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업계가 '새벽배송 허용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정부와 여당이 최근 급변하는 환경에 맞춰 오프라인 유통 규제를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기 때문이다. 업계는 지난 2012년 이후 14년간 영업 제한 규제로 어려움을 겪은 만큼 이번 제도 변화를 새로운 전환점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힘들다 힘들어"
현행 유통산업발전법의 핵심은 자정부터 오전 10시까지 대형마트의 영업 및 배송 금지, 월 2회 의무휴업을 강제하는 데 있다. 과거 법을 제정하던 당시 오프라인 경쟁 구도가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으로 양분화했기 때문이다. 이에 전통시장 보호와 골목상권과의 상생 등이 정책의 목표가 되면서 대형마트를 둘러싼 규제가 본격화됐다.
그러나 시대가 변화하면서 시장 판도 역시 달라졌다. 기존에는 오프라인이 소비의 중심 축이었다면 현재는 온라인이 주류가 됐다. 소비자는 시간과 장소의 제약이 없는 온라인 플랫폼으로 빠르게 이동, 새벽배송과 당일배송은 일상으로 자리 잡았다. 대형마트에만 규제를 적용하는 것이 현대 소비 패턴과 괴리돼 있다는 지적이 나오게 된 배경이다.
실제로 주요 대형마트 업체들은 최근 몇 년간 온라인에 수요를 빼앗기면서 성장이 정체됐다. 일례로 이마트(할인점)의 지난해 총매출은 11조6484억원으로 전년(11조6665억원)보다 소폭 감소했다. 같은 기간 롯데마트는 6조1596억원에서 6조446억원으로 1.9% 감소했다. 기존 오프라인 집객 모델이 한계에 직면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대형마트의 출점 속도도 둔화했다. 이마트는 코로나19로 온라인 소비가 확산한 2019년 이후부터 지난해까지 총 9개점을 폐점했다. 같은 기간 롯데마트 역시 125개였던 운영 점포 수를 지난해 말 112개로 줄였다. 그러는 동안 이들 대형마트가 5년 간 새롭게 오픈한 점포는 각각 2개에 그쳤다. 외형 확장 대신 수익이 나지 않는 점포를 과감히 정리하는 등 효율화에 방점을 찍은 셈이다.숨통 트이나 했는데
업계에서는 이번 규제가 완화될 경우 점포 기반 '라스트 마일(배송 마지막 단계)' 전략을 본격화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이 중에서도 신선식품 카테고리에서 두각을 보일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주거지역과 인접한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SSM)이 산지 직송, 당일 입고 체계를 갖추고 있어 신선도가 중요한 상품에서 경쟁 우위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게 이유다.
전국 단위 오프라인 네트워크를 보유한 것도 이점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점포를 마이크로 풀필먼트센터(MFC)처럼 활용할 경우 배송 동선을 단축할 수 있는 건 물론 재고 회전율을 높일 수 있어서다. 이는 단순 가격 경쟁을 넘어 이커머스와는 또다른 고객 경험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지점으로 평가된다. 여기에 새벽배송에 소외된 비수도권과 외곽 지역의 소비자 편익도 크게 향상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규제 완화가 곧바로 실적 개선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에는 신중론이 적지 않다. 기존 점포를 새벽배송 체계에 맞추기 위해서는 고도의 자동화 설비와 정보기술(IT) 시스템 등 인프라 구축이 필수다. 또 새벽배송에 따른 추가 매출이 배송 인력과 물류 운영에 들어가는 비용을 상쇄할 수 있을지 미지수라는 의견도 많다.
이해관계자 간 갈등도 풀어야 할 숙제다. 대형마트와 마찬가지로 소상공인과 전통시장 역시 신선식품이 주력이다. 직접적인 경쟁 심화를 초래할 수 있는 만큼 교착 상태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다.
이를 조율하기 위해 정부는 최근 대형마트 새벽배송 허용 품목에서 신선식품을 제외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반쪽짜리 규제 완화'라는 점에서 대형마트의 반발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향후 새벽배송은 온·오프라인 규제 균형, 유통산업 전반의 경쟁력 제고, 지역 상권 상생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는 것이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논의는 여러 규제 중 작은 부분이 완화되기 시작했다는 것과 대형마트가 새벽배송을 비즈니스 모델로 활용할 수 있는 기회가 열렸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다"면서도 "하지만 단기간에 쿠팡과 같은 선도 사업자를 따라잡기 쉽지 않은 데다, 투자 규모와 전략 실행 속도에 따라 성과도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당장은 기존 주간 배송의 효율을 높이면서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며 "법 개정이 현실화할 경우 이에 따른 본격적인 투자와 전략 재정비에 나서려고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