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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수의 보험 인사이트]왜 모든 상담은 해지라는 슬픈 결말로 이어지나

  • 2020.05.25(월) 09:30

보험 상품에 가입한 소비자는 항상 불안하다. 어려운 약관과 계약 내용을 물어보고 문제가 없는지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계약을 중개한 설계사나 보험사에게 문의하면 그들 입장에서 유리한 측면만 강조할 것이 예상된다. 따라서 계약의 이권에서 자유로운 공정하고 객관적인 제3자가 필요하다.

소비자의 이런 욕구를 충족시키는 것이 보험 방송프로그램이다. 방송이라는 권위가 주는 신뢰에 기댈 수 있기에 소비자의 관심이 높아 각 방송사마다 유사한 프로그램을 제작하여 송출한다. 매주 보험에 대한 다양한 주제를 선정하여 이야기를 나누고 시청자 참여를 통한 전화 상담도 진행된다.

어렵고 딱딱한 보험이 방송이란 대중 매체를 통해 쉽게 전달되는 점은 환영하고 권장할 일이다. 하지만 우후죽순처럼 유사프로그램이 난립하는 상황에서 소비자 피해가 우려된다. 한국 보험 산업은 성장기를 지났기에 중개 시장이 포화된 상태다. 모든 사람이 이미 보험에 가입하고 있기 때문에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여 성장하기가 어렵다.

따라서 최근 체결되는 신계약의 속성을 관찰해보면 이전 계약을 해지하거나 일부 변경한 리모델링 계약이 다수다. 중개 시장에서 신계약이 중요한 이유는 수수료를 받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미 체결된 계약은 신계약을 위해 부정되기 쉽다.

보험 방송은 신계약 체결이란 중개 시장의 욕망을 충족하기에 매우 적합한 방법이다. 예를 들어 CI(Critical Illness, 중대한 질병 치료비) 보험에 대한 부정적인 측면만을 강조한 방송이 송출된다. 해당 내용에 집중하는 사람은 CI보험에 가입하여 보험료를 납부하고 있는 사람이다. 방송을 시청하고 있으면, 가입 중인 보험의 문제가 부각되기에 불안감이 커진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방송 화면 상단에 노출된 전화번호를 눌러 상담 예약을 잡게 된다. 표면적으로 관찰했을 때 특정 보험의 문제를 설명하고 상담을 통해 해결책을 제시하기에 소비자 입장에서 이롭다.

하지만 구조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방송을 통해 수집된 상담 고객 정보가 유통되어 보험대리점(GA) 등으로 흘러간다. 이 과정에서 신계약 체결을 위해 이미 보험료를 납부 중인 계약은 쉽게 부정된다.

물론 처음부터 잘못 체결되어 문제를 바로 잡는 유일한 방법이 해지일 수 있다. 그러나 중개 수수료가 신계약 체결에만 집중된 구조에서 이전 계약을 면밀하게 검토하고 상담만 진행하는 것은 어렵다. 결국 방송 중 전화를 건 시청자가 마주한 현실은 제대로 된 상담이 아닌 '기-승-전-해지 후 신계약'일 가능성이 크다. 이 과정에서 상품설명 부실 등 소비자 피해가 다수 발생할 수 있다.

물론 중개와 관련된 모든 노력을 보상 받는 유일한 방법이 신계약 수수료인 상황에서 어쩔 수 없는 측면도 이해가 된다. 소비자 편에서 진행되는 상담이 성립하기 위한 전제조건은 중개 수수료가 아닌 상담료 또는 자문료다. 하지만 한국 보험 산업에서 보험 상담은 무료라는 인식이 팽배하다.

유지 중인 계약을 분석하기 전 계약자 및 피보험자의 상황을 면밀하게 파악하는 것을 시작으로 약관을 분석하여 문제점을 찾아내고 대안을 제시하는 일은 보장 분석에 전문성을 갖춘 설계사가 매달려도 수일이 걸린다. 이런 노력을 보상받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신계약 체결을 통한 수수료다. 따라서 비단 보험 방송프로그램뿐만 아니라 보험 소비자에게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는 활동이 결국 신계약 체결로 결론 맺어질 가능성이 크다.

가령 민식이법이라 불리는 어린이 보호구역 내 13세 미만 교통사고 가해자에 대한 가중처벌로 인해 두 달 간 약 100만건의 운전자보험이 체결되었다. 교차코드로 운전자보험을 중개하는 생명보험 전속 설계사도 SNS에 종신보험이 아닌 민식이법과 관련된 내용을 게재하고 있다. 소비자에게 필요한 정보를 알리는 것이 표면적 이유지만 내면에는 기존 계약을 해지하고 신계약을 체결하고픈 욕망이 자리 잡고 있다.

살펴 본 것과 같이 한국 보험 중개 시장에서 신계약 체결을 위해 기존 계약이 부당하게 해지될 가능성은 곳곳에 존재한다. 소비자에게 정보를 직접 전달할 수 있는 수단이 다양하기 때문에 신계약 수수료에 대한 욕망을 숨긴 위험한 정보가 광범위하게 퍼져나간다.

문제가 심각한 기존 계약의 유일한 해결책으로 선택된 해지가 아닌 수수료만을 위한 부정이 지속되면 보험 산업과 대면채널은 급속한 위축을 맞이할 수밖에 없다. 상담이라 강조하여 응했는데, 기존 계약을 모두 부정당한 경험이 지속되면 중개인을 만나지 않거나 보험 가입 자체를 거부하는 일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한 번 가입한 보험을 평생 유지하는 것도 문제지만 기존 계약을 무조건 해지하는 것은 더 심각한 문제다. 부당 해지를 당한 소비자 불만이 커질수록 사명감을 가지고 최선을 다하는 중개인까지 부정될 수 있다. 신계약 체결 직후 집중된 수수료 구조를 개편하지 않는 한 중개자 개개인의 양심에 맡기기엔 문제 해결이 요원하다.

내년 중개 수수료와 관련된 보험 사업비가 개편된다. 중개 시장의 움직임이 계약 체결에서 진정성 있는 관리로 전환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해 본다. 또한 진심으로 소비자 입장에서 그들이 가입 중인 기계약을 점검하는 훌륭한 중개인도 정말 많다. 이들이 소비자를 위하며 장기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사업비 개편안이 되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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