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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식품업체들이 해외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광고 방식을 다양화하고 있다. 숏폼, 크리에이터를 통한 AR 적용, K콘텐츠 IP 제휴 등이다. 내수 부진을 뛰어넘기 위해선 해외진출이 필수다. 지난해 K푸드 수출 실적이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자, 인지도 제고를 위한 마케팅 경쟁이 심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역대 최고치 찍었다
K푸드의 인기는 지난해에도 수출액으로 증명됐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농식품 수출액은 99억8000만달러로 전년 대비 9% 증가했다. 최근 3년간 전년 대비 농식품 수출액 증가률은 평균 3%대에 불과했다. 이는 라면, 쌀가공식품 등 가공식품이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하면서 전체 수출을 견인한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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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對) 미국 수출액은 지난해 역대 최고인 15억9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이로써 미국 시장은 전 세계에서 한국 식품을 가장 많이 수입하는 곳이 됐다. 미국 시장이 이처럼 급성장한 것은 과자류, 라면, 냉동김밥 등이 SNS에서 입소문을 타고 인기를 얻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현지 스포츠 행사나 대학과 연계한 체험 행사 등을 통해 K푸드에 대한 인지도를 높인 덕분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농식품 수출 1위 품목인 라면은 수출액 12억5000만달러를 기록했다. 농식품부는 "라면은 드라마, 영화 등 K콘텐츠에 자주 노출되고 라면먹기 챌린지가 유행하면서 권역별 고른 성장세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해외 대형 유통매장 신규 입점 등에 성공하면서 수출이 늘었다.
빠질 수 없는 SNS 마케팅
K푸드의 가파른 성장엔 해외에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노력들이 숨어있다. 식품기업들은 필수적인 마케팅 채널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을 택했다. SNS 채널 마케팅은 소비자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이끌어 낼 수 있고, 적은 예산으로도 극적인 바이럴 확산 효과를 노릴 수 있다.
SNS를 타고 유명세를 떨친 글로벌 K푸드의 대표적인 예는 삼양식품 '불닭볶음면'이다. 불닭볶음면은 자극적이고 중독적인 매운 맛이 특징인 제품이다. 매운 맛에 익숙하지 않은 외국인들 사이에선 불닭볶음면의 매운 맛에 도전하는 이른바 '불닭 챌린지'가 크게 유행했다.
미국의 유명 래퍼 카디비를 비롯해 수많은 사람들이 유튜브나 틱톡 등을 통해 불닭 챌린지에 참여했다. 그 결과 삼양식품은 100여 개국에 연간 10억개의 불닭 브랜드 제품을 판매하며 식품업계 최초로 7억달러 수출을 달성했다. 덕분에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45% 증가한 1조7300억원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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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심도 짧은 영상으로 임팩트 있는 광고를 선보이고 나섰다. 지난해 9월 농심은 숏폼 전문 기업 '숏뜨'와 신라면 글로벌 캠페인을 진행했다. 영국, 독일,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레이트 등 글로벌 푸드 크리에이터가 틱톡에서 신라면과 신라면 볶음면을 소개했다. 이 틱톡 광고들은 총 조회수 3억7000만 뷰를 기록했다.
또 유명 크리에이터에게 광고 상품을 제공해 소개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틱톡 등 숏폼에 AR 필터 기술을 적용해 재미요소를 가미했다. 지난해 말 농심은 짜파게티와 신라면 툼바를 AR 게임필터를 통해 알리기 시작했다. 170만 팔로워를 보유한 태국 현지 크리에이터 묵워라닛이 AR게임 필터를 입힌 후 타이밍에 맞춰 제품명을 말하는 영상은 현재 150만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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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 필터는 일반 SNS 유저들의 참여를 이끌어냈다. 해외 현지 일반인들이 직접 신라면 제품을 구매해 영상을 촬영하거나 크리에이터가 사용한 게임 필터를 따라하는 영상을 만들었다. 숏뜨에 따르면 실제로 동남아 지역을 기준으로 광고 캠페인에 활용된 게임 필터를 참여한 유저는 2만9000여 명으로 집계됐다. 이런 마케팅으로 농심의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 해외매출액(해외법인 및 수출액)은 전년 대비 3% 증가한 9747억원을 기록했다.
농심 관계자는 "브랜드별 광고 필요에 따라 진행하기 때문에 올해 AR 광고 계획은 현재까지는 미정"이라면서 "젊은 층이 선호하는 디지털 광고인 만큼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더 크게'…해외 대형광고 늘었다
식품업체들이 해외 현지에 있는 상징적인 장소에 대규모 광고를 진행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글로벌 소비자들에게 대표적인 한국 식품기업으로 이미지를 포지셔닝하기 위해서다. 대표적인 곳이 세계 최대의 옥외광고인 미국 뉴욕 타임스퀘어 광장 전광판이다.
CJ제일제당은 지난해 7월 뉴욕 타임스퀘어에 비비고 브랜드 광고를 8주 간 선보였다. 입체감 있는 3D 미디어아트를 통해 비비고의 로고, 슬로건, 인기 제품인 만두와 치킨을 선보였다. 같은달 제너시스BBQ도 BBQ 광고를 타임스퀘어 광장 정중앙에 있는 원 타임스퀘어 전광판에서 5주간 송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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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미국 뉴욕 록펠러센터 크리스마스 트리 점등식에는 SPC그룹이 운영하는 '파리바게뜨'의 케이크가 등장했다. 록펠러센터 크리스마스 트리 점등식은 미국에서 크리스마스 시즌의 시작을 알리는 유명 행사다. 미국 NBC가 생방송을 통해 점등식과 케이크를 TV 송출된 바 있다.
송출 효과는 입증됐다. 앞서 SPC는 지난 2023년 타임스스퀘어 전광판과 방송을 통해 파리바게뜨 케이크를 소개했고, 그해 크리스마스 시즌 미국 파리바게뜨 매출은 전년 대비 약 30% 증가했다.
수십억원도 OK
한국 드라마가 해외에서 큰 인기를 얻으면서 드라마 지식재산권(IP)를 활용한 마케팅도 활발해졌다. 식품업체들은 OTT 인기 콘텐츠와 손잡고 에디션 제품을 내놨다. 대표적인 것이 넷플릭스 콘텐츠 '오징어게임 시즌 2'이다. 업계에 따르면 오징어게임 콘텐츠 IP 제휴 비용은 수십억원에 달한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에서 한국 드라마가 인기를 끄는 만큼 그 인기에 편승하거나 성장 시너지를 낼 수 있기 때문에 부담스러운 비용을 감수하더라도 콘텐츠 IP 제휴를 진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CJ제일제당은 '비비고x오징어게임' 스페셜 에디션을 출시해 미국, 유럽, 일본 등 14개국에 선보였다. 하이트진로는 오징어게임 캐릭터를 활용한 굿즈 4종을 포함한 '참이슬 오징어게임 에디션'을 마련해 국내와 일본, 호주, 멕시코 등에 동시 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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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기업들의 해외 진출은 가속화할 전망이다. 경기 불황으로 인해 내수 시장이 위축된 반면, K 브랜드에 대한 글로벌 인기가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많은 식품업체들이 해외 현지에 공장을 세우고 있다. 이에 따라 글로벌 소비자들을 사로잡기 위한 마케팅 비용도 지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식품 기업들은 낮은 영업이익률로 인해 글로벌 마케팅 투자에 신중한 입장이었다"며 "K-푸드 열풍이 불면서 해외시장 선점을 위해 마케팅 광고 규모는 한층 커질 전망"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