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안을 내놨다.
골자는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가 기업금융 활성화다. 자동차금융이나 가계 신용대출 등 소매금융보단 실물경제 지원에 더 집중할 수 있도록 유도하겠다는 취지다. 효성캐피탈 사례가 재연되지 않도록 대주주의 사금고화 차단 장치도 강화했다.
반면 기업금융 활성화는 알맹이가 없다는 반응이다. 기업금융을 외치면서 정작 오토론(자동차 구매자금 대출) 취급 제한을 없애 법 개정 취지에 어긋난다는 평가와 함께 현대캐피탈 구하기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 사금고화 차단 강화
금융위는 대주주와 여전사 간 거래를 제한해 사고금화 차단에 신경을 썼다. 우선 대주주 등에 대한 신용제공 한도가 현재 자기자본의 100%에서 50%로 줄어든다. 대주주가 발행한 주식•채권 보유 한도가 신설돼 자기자본의 100% 이내로 제한된다.
대주주가 다른 회사에 출자할 땐 아예 신용제공이 금지된다. 계열사 부실이 전이될 위험을 사전에 없애겠다는 취지다. 금융위는 더 나아가 동일인 여신한도 규제 등을 새로 도입해 특정기업이나 개인에게 거액의 여신이 공급되지 않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이번 조치는 효성캐피탈이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효성 대주주 일가는 2004년부터 2010년까지 효성캐피탈에서 수천억 원을 불법으로 빌리면서 사금고화 논란을 낳은 바 있다.
◇ 기업금융 활성화 초점
자동차금융이나 개인 신용대출 등 주로 소매금융 영역에 집중된 여전사의 기업금융 기능도 강화한다. 우선 현재 리스와 할부, 신기술사업금융 등으로 나뉜 여전사의 등록단위를 기업여신전문금융업 하나로 합친다.
최소 자본금 요건도 200억 원으로 완화한다. 지금은 3개 업무를 모두 영위하려면 400억 원이 필요하다. 신기술사업금융만 전업으로 하는 신기술사업금융전문회사는 자본금 50억 원만 있으면 차릴 수 있도록 했다. 부동산리스 업무 범위도 확대한다.
사실상 구분이 무의미한 업종 칸막이를 없애고, 자본금를 비롯한 규제 장벽을 낮춰 은행이나 자본시장 접근이 어려운 창업•중소기업과 개인사업자 등에 대한 지원을 늘리도록 유도하겠다는 취지다.
◇ 알맹이 없는 기업금융
반면 기업금융 활성화 대책이 너무 추상적이란 평가도 나온다. 칸막이를 없애고, 일부 업무 제한을 풀긴 했지만 새로운 먹거리가 되긴 충분치 않다는 얘기다. 한 캐피탈사 관계자는 “현재 60여 개 여전사가 영업하고 있는데 기업금융 시장에 그만큼 먹거리가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오토론을 본업 비율 규제에서 뺀 것도 법 개정 취지에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금융위는 이번에 본업 비율 규제를 총자산 기준으로 바꾸면서 오토론을 대상에서 제외했다. 지금은 가계 대출업무가 본업(리스•할부•신기술사업금융)의 자산 규모를 넘지 못하도록 제한하고 있다. 오토론 역시 가계 대출로 간주해 한도를 규제하고 있다.
반면 개정안에선 가계 신용대출이 총자산의 20%(자산 2조 원 이상 대형사는 10%)를 넘지 못하도록 기준이 바뀐다. 가계 신용대출을 현 수준에서 크게 늘리지 않으면서 기업금융에 집중하도록 유도하겠다는 취지다. 당장 신용대출 비중이 높은 씨티캐피탈이나 SC캐피탈, 롯데캐피탈 등은 3년 이내에 초과분을 해소해야 한다.
◇ 오토론만 더 활성화?
그러면서도 오토론은 아예 가계 대출에서 제외해 법 개정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토론과 성격은 비슷하면서도 본업으로 인정받고 있는 자동차 할부와 형평성을 맞추겠다는 차원이지만 오히려 자동차금융 집중 현상을 더 심화시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일부에선 현대캐피탈 구하기가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현대캐피탈은 지난해 가계 대출업무 한도가 다 차자 오토론을 본업인 자동차 할부상품인 것처럼 속였다가 제재를 받은 바 있다. 그런데 이번에 오토론 한도가 아예 없어지면서 마음껏 늘릴 수 있게 됐다.
금융위 관계자는 “이번 개정안은 여전업이 기업금융과 실물경제 지원에 특화할 수 있도록 초점을 맞췄다”면서 “현재 자동차금융 시장의 구조상 한도를 없앤다고 해서 오토론이 갑자기 늘어나진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