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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타는 우리은행…'올해 지주사 전환' 가능할까

  • 2018.05.10(목) 16:46

절차 감안 내달에는 금융위 예비인가 신청해야 할 듯
"금융위 우선순위에 밀려있다" 평가에 속앓이

 

우리은행의 최대 숙원과제인 지주사 전환이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우리은행 지주사 전환을 인가해 줘야 하는 금융위원회가 이를 적극적으로 챙길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금융업계에서는 우리은행이 지주사 전환을 위해 필요한 절차(이사회, 금융위 예비인가 신청 및 심사·본인가 신청 및 심사, 주주총회, 주식상장 등)가 빨라야 6개월, 길게는 9개월 이상 걸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은행이 올해안에 지주사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늦어도 다음달까지는 예비인가 신청을 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금융위가 우선과제로 보고 있는 현안들이 쌓여있고 다음달에는 지방선거도 예정돼 있어 올해안에 지주사 전환은 물건너 간게 아니냐는 관측마저 나온다.

 

 

◇ "올해가 지주사 전환 적기"

손태승 우리은행장(사진)은 지난해 12월 취임 직후부터 올해 금융지주사로 전환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밝혀왔다. 그는 취임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종합금융그룹으로 도약하겠다"며 지주사 전환 의지를 설명했고 올 1월에는 사내방송을 통해 "2018년은 지주사 전환의 적기"라고 강조했다.

 

우리은행은 2014년 정부 보유 지분을 매각하는 민영화를 추진하면서 우리금융지주를 흡수합병했다. 하지만 은행의 자회사 출자 제한, 자회사간 시너지 창출 제약, 주가 저평가 등 종합금융그룹으로 성장하기에는 지금의 체제가 제약이 많다는 판단에 따라 다시 지주사 전환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 우리은행은 지주사 전환을 위한 인적분할과 주식교환 과정에서 발생하는 양도차익 과세를 유예해주는 조세특례제한법이 올해말 일몰되고 지주회사 전환과 관련 규제가 강화되는 추세여서 올해를 지주사 전환의 적기로 판단하고 있다.

손태승 행장 취임 이후 우리은행 내부는 차분하게 지주사 전환을 준비해왔다. 일단 우리은행이 금융지주회사로 전환하기 위한 요건은 대부분 갖춘 상태다. 금융지주회사법상 금융지주회사의 요건은 ▲1 이상의 금융기관을 지배할 것 ▲자산총액이 대통령령이 정하는 기준 이상일 것(5000억원 이상) ▲금융위원회의 인가를 받을 것 등이다.

우리은행은 우리카드, 우리종합금융, 우리FIS, 우리신용정보, 우리펀드서비스, 우리PE자산운용을 자회사를 거느리고 있다. 올해 1분기 기준 우리은행의 자본총계(연결 기준)는 20조3420억원이다. 금융지주회사 요건중 금융위원회의 인가만 남은 상황이다.

금융위의 인가 기준 역시 충족한 것으로 분석된다. 금융지주회사법상 금융지주회사 인가 기준은 ▲주식회사로서 사업계획이 타당하고 건전할 것 ▲대주주가 충분한 출자능력, 건전한 재무상태 및 사회적 신용을 갖추고 있을 것 ▲금융지주회사와 자회사 등이 되는 회사의 재무상태 및 경영관리상태가 건전할 것 등이다.

지난달 국제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는 우리은행의 신용등급을 기존 A2 등급에서 A1으로 1단계 상향 조정한데 이어 등급 전망도 '안정적(stable)'으로 조정했다. 이는 우리은행을 비롯한 계열사의 사업계획과 재무상태 등이 안정적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은행의 주주구성도 안정적이라는 평가다. 우리은행은 주주구성은 6개 과점주주(IMM, 동양생명, 키움증권, 한화생명, 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 유진) 27.22%, 예금보험공사18.43%, 국민연금 9.29%, 외국인 27.21%, 우리사주조합 5.36%, 기타주주 12.49%로 구성돼 있다.

 


◇ 신청해도 될까?..금융위 눈치보는 우리은행

우리은행의 올해내 지주사 전환의 가장 큰 변수는 금융위원회다. 금융위 인가 절차를 밟아야 하는데 금융위기 금융개혁 등 우선 순위를 둔 과제를 처리하기에도 빠듯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금융위는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논란과 삼성증권 배당오류사태 등에 쏠려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문제를 처리할 감리위원회를 열어야 하고 삼성증권 제재수위를 정하기 위한 증권선물위원회도 개최해야 한다. 여기에 다음달에는 지방선거도 예정돼 있다. 이와 함께 금호타이어와 한국GM 등 기업 구조조정 이슈, 금융감독원장 줄사퇴와 금융위 재편 등 금융당국 재정비도 주요 현안이다.

이 때문에 금융업계에서는 우리은행의 지주사 전환은 금융위 우선 순위에서 밀려나 있다는 말이 무성하다.

 

물론 금융위는 우리은행이 지주사 전환 인가 신청을 해야 검토할 사안이라는 원론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우리은행으로서는 인가권을 가진 금융위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는게 금융업계 분석이다. 금융위가 처리할 현안이 많고 금융당국과 금융사들이 채용비리, CEO 연임 등 지배구조 문제 등으로 마찰을 빚어온 상황에서 우리은행이 선뜻 지주사 전환 인가를 신청하기 어려운 분위기라는 것.

 

금융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연말부터 금융위가 해결해야 할 일이 많았다"며 "이 때문에 우리은행의 지주사 전환은 뒷전으로 밀렸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우리은행 역시 이같은 상황을 알기 때문에 인가 신청을 미루고 있는 것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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