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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임 앞둔 윤종규 KB회장의 절묘한 회계 셈법

  • 2017.01.04(수) 09:43

은행 희망퇴직 비용 6천여억원 4분기 반영
현대증권 염가매수차익 7천억원으로 상쇄
비용 절감+윤회장 연임시점 착시효과 차단

KB금융 안팎에선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겸 은행장을 두고 '역시, 회계사 출신!' 이라는 얘기가 종종 들린다.


지난해 인수한 현대증권의 잔여 지분을 KB금융지주 주식과 맞교환하면서 현대증권(현 KB증권)을 100% 자회사로 만들어 지주 차원에서 순이익 증대 효과를 노릴 수 있게 됐다. 이는 또 현대증권 주당 인수가격을 낮추는 1석 2조의 효과도 냈다.

지난 연말에 이뤄진 국민은행 희망퇴직 역시 절묘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희망퇴직 대상을 근속 10년 이상의 전 직원으로 확대하면서 희망퇴직 신청자는 무려 2800여명에 달했다. 국민은행에선 희망퇴직 신청자 대부분을 그대로 확정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국민은행은 임금피크제 대상이 아닌 지점장 이하 직원에겐 특별퇴직금 최대 36개월치를 지급키로 했다. 

1인당 평균 3억원이라고 가정할 경우 국민은행이 지급해야 할 특별퇴직금은 무려 8400억원에 이른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의 추정치도 비슷한 규모다. 최정욱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최근 보고서에서 증권사 명예퇴직 220여명의 퇴직금까지 고려하면 86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고, 김인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도 8500억원 수준으로 예상했다.

 

KB금융 내부적으론 6000억~7000억원 수준으로 보고 있다. KB에 정통한 금융권 관계자도 "특별퇴직금은 6000여억원 정도 될 듯 하다"고 귀띔했다. 6000억원대라 하더라도 KB금융의 지난 2015년 당기순이익이 1조6983억원인 점을 고려하면 엄청난 규모다. 2016년 3분기까지의 누적 순익이 1조6898억원이니 얼추 한 분기 순익을 날려먹는 셈이기도 하다.

 

▲ 지난 3일 신년인사회에 참석한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사진=이명근 기자qwe123@



하지만 KB금융이 비교적 여유로울 수 있는 것은 현대증권 인수와 관련한 염가매수차익 덕분이다. 장부가보다 싸게 인수하면서 발생하는 회계상 이익으로 7000억원 가까운 금액을 지난해 4분기 실적에 반영한다. 최근 KB손해보험 지분 추가 인수에 따른 염가매수차익(1000억원대)까지 고려하면 7000억~8000억원의 회계상 이익이 발생한다.

애초 희망퇴직 신청 이전만 하더라도 염가매수차익으로 KB금융의 4분기 실적이 1조원을 넘을 것이란 예상이 나왔다. 연간 순익도 2조원대를 훌쩍 뛰어 넘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 경우 올해 실적은 착시현상으로 급감하는 상황을 감내해야 했다. 일회성 이익으로 인한 착시라 하더라도 오는 11월 윤종규 회장의 임기 만료와 맞물리면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하지만 6000억원대의 희망퇴직 비용이 발생하면서 이를 회계상 이익으로 상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은행과 지주의 이익을 크게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그동안 KB금융의 최대 약점이었던 비용 부담을 줄이는 효과를 얻는다.

최정욱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인원 축소로 인해 연간 2000여억원이 넘는 판관비 절감이 예상되면서 올해부터 영업이익경비율이 50%를 하회할 것으로 추정된다"며 "시중은행 중에서 가장 낮은 수준으로, 비용효율성이 큰 폭으로 개선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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