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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심장마비 온 금융, 새 치료법 찾아라(끝)

  • 2015.10.16(금) 10:07

[길 잃은 금융개혁]④
너도나도 한 마디, 혼란만 가중
"새 틀로 핵심 과제 정해야"

"금융에 심장마비가 오는데, 피부병에서 원인을 찾고 있다." (김영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은행이 일찍 문을 닫으면 불편한 부분이 있다. 고객 서비스 위주로 가야 한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15일 국회 경제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최경환 경제부총리와 야당 국회의원들이 '금융개혁'을 두고 설전을 벌였다. 최 부총리가 '은행들이 4시에 문을 닫는다'고 비판한 것이 도마 위에 올랐다. 야당 의원들은 오히려 관치금융과 낙하산 인사가 금융 경쟁력 저하의 원인이라고 지목했고, 최 부총리는 금융권의 구조가 노동조합에 치우쳐 있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 진단은 명확하게

우리나라 금융의 경쟁력을 두고 곳곳에서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우간다보다 못한', '노 측의 힘이 강하고 4시에 문을 닫는', '낡은 규제에 안주하는', '낙하산 인사와 관치에 물든' 등 금융을 비판하는 수식어가 부쩍 많아졌다.

너도나도 나서서 금융을 진단하겠다고 나서는데, 결론은 제각각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주로 금융권의 보신주의를 꺼내 든다. 야권과 노 측,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낙하산 인사와 관치를 지목한다. '우간다보다 못한'이란 수식어는 세계경제포럼(WEF) 금융경쟁력 평가에서 점수를 짜게 준 기업인들의 속마음이다. 

서로 시각이 다르니 적절한 처방에 대한 건설적인 토론보다는 누구의 진단이 옳고 그르냐는 논쟁에만 에너지를 쏟는다. 김문호 금융노조 위원장이 한 인터뷰에서 "당·정·청 간에도 금융개혁의 요체가 다 다르다"고 지적한 것을 되새겨볼 만하다. 야당과 기업인, 소비자의 의견이 각각 다른 것은 차치하더라도, 금융개혁을 주도하는 당과 정부, 청와대가 각각 다른 얘기를 하고 있으니 혼란만 남는다는 지적이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당·정·청이 금융개혁의 구체적인 내용을 공유하고, 금융사의 공감대를 끌어내려고 해도 시간이 모자랄 텐데 서로 딴소리를 하는 인상을 주니 신뢰가 생길 리 없다"고 지적했다.

◇ 처방은 간결하게

금융개혁을 직접 추진하는 금융당국은 정치권과 여론의 눈치를 보느라 '만능 약'을 만들겠다고 한다. 금융위원회가 내놓은 금융개혁 추진방향을 보면 여러 목소리를 집대성한 인상을 줄 정도로 방대하고 복잡한 내용을 담고 있다.

이는 임종룡 금융위원장의 최근 금융개혁회의에서 한 발언에서도 드러난다. 그는 14일 회의에서 ▲금융개혁 가속화 ▲금융사 상품개발 자율성 보장 ▲내부통제 강화 ▲소비자 보호 강화 ▲신상품 개발 ▲금융 외연 확대 ▲보수적 영업행태 탈피 등을 모두 싸잡아 앞으로 금융개혁의 과제로 꼽았다.


금융개혁의 과제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새누리당이 최근 '금융개혁 태스크포스(TF)를 신설하기로 하면서다. TF는 그동안 정부가 추진해온 과제들을 보고받고, 업무권역별 협회 간담회를 열어 새 과제를 더 할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모든 것을 하려다가는 아무것도 못 한다"고 입을 모은다. 금융당국의 한 고위 관계자는 "금융개혁이라고 하면 모든 주제를 다 넣을 수 있는 것 아니냐"며 "그렇다 보니 요즘에는 하는 일 없이 바쁘기만 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말한다.

◇ "금융개혁 수정 필요"

명확하고 간결한 금융개혁 방안을 논의하기에 앞서 오랜 기간 뿌리 박힌 관행부터 바꿔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을 새겨들을 필요가 있다.

우선 정치권과 정부가 비교적 다루기 쉬운 금융권을 관치와 낙하산 인사 등을 통해 정책 도구로 삼는 관행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최경환 부총리의 '오후 4시 마감' 발언 이후 은행들은 금세 '변형근로시간제 확대'를 검토하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다. 이에 앞서 정부가 '청년 일자리 창출'에 목소리를 높이자 금융권에선 CEO들이 연봉을 반납하겠다고 선언하고 청년희망펀드 띄우기에 나서기도 했다.

서병호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 14일 국회입법조사처가 개최한 세미나에서 "낙하산 인사는 전문성이 부족하고 대단한 일을 하기 힘들고 재임할 가능성도 작아서 장기투자를 안 할 가능성이 크다"며 "모든 임직원이 기업가 정신을 가지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개혁의 방향성 자체를 수정해야 한다는 지적들도 있다. 신성환 한국금융연구원장은 "지금까지의 금융개혁이 지나치게 서비스 공급자 입장에서 진행됐다"고 지적했다.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은 "한국 금융의 문제는 자본시장이 제대로 발달을 못 했다는 점"이라며 "금융에 삼성전자가 없다고 하지만 투자은행(IB)이 크면 금융의 삼성전자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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