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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트릭스 조직'…금융업계에 낯설지 않다

  • 2019.01.28(월) 18:28

금융사 이어 공기관·금융당국도 도입
'기존 조직+공통업무 조직' 씨줄과 날줄로
'성과중심 강점' 평가..혼선·권력집중 우려도

금융권에 매트릭스 조직체계 도입이 이어지고 있다. 금융사뿐 아니라 공기관이나 금융당국도 매트릭스 조직을 도입하고 있다.

매트릭스 조직이란 기존 조직을 유지하면서도 이와 별도로 여러 부문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업무나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조직을 꾸리는 체계다. 한명이 두 조직에 소속돼 업무를 수행한다. '사업부문제'라고도 한다. 예를 들어 한 금융지주사 산하에 있는 은행과 저축은행, 증권사 등이 각각 투자금융(IB)을 담당하는 부서가 있을 경우, 해당 부서를 지주사 투자금융사업부문으로 묶는 것이다. 각자 속한 회사는 다르지만 IB업무라는 틀 안에서 의사결정을 하고 사업을 실행하게 된다.


◇ 예보·BNK지주 등 매트릭스 조직 도입

최근 예금보험공사는 리스크관리와 부실금융회사 정리 부문에 매트릭스 조직을 도입했다. 예보 안에 있는 은행과 금융투자업, 보험, 저축은행 담당 부서에서 리스크관리 업무를 떼어내 한곳으로 모아 리스크총괄부라는 매트릭스 조직을 만든 것이다. 또 금융사 구조조정 단계에서 신속한 업무를 위해 각 금융업권별 부서내에서 있는 구조조정 담당 조직을 한곳으로 모아 구조개선총괄부를 신설했다.

결과적으로 업무별로는 리스크총괄부와 구조개선총괄부를 두고 업권별로는 은행금투관리부, 보험관리실, 저축은행관리부 등 업권별로 조직을 두는 체계로 개편했다.

BNK금융그룹도 최근 매트릭스 조직체계를 가동했다. 그룹 G-IB부문과 그룹 D-IT부문 두 조직이다.

그룹 G-IB부문은 계열사별로 있던 글로벌부문과 CIB(기업투자금융·corporate&investment banking)부문이 통합된 조직이다. 그룹 D-IT부문은 계열사들의 디지털 부문과 IT부문 조직이 통합됐다.

통합 그룹 G-IB부문에는 CIB부문장인 정충교 부사장이 총괄하며 부산은행, 경남은행 IB사업본부장이 지주 조직에 겸직한다. D-IT부문은 기존 디지털부문장인 박훈기 부사장이 총괄하며 부산은행, 경남은행 D-IT그룹장이 지주에 겸직하게 된다.

◇ 하나금융이 첫 도입…금융감독원도 도입

매트릭스 조직체계는 최근 10년간 국내 금융업계 화두 중 하나다.

매트릭스 조직체계는 2008년 하나금융그룹이 처음 도입해 실험을 시작했다. 당시 김승유 하나금융그룹 회장은 매트릭스 조직 총괄센터, 기업금융BU(business unit)와 개인금융BU, 자산관리BU를 둔 매트릭스 조직을 도입했다.

당시 자산관리BU장은 최근 매트릭스 조직체계를 도입한 김지완 현 BNK금융지주 회장이다.

또 개인금융BU장을 맡은 사람이 김정태 현 하나금융지주 회장이다. 김정태 회장은 회장직에 취임한 뒤 기존 
매트릭스 조직을 BU중심에서 자회사 중심의 경영관리로 전환했다가 최근에 임원겸직 제도를 통해 매트릭스 제도의 장점을 모색하고 있다.

하나금융그룹에 이어 KB금융지주와 신한금융지주, 우리금융 등도 매트릭스 조직체계를 도입했다. 
 
2017년에는 금융감독원도 메트릭스 조직체계를 도입했다. 기존에 업권별로 부서를 나눠 운영했던 체계에서 벗어나 모든 업권의 영업행위와 건전성을 통합 감독하는 건전성총괄조정팀과 영업행위총괄조정팀을 만들었다.

◇ "성과중심 조직체계" 평가…혼선·권력집중 우려도

금융권이 당국과 업계를 가리지 않고 매트릭스 조직체계를 도입하는 것은 해당 사업에 집중하면서 성과를 내기가 유리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처음으로 매트릭스 조직체계를 도입한 하나금융지주에서는 특히 하나금융투자가 큰 수혜를 입었다는 분석이다. 매트릭스 조직체계 도입 이전 업계에서 중하위권에 머물렀던 하나금융투자는 조직개편 뒤 영업력이 크게 강화되면서 현재는 8위권 증권사다.

신한금융지주도 은행과 증권사 WM사업부문을 통합한 뒤 자산이 증가하는 추세며, KB금융도 매트릭스 조직체계 도입 이후 영업이익이 개선되고 있다.

매트릭스 조직체계가 좋은 성과를 보이는 것은 기존 법인 중심형 조직에 비해 효율적이라는 설명이다. 성과 자체에 집중할 수 있고 계열사간 시너지 확보도 용이하다는 것. 고객의 피드백이 있을 경우에도 이에 대한 대응이 법인별로 따로 나뉘지 않고 그룹 전체가 대응할 수 있기 때문에 상황대처능력도 뛰어나다는 평가다.

하지만 매트릭스 조직 체계가 지배구조를 왜곡시킨다는 비판도 있다. 대부분 금융회사가 금융지주를 도입하고 계열 법인별로 경영을 분리했음에도 매트릭스 조직을 통해 지주사 권한이 과도하게 커질 수 있다는 비판이다.

또 대부분 국내 금융지주회사는 은행의 비중이 매우 높아 실적에 따른 공과가 은행에 집중될 가능성도 높다는 지적도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도 매트릭스 조직 체계에 대해 "영업부문별 보고라인에 지휘 중복이 발생하고 수평적 교류에 익숙하지 않은 조직문화때문에 의사결정에 혼선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최근 기술의 발달과 규제 강화 등으로 기존 법인별·업권별 조직으로는 대응능력이 떨어진다는 경우가 많다"며 "매트릭스 체계의 수익개선 효과가 뚜렷하고 최근에는 비은행 분야를 위해 역량이 집중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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