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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중개사를 말하다]"광개토대왕 영토확장 정신 필요하다"

  • 2018.12.26(수) 18:16

[비즈人워치]한만영 히스보험중개 대표
"보험중개업으로 해외시장 공략해야"
"일반보험 성장·일자리창출 능력 높아 육성 절실"

일반보험에서 주요 축을 담당하는 모집채널인 보험중개사 제도가 올해로 도입 21년째다. 하지만 해외시장과 달리 국내시장에서 입지는 미미한 상태다. 그 이유가 무엇인지 보험중개사업계의 주요 인사들을 만나 보험중개사의 역할과 현위치를 분석하고 문제점과 향후 발전방향에 대해 들어본다. [편집자]

▲ 한만영 히스보험중개 대표이사 (사진=이명근 기자/qwe123@)

보험중개사의 입지가 미약한 국내에서 토종 보험브로커인 '히스(HIS)'는 입지전적인 회사다. 1996년 영국계 회사 히스램버트코리아(Heath Lambert Korea)로 시작해 10년만인 2006년 순수 국내자본 보험중개법인으로 재출범했다. 2008년 한국 토종 중개법인으로 우뚝 서겠다는 의지를 담아 '한국'이라는 이름을 담은 히스보험중개(HIS, Hankook Insurance Services)로 새 출발한지 다시 10년을 맞았다.

지난 10년간 히스는 열악한 국내 보험중개업시장에서 글로벌 브로커로 손꼽히는 마쉬, 에이온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국내 보험중개 시장 빅3로 도약했다. 순수 국내자본 보험중개법인으로는 1위를 수성하고 있다.

히스는 지난해 153억원의 매출(중개수수료)을 올렸으며 올해는 보험환경이 악화된 상황에서도 지난해 대비 40% 가량 성장한 220억원 규모의 매출을 내다보고 있다.

히스를 이끌고 있는 한만영 대표는 그러나 국내를 넘어 세계시장으로 진출해 국내 보험산업의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주창한다. 국내 보험중개시장의 한계를 극복하는 방법으로 세계시장을 통해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전략이다.

◇ "광개토대왕 정신 받아 해외진출 해야"

한만영 대표는 "국내 보험시장이 포화상태라고 하는데 우리끼리 국내에서 치고받을게 아니라 국내 보험산업 경쟁력을 끌어올려 해외로 영토를 넓혀야 한다"고 제시했다.

한 대표는 주장에 그치지 않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내년 1월 1일 론칭을 목표로 해외사업을 본격 추진하고 있다. 국내에서 보험중개업이 크지 못하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으로 해외시장을 직접 겨냥한 것이다.


히스는 해외사업을 담당할 KIA(Korea Interest Abroad)팀을 조직하고 내년 두바이, 베트남을 거점으로 현지 보험시장 개척에 나설 계획이다. 국내 기업들이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만큼 현지 진출한 한국 기업에 보험중개서비스와 위험관리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향후 해외 우량 보험물건을 국내 보험시장으로 들여오는 것이 목표다.

제대로 된 위험관리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RM(Risk management)팀도 조직중이다. 단순히 보험요율을 내기 위한 위험관리가 아니라 소비자(기업)를 위해 해당 기업이 가진 위험을 제대로 분석·파악해 사고위험을 줄이고 보험료를 낮출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RM팀은 국내에서 KIA팀을 서포트하며 전문인력 채용해 조직을 계속 확대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히스는 그동안 탄탄한 글로벌 네트워크를 조직해 왔으며 KIA조직이 안정적으로 자리 잡으면 인도, 인도네시아, 미국 조지아주, 체코 등에도 추가적으로 진출 계획을 세우고 있다.

한만영 대표는 해외진출을 통해 양질의 일자리도 창출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히스뿐 아니라 국내 중개사들이 해외진출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경우 그동안 국내 기업들을 담당했던 해외중개사가 채용한 전문직 일자리가 국내 젊은이들에게 기회로 돌아올 수 있다는 것이다.

한 대표는 "국내 경기가 좋지 않다고 하지만 해외 발전소, 댐 건설 등에 투자되는 국내 자본은 계속해 늘고 있다"며 "이들이 해외에서 문제없이 비즈니스를 영위하기 위해서는 보험이 백업이 돼야하고 이를 해외시장에 넘길 것이 아니라 국내로 끌어 오는 것이 우리 보험업계에 주어진 미션"이라고 강조했다.

◇ '브로커'로 해외시장 공략…"국내 보험사 아닌 보험산업 육성해야"

한만영 대표는 국내 보험산업이 내부경쟁을 벗어나 해외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는 모델로 보험브로커, 즉 중개시장을 꼽았다.

그는 "보험사가 해외에 나가 입지를 굳히는 것은 금융당국의 다양한 규제와 인가뿐 아니라 인프라를 갖추는데 많은 시간이 걸리는 만큼 쉽지 않다"며 "그러나 중개사는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한 비즈니스기 때문에 이같은 인프라 없이도 해외시장 진출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는 장기보험이 기형적으로 커지면서 일반보험 시장이 상대적으로 크지 못했고 보험중개사가 차지하는 비중도 겨우 1% 수준이지만 해외는 다르다"며 "해외에서는 일반보험 시장의 70% 이상을 보험중개사가 핸들링하고 있고 이는 곧 국내 역시 보험중개사 시장을 확대해야 하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그는 대표적인 글로벌 성공모델로 영국의 '로이즈(Lloyd’s)'를 꼽았다. 로이즈는 전세계를 대상으로 일반보험 시장을 주도하고 있으며 이곳에서 일반보험 시장을 이끄는 것이 바로 브로커, 보험중개사다.

국내에서 '브로커'는 부정적인 인식이 강하지만 실상 보험브로커는 보험 유통채널중에서 가장 전문적인 조직이다. 소비자의 위험을 분석하고 평가해 자문하고, 보험사가 아닌 소비자 입장에서 독립적으로 보험계약 체결을 중개하는 조직이다.

한 대표는 "현재 보험사 중심의 해외진출에만 골몰하고 있지만 이러한 전략이 성공적이지 못한 상태"라며 "현지 법규, 사회·문화적 차이를 극복하는 것 뿐 아니라 해외 기업보험은 브로커마켓으로 이뤄져 있어 보험사 진출을 통해 성장기반을 마련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이미 기업보험으로 세계를 무대로 수익을 창출하는 모델(로이즈)을 알고 있고 결국 브로커가 나가 승부수를 띄워야 할 때"라고 말했다.

물론 국내 시장에서 튼튼한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도 강조했다.

한 대표는 "해외 유수 재보험자들은 한국이 자본뿐 아니라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롯데케미칼 등 탄탄한 기업들을 보유해 기업보험이 성장할 수 있는 경제적 기반을 갖췄음에도 제대로 성장하지 못한 것에 대해 의문을 표할 정도"라며 "기업보험을 비롯한 일반보험 시장은 산업적으로 성장 가능성이 크고 이를 통해 수많은 일자리 창출도 가능한데,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지녔음에도 관심과 지원이 부족해 제대로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보험사가 아닌 '보험산업'을 육성하려는 사회 전반적인 노력이 뒷받침돼야 한다"며 "국내 시장을 튼튼히 해 해외시장과 경쟁할 그라운드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 "IFRS17 도입으로 보험산업 변혁…중개시장에도 새로운 기회"

한 대표는 새 보험국제회계기준인 IFRS17이 도입되면 국내 보험산업이 긍정적인 변혁의 계기를 맞을 것으로 전망했다. 기존 국내 보험시장이 '판매'에만 치중해 영업을 영위해 왔다면 앞으로는 매출에서 보유로 손익구조가 바뀌면서 그동안 국내 보험시장을 포장해왔던 껍데기가 사라진다는 것이다.

한 대표는 "기존에는 원수보험료가 100억원이면 100억원이 모두 매출로 잡혀 계약을 따오는데 급급했지만 앞으로는 이중 1억원만 보유할 경우 매출이 1억원으로 잡히게 된다"며 "계약을 따오는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실제 보유하기 위한 역량강화가 중요해 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에 매출로 가려졌던 낭비적 요소를 줄이기 위한 다양한 작업들이 수행될 것이며 그중 일반보험에서는 이중사업비 문제가 대두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중사업비는 본사의 기업보험 담당 조직과 중개사에게 모두 수수료가 지급되는 형태를 말한다. 본사 영업조직의 경우 전문성을 통한 영업보다는 사실상 '관계'에 의한 영업을 해왔고 이 가운데 전문영역인 브로커를 필요로 함에 따라 이중으로 수수료가 든다는 얘기다.

한 대표는 앞으로는 이런 관행이 사라지고 중개사가 더욱 본연의 역할을 할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했다. 또한 이를 위해서는 보험중개사가 전문 기능을 갖춘 유통채널로 업그레이드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만영 대표는 "IFRS17은 국내 보험산업이 새롭게 바뀔 수 있는 기회"라며 "인간관계에 치중한 기존이 유통관계는 무너지고 기능과 전문성을 토대로 한 브로커가 살아남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전문성과 서비스를 근간으로 한 영업환경 속에서 브로커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보험중개의 개념을 다시 정립하고 중개업 내에서도 스스로 시스템과 능력을 업그레이드 해나가야 한다"며 "소형으로 분산된 중개업 시장을 M&A를 통해 대형화하고 전산, 준법감시, 중개업자격 등 요건을 제대로 갖춰 건강한 유통채널로서 기능을 발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용어설명]
* 로이즈(Lloyd’s) : 근대 보험업의 시초라 불리는 로이즈는 런던에 있는 국제보험업자협회다. 보험회사가 아닌 대리점과 신디케이트 100여곳이 모여 만들어진 일종의 보험시장이다. 해상무역이 발달하던 시대 보험의 위험부담이 커지자 보험업자들이 위험을 나눠 갖는 방식으로 결합하게 됐는데 이것이 바로 신디케이트다. 하나의 법인으로 인정받고 있지만 보험계약상 신디케이트별로 책임이 독립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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