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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부자!] 1-③부자 왈 “100억 원은 있어야…”

  • 2013.07.29(월) 08:00

1부 - 상위 1%를 향한 꿈


“부자라니요? 그냥 먹고살 만합니다.” 이 말은 참일까, 거짓일까?

우리나라 부자들은 보통 자신이 부자라는 말에 고개를 절레절레한다. 겸손이거나 돈이 더 필요하다는 뜻이다. KB경영연구소와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금융자산이 10억 원을 넘는 부자 중 70%는 자신을 부자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총자산이 50억~100억 원을 보유한 사람도 스스로 부자라고 생각하는 비율은 35%에 그쳤다.

이런 현상은 우리나라 부자들의 부에 관한 기대 수준 자체가 매우 높기 때문. 겸손이라기보다는 돈이 더 필요하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심리 분석에 탁월하다는 연세대 황상민 교수의 표현대로 하면 ‘배고픈 부자’들이 그만큼 많다는 얘기다. 부자들이 희망하는 부의 규모는 스스로 세운 목표 자산 계획을 보면 미뤄 짐작할 수 있다.

부자들의 총자산을 순위대로 세워 가장 중간에 있는 부자의 자산 총액(중앙값)은 42억 원(KB경영연구소). 금융자산만 10억 원을 넘게 가진 부자의 부동산 등 나머지 자산 값어치를 모두 더하고, 그 순위가 맨 중간인 부자의 총자산이 42억 원쯤 된다는 얘기다. 이들이 희망하는 목표 자산 중앙값은 80억 원.

지금보다 두 배 가까이 돈을 더 불려야 부자 소리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단순 계산으로는 금융자산만 20억 원은 있어야 부자라 할 수 있다는 말이다.


 


실제로 이들은 스스로 부자로 불리기 위해 있어야 할 총자산을 100억 원(중앙값)으로 봤다. 부자들의 희망 목표 자산 규모는 50억~100억 원 31.3%, 100억~150억 원 37.7%, 150억~300억 원 15.4%, 300억 원 이상 9% 등으로 조사됐다. 조사 응답자의 62%가 ‘최소 100억 원’이라 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 결과도 비슷하다. 응답자의 중간값 기준으로 최소 100억 원 이상의 자산 보유자를 부자로 봤고, 극단 치를 제외한 평균은 114억 원이다.

주목할 것은 100억 원 이상이라고 답한 비율이 전년 48%에서 55%로 늘었다는 점. 일반인보다 돈 불리는 속도가 더 빠른데도 이들의 배는 점점 더 고프다는 것이다. 벌면 벌수록 더 필요한 것이 돈이라는 말이다. 인간의 욕망은 그 끝을 알 수 없다는 얘기인지도 모른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 박진호 팀장은 “아무리 부자라 하더라도 자신의 현 수준에 만족하지 않고 눈높이가 계속 높아진다는 일반적인 인식과 들어맞는다”면서도 “안정적인 소득창출에 대한 욕구 불만이나 심리적 불안이 반영된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자산가격이 내려가 부자들이 희망 목표 자산 규모를 더 늘려 잡고 있다는 해석이다. 이들이 이런 목표로 덜 쓰면서 공격적인 자산운용에 나설 것으로 보여 금융회사들이 촉각을 곤두세운다. 금융회사들이 부자 연구를 계속하는 이유다. 부자와 일반인의 격차는 더 벌어질 수밖에 없다. 고소득층의 소비를 통한 경제 회복 기대감은 점점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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