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자회사인 비씨카드의 어깨가 점점 더 무거워지고 있다.
최근 케이뱅크 유상증자의 주주배정 몫을 대부분 짊어진 데다, 향후 케이뱅크 기업공개(IPO) 실패 시 잠재적인 미래 책임도 떠안게 됐다. 최근 수익원 다각화를 위해 결정한 KT텔레캅의 할부 매출채권 인수도 결국 KT 계열사 지원 사격 차원으로 해석된다.
4일 업계에 따르면 비씨카드는 최근 케이뱅크에 4250억원을 출자하기로 했다. 최근 결정된 유상증자 가운데 주주배정 방식으로 진행되는 5249억원의 80%에 달하는 규모다.
케이뱅크는 최근 1조2499억원의 유상증자에 성공했고 7250억원의 신규 투자자금을 끌어들이며 흥행 신화를 제대로 썼다. 하지만 비씨카드 외 주요 주주들은 대부분 유증에 불참하면서 기존 주주들의 부담을 비씨카드가 대부분 짊어졌다. 유증 추진 당시 비씨카드의 몫은 2000억원 수준으로 점쳐졌지만 예상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비씨카드는 KT가 대주주 적격성 문제로 케이뱅크 지분을 넘기고 유상증자에도 참여하면서 케이뱅크 지분 34%를 보유하고 있다. 기존에 출자한 금액까지 포함하면 케이뱅크에 들어가는 돈이 6563억원에 이른다.
비씨카드는 이번 케이뱅크 출자금 마련을 위해 알짜 자산인 마스터카드 보유 주식을 추가로 매각하기로 했다. 이미 3500억원 규모의 마스터카드 지분을 매각해 케이뱅크에 투입한데 이어 최근 잔여 주식을 모두 털기로 한 것이다.
이에 더해 비씨카드는 케이뱅크 유증 흥행을 이끈 풋백옵션 계약 당사자로서 향후 미래 부담도 떠안게 됐다. 비씨카드는 신규 투자자들과 케이뱅크 신주인수 계약을 체결하면서 콜옵션과 투자자의 동반매각청구권(드래그 얼롱) 및 풋옵션 계약을 맺었다.
이에 따르면 케이뱅크의 IPO가 예정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동반매각 청구권을 행사하고 비씨카드는 이를 사들여야 한다. 계약 상 중대한 사항 위반 시에는 투자자들의 풋옵션 행사도 가능하다. 당장은 IPO 목표가 명확하고 실현 가능성도 높다는 평가지만 사실상 관련 불확실성과 부담을 비씨카드가 대부분 떠안는 구조인 셈이다.
비씨카드는 이번 계약에 따른 행사가액이 직전해 재무제표 연결대상 자산총액의 10%를 초과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에서 이를 공시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비씨카드의 연결 재무제표 상의 자산 총액은 3조800억원대로 10%는 3000억원이 넘는 금액이다.
비씨카드는 자체 실적 부담에 더해 케이뱅크 실적 개선과 향후 IPO 성공 가능성에 대한 불확실성을 떠안게 됐다.
지난 4월 한국기업평가는 비씨카드의 등급 하향변동 요인 가운데 신규사업 진출 부담을 자회사 지원 부담으로 변경하고 케이뱅크의 실적 개선과 지원 부담에 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바 있다. 비씨카드는 지난해 별도 이익이 697억원으로 전년대비 40% 급감했고 올 1분기에도 152억원의 순익을 기록하며 부진이 이어졌다.
한편 비씨카드는 최근 KT 자회사인 KT텔레캅의 300억원 규모 할부 매출채권 자산을 양수하기로 하면서 팩토링 사업을 강화하고 있지만 이 역시 부진을 겪고 있는 KT 계열사 지원으로 비친다.
팩토링은 금융사가 판매자와 구매자 사이의 매출채권을 판매자로부터 매입해 대상 매출 채권 이행 시점이 오면 구매자로부터 대금 상환을 받는 것으로 비씨카드는 수익성 다각화를 위해 팩토링 사업을 병행하고 있다.
비씨카드는 KT텔레캅의 자산 인수가 영업수익 확대에 도움이 된다는 입장이다. 다만 과거엔 통신사 단말채권을 중심으로 한 카드사들의 팩토링 사업 진출이 활발했지만 최근에는 크게 부각받지 못하면서 일부 카드사들은 관련 사업을 접은 상태다.
이번에 비씨카드가 양수한 팩토링 자산의 경우 보안장비 업체인 KT텔레캅의 CCTV 할부채권이다. KT텔레캅은 그간 신규 투자재원 마련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자금 차입 대신 할부채권 매각 활용에 나섰고 KT 계열사인 비씨카드와 계약을 체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