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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人워치]미국·일본 휩쓴 아누아, 성공 비결은 '역발상'

  • 2025.02.24(월) 07:20

정준호 더파운더즈 CEO 스태프 리드 인터뷰
빠른 의사결정…고객 관점의 제품 개발 주효
'아누아' 성공 방정식, 차세대 브랜드에 이식

정준호 더파운더즈 CEO 스태프 리드./사진=더파운더즈 제공

바야흐로 K뷰티 전성시대다. 과거 대형 브랜드들이 거머쥐고 있던 K뷰티 시장의 주도권은 중소 인디 브랜드로 넘어갔다. A에서 Z까지 단계적으로 거치는 대기업 방식의 의사결정 구조가 아닌 인디 브랜드만의 유연하고도 신속한 문제 해결이 성장의 동력이 됐다.

K뷰티 열풍의 중심엔 더파운더즈의 스킨케어 브랜드 '아누아'가 있다. 2021년 해외에 처음 진출한 아누아는 4년이 지난 현재 전체 매출의 약 70%를 이곳에서 거둬들이고 있다. 개발 초기 단계부터 고객의 목소리를 반영한 제품 출시에 집중해 세계 최대 화장품 시장인 미국과 일본에 빠르게 안착했다.

하지만 더파운더즈는 아직 목마르다. 이제는 아누아를 이어갈 또 다른 글로벌 K뷰티 브랜드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정준호 더파운더즈 CEO(최고경영자) 스태프 리드를 만나 넥스트 아누아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K뷰티 선도 기업

더파운더즈는 2017년 스타트업으로 출발했다. 출범 당시엔 반려동물 라이프스타일 브랜드인 '프로젝트21'를 앞세웠다. 반려동물의 100살을 의미하는 21을 브랜드명에 녹여 '21살까지 건강하게'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이때만 하더라도 스타트업의 외부 자금 유치는 꽤 활발했다. 스타트업들은 자금 여력이 부족한 만큼 외부로부터 받은 투자금을 통해 매출 볼륨을 높이고, 시장 장악력을 키워나가는 것이 대세였다. 다만 이 같은 방식은 자칫 '밑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수 있었다.

프로젝트21 '고양이 선인장 정수기'./사진=프로젝트21 공식 홈페이지 캡처

이때문에 더파운더즈는 외부 투자 대신 크라우드 펀딩(온라인 소액투자 중개)에 나섰다. 첫 제품인 '고양이 선인장 정수기'의 1억원어치 주문을 미리 받아 초기 자본을 확보했다. 이 자본을 바탕으로 더파운더즈는 고객 피드백을 받았고 이를 반영한 제품을 정식으로 출시했다. 그 덕분일까. 현재 이 제품은 매월 수억원의 판매고를 올리고 있다.

프로젝트21로 자본력을 확충한 더파운더즈는 2019년 아누아를 론칭하며 본격적인 사세 확장에 나섰다. 특히 론칭 2년 만에 일본 화장품 시장에 도전장을 내민 점이 주효했다. 세계적으로 K컬처 인기는 물론 코로나19로 색조보다 기초 화장품에 대한 수요가 높은 시기였고 이를 집중 공략했다.

일본 오토코스메에서 열린 아누아의 팝업스토어./사진=더파운더즈 제공

정 리드는 "장기적으로 성공 가능성이 높은 시장을 돌아보니 인접 시장인 일본이 먼저 보였다"며 "K뷰티에 대한 선망, 여러 구매 활동들이 활발히 일어나고 있다는 점에서 기회를 봤다"고 말했다.

일본에서의 성공을 이어갈 '제2의 수출국'으로는 미국을 낙점했다. 일본 화장품 시장 규모가 우리나라의 두 배 수준이라면 미국은 7배에 달했다. 당초 온라인 중심으로 인지도 제고에 나섰던 아누아는 현재 세포라를 비롯해 '한국의 올리브영'으로 불리는 울타뷰티 매장 1400여 개에 입점하는 등 오프라인 채널 공략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그는 "미국은 소위 '유리알 피부'라고 하는 우리나라의 글래스스킨에 대한 관심이 높은 국가였다"면서 "스킨케어에 4~5개 제품을 사용하는 한국과 달리 미국 현지 소비자들이 바르는 화장품 개수는 2~3개로 적은 편이라 더 빠른 침투가 가능했다"고 설명했다.멈추지 않는다

진출국마다 성공을 거듭한 더파운더즈은 최근에는 넥스트 아누아를 만들기에 몰두하고 있다. 이미 글로벌에서 탄탄한 입지를 구축하고 있는 화장품을 이을 다음 타자 찾기에 고심하고 있다. 다음 아이템으로는 헤어케어 제품이 유력할 것으로 보인다. 더마 케어 솔루션 브랜드 '프롬랩스'에 눈길이 가는 이유다.

프롬랩스는 철저히 고객의 니즈를 반영해 신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다양한 성별, 연령대를 가진 고객 자문단을 통해 최소 200회 이상의 샘플 테스트를 거친 뒤 시장에 선보인다. 기존의 좋은 효능을 가진 성분들을 바탕으로 제품을 출시하고, 단계적인 리뉴얼을 거쳐 완벽한 제품을 만드는 방식과는 사뭇 다른 접근법이다.

프롬랩스 더블 트리트먼트 세트./사진=프롬랩스 공식 홈페이지 캡처

정 리드는 프롬랩스의 새로운 기회를 글로벌에서 찾고 있다. 내수보다 해외에 성장 요인이 더 많아서다. 당장 유의미한 성과를 내기보다 안정적인 성장을 해나갈 수 있는 브랜드력을 갖추는 것을 우선순위로 두고 있다. 올해 안에 프롬랩스를 해외 시장에 진출시키겠다는 자신감도 드러냈다.

그는 "넥스트 아누아를 육성하는 건 중요한 일"이라며 "헤어케어 시장이 가장 고도화된 곳은 미국이다. 글로벌 브랜드를 중심으로 자리를 잡은 상황이지만, 한국 브랜드가 성장한 케이스가 제한적이라 더욱 탐나는 시장"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통해 정 리드가 궁극적으로 원하는 목표는 한국의 P&G다. P&G는 미국의 대표적인 유통 기업이자 글로벌 소비재기업이다. 럭셔리 화장품 브랜드 'SK-II', 샴푸 '팬틴', 섬유탈취제 '페브리즈', 섬유유연제 '다우니' 등 핵심 브랜드들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

정준호 더파운더즈 CEO 스태프 리드./사진=더파운더즈 제공

그렇다면 그가 한국의 P&G를 만들기 위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건 무엇일까. 바로 직원들의 '온보딩(조직 사회화)'이다. 각기 다른 백그라운드(배경)를 가진 사람들이 하나의 팀을 이뤄 이어달리기를 무사히 완주하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정 리드는 "오랜 기간 손발을 맞춰왔던 사람들이 아니기에 그동안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전제들이 이곳에 오면 다 다르게 느껴지기도 한다"면서 "당연했던 게 의심이 되는 순간도 있어 다음 주자에게 바통을 넘겨주는 과정이 매끄럽지 못할 수도 있다. 고객 관점으로 일을 하다보면 순서는 늘 파괴되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이어 "하나의 질문을 끊임없이 물고 늘어져서 의미 있는 결과값을 도출해내는 인재들이 있다. 이런 인재들이 온보딩되면 회사도 함께 성장한다"며 "CEO 스태프팀도 조직 내에서 프로젝트를 시행하는 도중에 문제에 봉착했을 때 이를 해결하기 위해 아낌없는 지원에 나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중소 인디브랜드들에게 글로벌 진출에 대한 희망을 잃지 말라는 조언도 잊지 않았다. 정 리드는 "앞으로 아누아와 같은 브랜드들은 계속해서 나올 것이고 K뷰티의 밸류체인과 유통사들의 성장도 멈추지 않을 것"이라면서 "자연스럽게 소비자들은 새로운 브랜드를 찾을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정 리드는 "K뷰티의 영향력이 커질 수록 견고한 인프라가 구축돼 글로벌에 접근하기는 더 수월해진다. 자본을 지출하지 않아도, 특정 팀을 꾸리지 않아도 에이전시와 벤더 등 진출할 수 있는 루트가 다양해지고 있다"며 "K뷰티를 제조하는 국내 제조업자개발생산(ODM) 기업까지 성장을 거듭할 경우 공장 투자없이도 좋은 제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만들 수 있어 앞으로 K뷰티의 성공 사례는 더 많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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