글로벌 호텔 체인에게 좋은 시장이다. 올해 10월까지 누적 방한 외국인 관광객은 1374만 명으로 코로나 이전 수준을 거의 회복했다. 이들 대다수가 서울을 방문한다. 또 서울시는 오는 2026년까지 외래 관광객 3000만명을 유치하겠다는 '3377 서울관광 미래비전'을 내놓기도 했다. 향후 성장이 담보돼 있다.
이번에 임피리얼 팰리스와 손잡은 아코르는 오는 11월 강서구 마곡동에 '마곡 머큐어 앰배서더 호텔'을 오픈한다. 내년엔 강남에 '메종 델라노 서울'을 연다. 메종 델라노가 아시아에 문을 여는 건 서울이 처음이다.
경쟁 호첼 체인들도 잇따라 신규 호텔을 선보인다. 인터컨티넨탈그룹은 중구 회현동의 티마크그랜드호텔을 리모델링해 '보코 서울 명동'으로 연말 재오픈한다. 신세계그룹은 스위스 럭셔리 호텔·리조트 그룹인 아만과 손잡고 '자누' 브랜드를 도입한다. 홍콩계 호텔 체인 로즈우드는 오는 2027년 용산에 '로즈우드 서울'을 열 준비를 하고 있다. 메리어트는 오는 2029년을 목표로 용산에 메리어트 인터내셔널 쉐라톤 호텔을 준비 중이다. 간판을 바꿔 다는 브랜드들도 있다. 강남 인터컨티넨탈 코엑스는 내년부터 '웨스틴 서울 파르나스'로 이름을 바꾼다.
빈센트 르레이 아코르 코리아 대표는 "서울의 호텔 업계는 파리 등과 비교해 보면 아직 성장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서울뿐만 아니라 전주, 강릉, 여수 등 다양한 지역을 발굴·개척하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