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한 지 3개월이 됐지만, 단순 가격 비교에 의존해 실망하셨죠? 그래서 오늘은 제가 이용하는 곳을 알려드릴게요."
"보험다모아와 같은 의미로 해석하시면 됩니다. 인터넷으로 정보를 알아본다는 점에서 같은 역할을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것이죠."
금융위원회가 의욕적으로 추진해 내놓은 보험상품 비교사이트 '보험다모아'.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19일 "보험다모아에 35만 명이 들어왔다"며 "초기 단계에서 성공했다"고 자평했다. 그러나 미완의 시스템 탓에 초반의 관심이 사그라지고, 이를 틈타 여러 광고 글이 성행하는 등 시장이 혼탁해지고 있다는 우려도 있다.
◇ 보험다모아 유사 사이트에 광고 글까지
한 포털 사이트에 '보험다모아'라는 키워드로 검색하면, 유사 사이트 수십 개가 나온다. 이중 맨 위에 소개하는 공식 보험다모아 홈페이지(www.e-insmarket.or.kr) 외에는 인터넷 보험대리점(GA)들이 운영하는 광고성 사이트다. 막상 클릭해서 들어가면 '보험몰' 등 다른 이름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많은 사이트에서 '보험다모아'라는 정식 명칭을 쓴다.
▲ '보험다모아' 검색 결과. |
이뿐만 아니다. 금융위의 보험다모아를 소개하는 듯한 블로그 글과 일부 언론 광고성 기사엔 사실 유사 광고 사이트 정보가 담겨 있다. 이런 글에선 정부의 보험다모아에 대해 "정부의 보험다모아가 단순 가격에 의존하고 있어 실망했다면, 이 사이트에 가보라"며 소비자를 유인하고 있다. 이런 사이트엔 실제 객관적인 비교 기능이 아닌, 대리점에서 판매하는 상품 광고만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일부 보험대리점들이 '보험다모아'라는 키워드로 광고 사이트를 쏟아내고 있지만 이를 딱히 제어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며 "그래서 검색하면 공식 홈페이지가 맨 위에 뜨게 하는 조처를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결국 당분간 소비자가 유의해야 한다"며 "추가 보완 대책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 실제 허점 많은 보험다모아
이런 광고성 사이트와 글은 보험다모아의 '약점'을 꼬집으며 장사하고 있다. 이런 식의 '유인 광고'는 보험다모아가 아니더라도 포털 사이트에서 흔한 모습이긴 하다. 그러나 실제 보험다모아에 여러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다는 게 문제다. 보험료 검색 조건이 단순해 실제와 차이가 나거나, 가격이 낮은 순서대로 상품을 나열하다 보니 일부 업체가 꼼수를 쓰는 등의 문제점이 지적된다.
예를 들어 자동차 보험의 경우 차종과 가입경력 등의 세부 항목이 단순해 실제 가입하는 과정에서 가격을 다시 책정해야 하고, 보험료는 더 오른다. 보험료에 영향을 미치는 차량명이나 연식, 사고 이력, 마일리지 특약 등 세부 사항 선택이 불가능해 실제 가입 보험료와 차이가 난다. 연금보험이나 보장성보험의 경우에도 남자 40세 월납을 표준으로 제시하고 있어, 선택의 근거로 활용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있다. 이런 보험료는 나이와 성별 등에 따라 차이가 난다.
▲ 보험다모아 자동차보험 검색 조건 캡처 화면. |
결국, 소비자 입장에선 보험다모아에서 실제 상품을 선택하기 어렵다고 판단할 수 있고, 보험사의 가격 눈속임까지 더 해지면 보장의 질도 충족하지 못할 우려가 크다. 이런 상황을 반영하듯 보험다모아 방문자는 개장 첫날 6만 명에 달했지만 이제 하루 8000명 정도로 줄었다.
◇ "운전자 개별 특성 반영 등 조속히 보완"
업계에선 보험다모아의 취지는 좋다고 입을 모은다. 소비자에게 어렵게 느껴졌던 보험 상품과 가격을 직접 비교할 수 있으니 '알 권리'를 충족하고, 보험사들도 가격 인하 등의 압박을 느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실제 자동차 보험의 경우 온라인 상품이 15%가량 저렴해 호응을 얻자, 여러 업체가 속속 관련 상품을 출시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보험협회들과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가입자의 실제 보험료를 정확하게 산정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보완할 방침이다. 자동차 보험의 경우 올 2분기까지 운전경력이나 교통법규 위반 경력 등 개인별 특성이 반영하도록 한다. 자동차 보험을 비롯해 여행자 보험, 실손 보험 등 비교적 규격화한 상품들은 보완만 잘 이뤄지면 만족도가 높아지리라는 기대가 많다.
특약만 50~60개에 달하는 등 온라인에서 단순 비교가 어려운 건강보험 같은 경우에는 보장 기준을 더 세부적으로 정해 제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실제 보험료와 차이가 날 순 있지만, 기준에 따른 가격 순위를 확인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취지는 좋지만, 준비가 덜 된 상태에서 사이트를 열었다는 점이 이런 문제를 불렀다"며 "이를 악용해 일부 인터넷 업체들이 소비자를 혼란하게 하는 등의 부작용을 초래한 면도 있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