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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해상 vs DB손보…'잘봐 이게 2등 싸움이야'

  • 2022.05.25(수) 06:10

[워치전망대]
순익·자동차보험 실적은 DB가 이미 앞질러
점유율은 현대해상 앞서지만 단 0.4%P 차이
DB손보, 압도적 손해율 관리 능력으로 추격

'삼성화재-현대해상-DB손해보험-KB손해보험-메리츠화재' 순서로 굳어진 듯했던 손해보험업계 순위가 이제는 모를 일이 됐다. 현대해상이 '덩치'로 지켜왔던 2위 자리가 '바람 앞의 등불' 형국이어서다.

바람은 DB손보가 불고 있다. 현대해상은 순이익과 자동차보험 실적에서 이미 DB손보에 뒤쳐졌다. 이에 더해 전통적으로 우위를 지켜온 원수보험료 기준 시장점유율(MS)마저 순위가 뒤집히는 것이 시간문제라는 관측이 나온다.

쫓는 DB손보, 쫓기는 현대해상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25일 손보업계에 따르면 현대해상은 작년 원수보험료 기준 시장점유율에서 DB손보를 근소한 차이로 앞섰다. 원수보험료란 보험사가 보험계약자로부터 받은 보험료다. 다만 순이익, 자동차보험 경쟁에선 DB손보에 크게 뒤지는 상황이다.

먼저 지난해 현대해상의 시장점유율은 17.1%, DB손보의 시장점유율은 16.7%를 각각 기록했다. 삼성화재가 21.8%로 손보업계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는 상황에서 2위와 3위의 간격 차는 불과 0.4%포인트다. 손보업계는 보통 원수보험료 수입을 기준으로 시장점유율을 따진다.

2011년 사업보고서 회계연도(FY) 기준 현대해상과 DB손보의 시장점유율은 17.5%, 16.4%로 1.1%포인트 차이가 났다. 그러던 것이 2017년 들어 0.6%포인트로 격차가 절반 가까이 줄었고, 2018년엔 0.7%포인트로 소폭 증가했지만 2020년부터 두 해째 0.4%포인트 간격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 5년간 대형 손보사들은 시장점유율 하락세가 나타나고 있다. 1위 삼성화재는 2017년 25.2%에서 작년 21.8%로 3.4%포인트나 하락했다. 같은 기간 2위 현대해상이 17.7%에서 17.1%로 0.6%포인트 깎였고, DB손보(17.1%→16.7%)는 0.4%포인트 하락하는 수준으로 막았다. 

2000년대 이후 원수보험료 규모는 현대해상이 한 번도 DB손보에 뒤져본 적이 없다. 하지만 이 같은 추세가 지속되면 수년 안에 DB손보가 현대해상을 따라잡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업계 관측이다.

수익성은 DB손보 이미 2위

순이익으로 따지면 DB손보가 벌써 우위를 보인다. 2000년대 들어 2003년 한 해를 빼고는 늘 현대해상보다 많은 순이익을 기록해왔다. 지난해 DB손보의 순이익은 전년대비 54.6% 급증한 7764억원이었다. 2017년 세운 역대 최고 실적 6220억원을 갈아치운 것이자, 현대해상의 작년 순이익 4383억원을 3381억원이나 앞설 정도다.

올해도 이 같은 흐름이 지속될 전망이다. 올 1분기 DB손보와 현대해상의 순이익은 각각 2800억원, 1512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동기대비 47.2%, 19.6% 증가한 수치다. 이익 규모와 전년대비 증가율 모두 DB손보가 현대해상보다 더 많고, 더 높다.

손보사 주요 사업 부문인 자동차보험에서는 지난해 DB손보가 현대해상은 물론 삼성화재마저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DB손보가 2143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삼성화재(1446억원)를 697억원 차이로 눌렀고, 현대해상(993억원)은 1150억원 차이로 제쳤다. ▷관련기사 : 자동차보험 영업손익 1등은 DB, 꼴찌는 캐롯

DB손보의 전신이 1962년 국내 최초의 자동차보험 전문회사인 한국자동차보험인 만큼 차보험 시장에서 확실한 노하우와 언더라이팅 실력을 갖췄다는 평가가 나온다. DB손보 관계자는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로 손해율이 하락했고 사업비율(영업보험료 수익 중 사업운영비 비중)은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실제 DB손보의 자동차보험 사업비율은 15%로 상위 손보사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비결은 철저한 '손해율' 관리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손보업계에선 2위 다툼에서 DB손보가 치고 나가는 배경에 손해율 관리 능력이 있다고 본다. 내실 다지기에 집중한 결과라는 것이다. DB손보의 지난해 합산비율은 101.7%로 전년 104.7% 대비 3%포인트 개선됐다. 올해 1분기에는 99.2%로 100%를 하회했다. 2011년 3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손해율에 사업비율을 더한 합산비율은 보험 영업 효율을 따지는 지표로, 낮을수록 유리하다.

특히 손보사 사업 부문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장기보험에서 차별화가 돋보인다. DB손보의 실손의료보험을 포함한 장기보험 위험손해율(위험보험료 수입 중 보험금 지출 비중)은 지난해 연간 94.2%에서 올해 1분기 89.2%로 5%포인트 개선됐다. 88.1%를 기록한 삼성화재와 유사한 수준인 반면 현대해상 99.0%보다는 크게 낮다. 임희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DB손보에 대해 "상위 손보사 중 유일하게 장기위험손해율 개선이 확인됐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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