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너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너는 비로소 꽃이 되었다. '이름'하면 떠오르는 김춘수의 시 '꽃'의 한 구절입니다. 이름 하나로 먹고 산다고 할 만큼 어디에서나 이름의 중요성은 큰데요. 기업 또한 말할 것도 없죠.
최근 증권업계에서도 인수합병(M&A)이 꾸준히 진행되며 사라지거나 새롭게 생겨나는 이름이 수두룩한데요. 한동안 사라졌던 '우리'란 브랜드가 4년여 만에 증권사 브랜드로 부활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금융업계에서 '우리'란 브랜드는 과거 한빛은행이 우리은행으로 바뀌면서 쓰이기 시작했습니다. 영문 이름 'woori'가 '워리(worry, 걱정)'로 발음되며 논란도 있었지만 '나와 상대방 모두'를 포함하는 의미의 '우리'라는 브랜드 파워는 결코 무시할 수 없습니다.
아시다시피 불과 몇 년 전에는 증권업계에도 우리금융그룹 계열의 우리투자증권이 있었습니다. 정부의 민영화 방침에 따라 2014년 말 우리금융지주의 우리투자증권이 NH농협금융지주에 매각되면서 사라졌는데요. 지금의 NH투자증권이 바로 우리투자증권의 전신입니다.
우리투자증권이란 이름은 2005년 4월 LG투자증권과 우리증권이 합병되면서 탄생했습니다. 2005년 이전에는 우리증권이란 이름으로 존재했었죠. 좀더 거슬러 올라가면 2002년 6월 한빛은행의 상호가 우리은행으로 변경되며 자연스럽게 한빛증권이 우리증권으로 탈바꿈했으니 '우리'란 이름이 증권업계에서 쓰인 기간은 12년 이상이 됩니다.
어쨌거나 우리은행이 지난주 금융지주사 전환을 공식화했는데요. 지주사 전환으로 자회사 출자 여력이 크게 확대되면서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에 나설 것으로 예상됩니다. 현재 은행법상 자회사 출자한도는 자기자본의 20%로 제한돼 있지만 지주사 전환 시 130%까지 확대됩니다.
지주사로 전환하면 어느 부문을 강화하고 나설까요. 금융지주회사에서 은행 다음으로 이익 비중이 커지고 있는 증권 부문이 첫 손가락에 꼽힙니다. 실제로 KB금융지주가 현대증권을 인수하면서 KB증권으로 거듭났고 NH농협금융지주 역시 NH투자증권을 물심양면 키워가고 있는데요. 각각 국내 증권사 가운데 자기자본 4위와 2위를 기록 중입니다.
신한금융지주와 하나금융지주도 증권사 자기자본을 꾸준히 확대하면서 신한금융투자와 하나금융투자가 자기자본 10위권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사살상 국내 최초의 지주사였던 우리금융그룹에서 민영화를 위해 자회사들을 팔아치우고 지주사를 흡수하면서 덩그러니 남은 우리은행으로서는 그간의 설욕을 제대로 벼를 수밖에 없는 대목이죠.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다시 증권사 인수합병(M&A)의 큰 장이 설 것이란 기대가 무르익고 있는데요. 우리은행의 인수가 유력한 증권사도 하나 둘씩 이름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자기자본 기준 3위인 삼성증권을 비롯해 한화투자증권, 유안타증권, 심지어 DGB금융그룹에 인수가 결정돼 있는 하이투자증권까지 후보군으로 언급되고 있는데요.
삼성증권의 경우 우리은행과 복합점포를 운영해왔고 반복적으로 매각 검토 대상으로 언급된 데다 최근 배당 사고 여파까지 겹치며 이 같은 니즈를 키웠다는 분석이 나온 바 있습니다.
물론 자회사인 우리종합금융을 증권사로 바꾸는 것도 방법으로 거론되고 있습니다. 우리종합금융의 종합금융사 라이선스를 보강해 증권사로 탈바꿈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인데요. 다만 우리종금은 2017년 증권사 전환 시도에 나섰다 겸업 신고 누락으로 징계 검토가 이뤄지고 있어 연내 추진이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어느 쪽으로 결론지어지든 간에 우리투자증권의 부활은 확실한 상황이고요. 내년 초 예정된 우리은행의 지주사 출범 전까지 증권업계에서는 새롭게 부활하게 될 우리(투자)증권 혹은 우리금융투자의 주인공이 누가 될지를 촉각을 곤두세우며 다양한 관측과 열띤 논의가 오갈 전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