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중앙회에서 금융부문 계열사를 떼는 신용-경제부문 분리 과정에서 주축인 농협은행이 금융기관으로서의 정상적인 내부통제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은행 내부적으로 하지 못하도록 한 파생상품 거래가 182회나 거래되고 해외 부동산펀드에 투자하면서는 전결 범위를 넘어 마구잡이로 투자했던 사실이 적발됐다.
금융감독원은 11일 농협은행을 종합검사한 결과 이 같은 내용을 적발해 농협은행에 250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하고 기관주의와 함께 정직 1명을 포함해 총 28명을 징계했다고 밝혔다. 이번에 적발된 사항들은 2007년 중순부터 2012년까지 벌어진 것이다.
은행 내규에서 금지한 파생상품을 거래한 시기는 2011년 2월부터 9월까지다. 이 기간에 농협은행의 파생상품 딜러는 미국 달러 라이보(Libor) 스프레드 거래를 182회 거래했다. 48억 800만 달러어치를 거래해 19만만 달러(218억 원 상당)의 손실을 봤다. 거래에서는 이익이나 손해를 볼 수 있지만, 이 파생상품은 농협은행이 내부적으로 취급을 제한한 파생상품이었다.
은행은 딜러가 마음대로 180여 회를 거래하는 동안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323회에 걸친(2010년 1월~2011년 11월) 해외금리선물 파생상품의 거래조건(계약 수, 거래가격 등)을 전산시스템에 허위로 입력해 딜러의 성과평가를 좋게 받아낸 사실도 적발했다. 제출된 성과가 정상적이었는지조차 은행의 간부들은 파악하지 못했다.
이에 앞서 2007년 6월부터 2009년 5월까지는 해외 부동산펀드에 3300만 달러(389억 원 상당)을 투자하면서 전결규정을 위반해 투자 의사결정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차입레버리지형 펀드는 투자원금이 전액 손실될 위험이 있고 펀드(지분)를 처분할 수 있는 거래시장이 없어 사실상 손절매가 불가능한데도 적절한 회수방안 등을 마련하지 않아 투자원금의 85.8%인 2830만 달러(330억 원 상당)의 감액손실을 초래했다고 금감원은 설명했다.
이처럼 고도의 금융기법이 활용되는 금융상품이 농협의 조직 분할이라는 혼란한 틈에 집중적으로 발생한 것이다. 농협이 신용-경제 부문을 실제로 분리하는 과정에서 은행업의 기본적인 리스크관리 등 내부통제시스템이 정상적으로 가동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신경분리를 기본 골자로 한 농업협동조합법 개정안은 2011년 3월 국회를 통과했고, 2012년 3월 농협금융이 본격적으로 출범했다. 농협은행은 출범과 함께 신충식 행장이 맡아오고 있다.
또한 내부적으로 금지한 파생상품이나 해외 부동산펀드 투자 등은 그동안 시중은행과는 다르게 농협금융에 치중해온 농협은행의 능력을 벗어난 투자행태가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투자와 관련된 전문성과 리스크 관리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몇몇 딜러가 임의로 투자에 나서고 은행 내에서는 이를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이를 방증한다는 분석이다.
금감원은 이 밖에도 △여신을 취급하면서 제3자를 부당하게 연대보증으로 세우거나 △신용카드회원을 모집하면서 과도하게 경품을 주고 △대출 만기를 연장하면서 금리 변경 통지를 철저히 하지 않은 사실도 적발했다. 금감원은 이런 적발내용을 근거로 농협은행에 기관주의와 함께 250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하고 정직 1명을 포함해 견책 1명, 주의(상당) 24명을 징계했다. 2명에 대해선 과태료(500만 원)를 부과했다. 은행 내부 직원을 무관하게 신용카드 모집인 7명에 대해서도 과태료 250만~500만 원을 부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