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가상화폐, '욕먹어도 최종구위원장이 할 일'

  • 2018.01.18(목) 09:59

금융당국 말 폭탄은 시장 혼란만
가상화폐 투기를 투자로 바꿀 제도적장치 마련해야

"가상통화 취급업소(거래소)의 해킹사고나 거래중단 그 자체도 문제지만 자작극이 의심될 정도로 그 안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알 수 없다."-지난 1월8일

"가상통화에 대한 과도한 투기적 거래를 진정시키는 것이 규제의 목표다. 욕을 먹더라도 할 일은 해야 한다." -지난 1월15일


일주일만에 브리핑석에 선 최종구 금융위원장의 말이 신중해졌다. 지난 8일 최 위원장은 "위장사고 가능성, 시세조정 등 통화업소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조사하겠다"고 했다. 심지어 거래소들이 실제로 가상화폐를 보유하고 있는지도 의심하고 있었다. 하지만 일주일 뒤 최 위원장의 발언의 강도는 누그러졌다. 지난 15일 그는 "가상통화로 인한 개인의 피해를 막는 것이 규제의 목표"라는 얘기외에는 말을 아꼈다.

그렇다고 최 위원장이 가상화폐 규제를 두고 오락가락하지는 않았다. 두번의 브리핑을 통해 그는 "과도한 투기는 진정시키되 블록체인 기술은 장려한다"고 강조했다. 일주일새 달라진 것이 있다면 말의 강도다. 일주일만에 자작극, 위장사고, 시세조종 등 자극적인 단어가 사라졌다.

정부가 가상화폐를 두고 부처간 혼선을 빚고 있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최 위원장도 이를 의식한 듯 "관계부처가 협의해서 범정부차원에서 확정되는대로 말씀드리겠다"고 했다.

 

신중해진 최 위원장의 말은 안도감을 준다.

금융당국 수장의 말은 화려해도 자극적이어도 안된다. 금융당국이 할 수 있고 해야 할 일을 하면 충분하다. 금융위원장은 정치인이 아니다. 그는 지난 8일 "가상화폐 거래소를 폐쇄할 수 있다"고 했지만, 이는 그의 권한 밖의 일이다. 거래소 폐쇄는 불법을 저질렀을 때 수사당국이 할 수 있다.

최 위원장이 이미 알고 있듯이 금융당국의 가상통화 규제의 목표는 투기에 따른 손실 방지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이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 가상화폐 거래소는 법적으로 통신판매업자다. 금융당국 권한 밖에 있다는 얘기다. 더욱이 정부는 가상화폐에 대해 "법정화폐가 아니며, 어느 누구도 가치를 보장하지 않는다"고 못을 박았다.

현재 가장 현실적인 규제 방안은 실명제다. 가상화폐에 꼬리표를 달겠다는 얘기다. 그런데 작년 12월 가상화폐 TF 주무부처는 금융위에서 법무부로 바뀌었다. 금융위는 지난해 가상화폐 투자 열풍 전에 제도를 마련했어야 했다. 하지만 시기를 놓쳤다.

 

▲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결국 금융위는 '보이지 않는 적'과 싸워야 한다. 바로 투기심리다. 투기의 사전적 의미는 '기회를 틈타 큰 이익을 노리는 일'이다. 사람들은 급등하는 가상화폐 등에 올라타 한몫 챙기려 한다. 문제는 정부가 투기와 싸워 이긴 사례가 거의 없다는 점이다. 강남불패, 작전주 등이 이를 말해준다. 투기세력들은 폭탄돌리기를 하며 내 손에서 폭탄이 터질 것이라고 절대 생각하지 않는다.

지금 금융당국이 할 수 있는 일은 '보이지 않는 적'을 보이게 만드는 일이다. 현재 가상화폐는 명칭부터 여러개다. 외국에선 '크립토커런시'(cryptocurrency)로 통용되는데 한국은행은 한때 '디지털통화'라 불렀고, 작년부터 금융위 등 정부는 '가상통화'라 부르고 있다. 최근 법무부는 '가상증표'라는 말을 만들어냈다. 언론은 암호화폐 또는 가상화폐라 쓰고 있다.

가상화폐를 규제하기 위해선 정부가 가상화폐를 먼저 인정해야 한다. 법정화폐로 인정하자는 얘기가 아니다. 엄연한 투자상품으로 인정하고, 늦었지만 투자상품을 규제할 수 있는 장치를 촘촘히 짜야 한다. 그래야 가상화폐 '투기'가 '투자'로 바뀐다. 가상화폐 투자자를 노름꾼 대하듯 하면 안된다. 이것이 금융당국이 욕을 먹더라도 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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