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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금융위, '엉뚱한 재보험 법령해석' 논란…왜?

  • 2020.03.03(화) 13:25

'보험사, 재보험사에 계약 정보 제공해야 하나' 논란
금융위 "재보험 위험관리 목적으로 보기 어렵다" 해석
재보험사 "재보험료 산출·IFRS17 도입시 미래위험 판단 어려워"

최근 금융위원회에서 '재보험이 위험관리 기능이 없다'는 취지의 법령해석이 나오자 엉뚱한 해석이라는 논란이 일고 있다. 보험사가 보험위험을 분산하기 위해 재보험사에 보험을 드는 '일반적인 재보험거래를 위험관리 목적으로 보기 어렵다'는 해석 때문이다.

보험업법 시행령에서 재보험을 '보험위험 전가'로 인정해 재보험에 드는 만큼 보험사가 부채로 적립해야하는 책임준비금에서 제외해주는 리스크관리 규제 방향과는 전혀 상반된 해석이 나온 것이다.

금융위에서 이같은 해석이 나오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근본적인 원인을 따져보면 일부 보험사에서 재보험사에 보험계약 정보를 제공하고 있지 않는 데서 시작됐다. 최근 몇년간 국내외 금융권의 대규모 정보유출 사태로 보험사들 역시 개인정보로 인식될 수 있는 정보 제공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어서다.

'보험은 통계를 기반으로 보험료를 산출'하는 것이 기본이기 때문에 보험사로부터 재보험 계약을 인수하는 재보험사 역시 재보험료 산출(프라이싱)을 위해서는 계약의 세부내용을 알아야 한다. 하지만 실상 이 부분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 재보험사 "IFRS17 도입시 자체 리스크 판단할 정보없다"

업계 일각에서는 그동안 보험계약의 세부정보 없이 재보험거래가 이뤄졌다는 것에 대해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재보험 거래는 BtoB 방식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당국에서도 문제점을 찾거나 지적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재보험사 역시 보험을 받은 만큼 준비금을 쌓아야 하지만 준비금 정보를 원수사로부터 받아쓰고 있어 현재까지는 회계상 문제도 불거지지 않았다.

그러나 앞으로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시 재보험사는 원수사와 별도로 자체적으로 리스크를 평가하고 미래 현금흐름을 파악해 회계상 장부에 반영해야 한다. 이 때문에 계약별로 리스크를 제대로 평가하기 위해 계약정보는 필수적이다.

특히 오는 2022년 도입예정인 IFRS17은 보험부채를 원가가 아닌 시가로 평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데, 비교재무제표 작성을 위해서는 2021년 재부제표부터 반영해야 한다.

재보험사들은 "미래의 위험을 현가로 끌어와 적용해야하기 때문에 세부 데이터는 필수적“이라며 ”이전의 데이터들을 통해 이를 점검하고 예상할 수 있어야 하는데 정보가 제대로 없다보니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격"이라고 설명했다.

보험계약시 개인정보활용 동의서나 개인정보보호법 등 관련 법규상 보험사가 재보험사에 정보를 전달하는 것 자체는 법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지만, 개인정보 이슈에 대한 민감도가 높은데다 정보 제공이 의무사항이 아닌 만큼 일부 보험사들이 정보를 제공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 재보험사 "못받는 계약정보 40% 이상, 눈감고 계약 받는 식"

재보험사와 원수사간 거래 상황에 따라 차이가 있긴 하지만, 재보험사별로 적게는 전체 계약의 10%에서 많게는 40%가 넘는 계약정보를 전달받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로컬 재보험사를 비롯해 해외 재보험사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재보험사 관계자는 "상식적으로 재보험사는 계약서상 내용과 실제 넘겨받은 리스크가 맞는지 확인해야 하는데 현재는 재보험료, 재보험금 정도의 숫자만 적힌 계산서만 주고받는 수준의 계약도 있어 정확한 리스크 파악이 불가능하다"며 "국내에서 재보험거래(영업)를 이어가야 하는 만큼 원수사에 대한 신뢰를 기반으로 계약을 하고 있지만 실상 계약자체를 눈감고 받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까지 일정 계약들이 관행적으로 이뤄져 왔지만 IFRS17 도입시 현재 방식으로는 재보험사가 미래위험을 정확히 예측해 현재가치로 평가해 회계에 반영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며 "이는 국내에서 영업하는 모든 재보험사가 겪고 있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재보험사는 보험사가 계약자의 위험을 파악하고 보험을 인수하는 것과 같이 보험사가 가진 보험위험을 정확히 파악해 재보험료 프라이싱과 재보험으로 받을 규모를 결정하기 때문에 이를 위해 세부 계약정보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때문에 외국계 재보험사들의 경우 본사차원에서 국내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는 상황도 나오고 있다.

외국계 재보험사 관계자는 "한국 내에서 계속 영업을 해야 하기 때문에 일단 한국시장의 특수성이 있다고 전달하며 넘어가는 식이지만 본사차원에서는 계약의 세부내용을 알 수 없는 재보험계약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며 "일부 외국계 재보험사들의 경우 세부정보를 제공하지 않는 회사와 거래를 최소화하라는 내부 논의가 진행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가까운 일본의 경우만 봐도 보험사와 재보험사가 서로 계약정보를 공유하고 재보험료 산정에 있어 1엔(¥)단위까지 맞춰보는데 우리는 당연한 일인데도 이뤄지지 않고 있어 사실 (외국시장에 보이기) 부끄러운 일"이라고 덧붙였다.

그동안 세부정보 없이 관행적으로 이뤄졌던 재보험계약이 과거 계약들을 근거로 프라이싱을 해왔다고 해도 문제는 IFRS17의 도입이라는 것이다. 재보험사들은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차후 회계감리 이슈 문제가 불거질 수 있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 보험사들 "정보제공 의무규정 없다"

재보험사들이 문제의 심각성을 느끼는 것과 달리 보험사들의 경우 미온적인 입장이다.

재보험사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정보제공 자체가 법이나 규정 등으로 의무화된 것은 아니기 때문에 굳이 정보제공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이유에서다.

재보험계약서 상에 재보험사에 제공해야 하는 정보의 종류 등 관련 내용이 있지만 실상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상황이다.

특히 자본이 상대적으로 부족해 재보험거래를 많이 하는 중소형사들과 달리 자본여력이 풍부해 재보험 거래규모가 크지 않은 대형사들에게서 이같은 성향은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재보험사 입장에서 향후 생명보험 부채 현금흐름 등을 시가평가로 좀 더 정확하게 평가하기 위해서는 고객정보가 있어야 하는 것은 맞지만 보험사가 이를 반드시 전달해야하는 의무는 없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재보험사 관계자는 "정보를 계속해서 꾸준히 받아 쌓아놔야 하는데 회사마다 재보험거래 상황이 달라 필요에 따라 정보를 주기도 하고 시간이 지나거나 담당자가 바뀌는 등에 따라 주던 정보를 전달하지 않을 때도 있다"며 "재보험거래 관련 협의하는 부서와 정보를 제공하는 부서가 달라 각 업무 고리들이 표준화가 되어 있지 않고 이마저도 보험사마다 달라 곳곳에 여러 문제들이 산적해 있다"고 말했다.

◇ '금융위 엉뚱한 법령해석' 논란 이유

금융위의 엉뚱한 법령해석 논란도 이와 같은 배경에서 이뤄졌다는 지적이다. 일부 보험사들은 재보험사에 대한 정보제공에 있어 법령검토를 하던 중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신용정보법)'상 문제가 될 수 있는 부분이 있어 이를 명확히 하고자 했다.

신용정보법 제35조 제1항에서는 보험사가 보험계약 정보를 재보험사에 넘길 경우 해당 계약자가 개인신용정보 제공사실을 조회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갖추도록 하고 있다.

재보험은 일반적인 보험보다 복잡한 형식으로 이뤄지는데다 동일 상품이라고 해도 한 재보험사에게 가는 것이 아니라 여러 재보험사로 분산될 수 있어 이를 시스템에 반영해 신용정보제공자가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쉽지 않다. 시스템 개발을 위한 인력과 자원도 보험사에게 부담이다.

이렇다보니 법안의 예외 규정을 통해 시스템을 갖추지 않고서도 재보험사에 정보를 받을 수 있도록 법령해석을 요청한 것이다.

신용정보법 제35조 제1항은 '내부경영관리 목적'으로 이용할 경우 예외를 인정하고 있다. 신용정보법 시행령(제30조 제4항)에 따르면 내부경영관리 목적에 '신용위험관리 등 위험관리와 내부통제'가 포함되는 만큼 보험사가 보험위험을 분산하는 일반적인 위험관리 기법인 재보험을 예외규정으로 인정할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신용정보법 ) 제35조 제1항

제35조(신용정보 이용 및 제공사실의 조회) ① 신용정보회사등은 개인신용정보를 이용하거나 제공한 경우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다음 각 호의 구분에 따른 사항을 신용정보주체가 조회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다만, 내부 경영관리의 목적으로 이용하거나 반복적인 업무위탁을 위하여 제공하는 경우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1. 개인신용정보를 이용한 경우: 이용 주체, 이용 목적, 이용 날짜, 이용한 신용정보의 내용, 그 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항
2. 개인신용정보를 제공한 경우: 제공 주체, 제공받은 자, 제공 목적, 제공한 날짜, 제공한 신용정보의 내용, 그 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항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 시행령 (신용정보법 시행령) 제30조 제4항 
제30조(신용정보 이용 및 제공사실의 조회 등)
 ④ 법 제35조제1항 단서에서 "내부 경영관리의 목적으로 이용하거나 반복적인 업무위탁을 위하여 제공하는 경우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경우"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목적으로 이용하거나 제공하는 경우를 말한다. 다만, 상품 및 서비스를 소개하거나 구매를 권유할 목적으로 이용하거나 제공하는 경우는 제외한다. 
1. 신용위험관리 등 위험관리와 내부통제
2. 고객분석과 상품 및 서비스의 개발
3. 성과관리
4. 위탁업무의 수행
5. 업무와 재산상태에 대한 검사
6. 그 밖에 다른 법령에서 정하는 바에 따른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자료 제공

보험사들이 개인정보 제공에 대한 민감도가 높은 만큼 돌다리도 두드려본다는 생각에서 법령해석을 요청한 것이지만 상황은 전혀 생각지 못한 곳으로 흘렀다.

재보험사들은 IFRS17 도입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보험사로부터 인수하게 되는 위험을 정확히 식별할 수 있는 정보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설명했지만 금융위는 '신용정보법상 보험사가 재보험사에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가능하다'면서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보험사가 재보험사에 보험계약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내부 경영관리 목적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판단된다'는 유권해석을 내놨다.

예외 규정에 따라 신용위험관리 등 위험관리와 내부통제 목적 등으로 개인신용정보를 이용·제공하는 경우 신용정보주체가 그 사실을 조회할 수 있도록 하지 않아도 되지만, 일반적인 재보험은 신용위험관리 등 위험관리와 내부통제를 위한 목적의 경우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보험사로부터) 모든 재보험거래가 위험을 전가하기 위한 것은 아니라는 답변을 받았다"며 "당국이 계약별로 위험관리 목적인지 일일이 파악할 수 없어 일반적인 재보험이 보험사의 위험관리 목적인 것으로 보기 어려운 소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즉 보험사가 재보험사에 정보를 제공할 경우 해당 사항이 보험사의 경영관리 목적에 필요한 사안인지를 보험사들이 직접 입증할 수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신용정보법이 금융위 내에서 보험과 소관이 아닌 점도 이같은 법령해석이 나온데 한몫했다. 금융위가 보험사에 '재보험이 내부 경영관리 목적을 위한 것이냐' 물었고 보험사는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다'라는 의견을 전달했기 때문이다.

재보험사에 굳이 정보를 제공할 이유가 없는 보험사 입장에서는 여러 재보험방식과 목적을 이야기했고 금융위가 이를 '일반적인 재보험'으로 인식하면서 일반적인 재보험이 위험관리 목적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해석이 나온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금융위에서 생각지 못한 해석이 나오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됐다"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법령해석을 요청했는데 오히려 상황이 더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

◇ 재보험사 "정보제공 의무화 위한 규정 정비 필요" 

상황이 이렇자 재보험사들은 정보를 제공받기 위한 자구노력을 하는 한편 재보험사에 정보제공을 의무화 하는 등의 명시적 규정화를 위한 노력을 하겠다는 계획이다.

당국에서도 재보험사 정보 필요성에 대해 인식하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규정이 없기 때문에 강제할 수 있는 사항이 아니라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미래현금흐름 추정을 위해서는 계약자 정보가 필요한데 재보험사들이 보유하고 있는 정보가 생각보다 적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계약별로 미래추정을 위한 정보의 양이 다를 수 있는데 가능한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어야 미래추정에 따른 실제와의 차이를 줄 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재보험사 관계자는 “IFRS17 대비를 위한 테스트 과정에서 우리가 가진 데이터의 40%는 표본데이터를 사용할 수 있지만 60%는 세부 데이터를 입력해야 한다”며 “우선 재보험계약서(특약재보험)상 정보제공 협의 내용을 더 구체화하고 강화하는 방식으로 자구적 노력을 기울일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보제공 협의 내용이 들어있어도 재보험사가 보험사에 읍소해야하는 상황이고 그마저도 제대로 되고 있지 않아 사실상 명시적 규정의 도움이 절실한 상황"이라며 "정보를 제공받지 못할 경우 미래추정 숫자가 틀릴 수밖에 없어 회계감리 이슈가 불거질 수 있고 정보를 제공받은 것이 재보험사에게는 매우 중요하고 기본적인 문제인 만큼 제도적으로 이같은 내용을 의무화 하는 명시적인 규정화를 위한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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