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맞는 카드는 뭘까? 카드사 홈페이지에도 들어가 보지만 수많은 신용카드에 놀라고, 혜택과 조건들이 나열돼 있는 빽빽한 글씨들 때문에 또 한 번 놀란다. 골치아프다. 그리곤 포기한다. '에이 그냥 은행 창구 직원이 추천해 주는 걸로 적당히 하나 만들지 뭐.' 이렇게 만들고 나면 사실 내 카드에 어떤 혜택이 있는지 정확히 알지도 못하고 쓰게 된다. 사실 조건들도 너무 복잡하다. 카드 하나 만들기 참 어렵다. 각 카드사들이 브랜드 카드를 선보이면서 소비자들의 이런 고민을 해결해 주고 있다. 브랜드 카드의 등장과 그에 따른 상품 라인업 단순화와 특화된 서비스에 대해 카드사별로 정리해본다. [편집자]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카드 하나 만들려면 따져볼 게 한 두 가지가 아니었다. 지금은 어떨까. 일단 깔끔하게 정리된 듯 보인다. 국민카드는 한글카드, 삼성 숫자카드, 우리 가나다카드, 현대 챕터2 식으로 나오니 말이다. 카드이름도 귀에 쏙쏙 들어오고, 카드 종류도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브랜드 카드의 등장이다. 각 카드사들이 나름대로 고객의 성향을 분석해 몇 장의 카드로 압축해놨다. 고객들 입장에선 수십 개 수백 개의 카드 중 고르지 않아도 되고 몇 개의 카드 중에 나한테 맞는 카드를 고르면 끝! 훨씬 간편하다. 복잡하고 머리 아픈 걸 싫어하는 현대인들의 트렌드에 맞춘 카드사들의 전략이 녹아 있다.
이런 브랜드 카드의 등장으로 궁극적으로는 하나의 브랜드 틀 안에서 라인업을 단순화하고, 서비스는 특화할 수 있게 됐다. 카드의 종류를 줄이는 대신에 한 카드에 특성화된 서비스들을 응축해 놓은 것이다.
◇ 카드가 브랜드를 입었네
브랜드 카드라 하면 과거엔 현대카드 M을 시작으로 한 알파벳 카드 정도였다. 이제는 대부분의 카드사들이 브랜드 카드를 내놓으면서 하나의 트렌드처럼 자리 잡았다.
현대카드는 A에서 Z까지 알파벳 카드를 내놓은 지 10년 만에 리뉴얼 한 '챕터2'를 선보였다. 삼성카드는 1부터 7까지의 숫자로 이름 붙여진 이른바 '숫자카드'를 내놨고, 이 트렌드에 가장 최근 합류한 국민카드는 훈, 민, 정, 음, 가온, 누리 총 6종의 한글카드를 지난해 12월 선보였다. 우리카드 역시 기존 주력카드였던 V카드의 세대교체 버전인 가나다 카드를 출시했다.
신한카드는 상품은 아니지만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상품개발체계를 만들었는데 여기에 '코드 나인(9)'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소비패턴별로 남녀 각각 9 개 그룹으로 나눴다. 앞으로 나올 신상품은 이 코드나인이라는 틀 안에서 만들어지게 된다.
일단 이름이 쉬운 게 강점이다. 국민카드의 예를 들어보자. 와이즈카드, 포인트리카드, 잇플레이카드 등 카드의 종류도 많거니와 이름도 어렵다. 지금은 훈민정음 등 한글카드로 단순화됐다. 소비자의 각인도 빠르다. 코드나인하면 신한카드를, 가나다하면 우리카드를 바로바로 연상할 수 있다. 브랜드의 효과인 셈이다.
◇ 단순한게 먹힌다, 대신 서비스는 '집중적으로'
▲ 브랜드카드의 선두주자 현대카드는 기존 상품 포트폴리오를 개편, 캐시백과 포인트에 중점을 둔 챕터2를 선보였다. |
카드사들은 궁극적으로 여러 상품을 하나의 브랜드로 묶으면서 상품체계를 단순화하는 등 포트폴리오를 재조정했다. 앞서 언급했듯 복잡한 것을 싫어하는 현대인들의 트렌드에 맞춰 쉽고 편리하게 고르고 쓸 수 있도록 모든 역량을 응집해 놨다고 볼 수 있다.
현대카드는 기존 상품 포트폴리오를 전면 개편한 챕터2를 선보이며 포인트와 캐시백이라는 단 두 가지의 기준만으로 상품을 선택할 수 있게 했다. 포인트 혜택을 원하면 현대카드 M에디션 2 시리즈 가운데 하나를 택하면 되고, 캐시백을 원한다면 X시리즈를 고르면 그만이다.
라인업을 단순화하는 대신 카드사용처에 상관 없이 포인트 적립 또는 캐시백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집중화된 서비스를 제공한다.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가맹점인지 아닌지, 서비스 횟수나 한도제한에 걸리는지 등을 따져볼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국민카드의 한글카드는 어떨까. 라이프스타일 별로 교육서비스 맞춤 훈 카드, 생활 중심의 민, 쇼핑 특화 정, 외식 특화 음 등 4개로 나눈 훈민정음 카드를 내놨다. 이것마저 고르기 귀찮다면 모든 가맹점에서 포인트를 적립해주는 가온카드, 혹은 할인해주는 누리카드인 가온·누리 카드 두 가지 중 선택하면 된다.
우리카드도 기존 130여 종의 카드를 6종의 카드로 재구성한 가나다카드를 선보였다. 기본적으로 할인형과 포인트형으로 나누는 건 똑같다. 여기에 상품별로 주요 업종에서 혜택을 받을 건지, 내가 선택한 5개 업종에서 받을 지, 아니면 혜택의 폭은 좁더라도 모든 가맹점에서 혜택을 받을지에 따라 가·나·다 세 가지로 나눈다.
롯데카드와 하나SK카드는 브랜드 카드는 아니지만 주력카드를 2개로 분류, 단순하면서 집중화된 혜택을 제공하는 트렌드에 맞춰 나가고 있다. 롯데카드는 포인트와 캐시백에 강점을 갖는 상품으로 각각 벡스(VEEX)카드와 캐시백플러스카드를 주력 상품화하고 있다. 두 상품 모두 혜택을 받기 위해 일일이 요건들을 따질 필요 없이 단순화한 게 특징이다.
하나SK도 고객들이 많이 쓰는 7대 업종에서 할인 폭을 넓힌 클럽SK카드와 전월 실적이나 할인 한도 등 조건 없이 모든 가맹점에서 할인해 주는 스마트 디씨(DC)카드로 주력카드를 단순화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파는 사람이나 사는 사람 즉, 카드사나 고객 모두 알기 편하고 쓰기 편한 것을 선호하는 추세"라며 "기본적으로 포인트 제공과 할인혜택이라는 양대 축을 중심으로 단순화한 상품들을 내놓고, 이를 업데이트 해 가는 게 요즘 분위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