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분기(1~3월) 국내 주요 손해보험사들의 당기순이익이 사상 처음으로 1조원을 돌파했다. 그동안 적자를 이어오며 계륵 취급을 받던 자동차보험의 손해율(받은 보험료 대비 나간 보험금의 비율)이 낮아지면서 보험영업이익 성장을 견인했기 때문이다. 손보사 입장에서 팔수록 손해라던 자동차보험이 효자 역할을 한 것이다.
1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화재, 현대해상, DB손해보험, KB손해보험, 메리츠화재 등 5대 손보사의 올 1분기 전체 당기순이익이 1조2056억원으로 집계됐다. 5대 손보사 분기 순이익 총합이 1조원을 넘긴 건 이번이 처음이다.
업계 1위 삼성화재의 순이익이 4091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지난해 삼성전자로부터 받았던 특별배당금 약 1100억원(세후)가 빠지면서 전년동기(4315억원)대비로는 5.2% 감소했지만, 이를 제외하면 28.5% 성장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다음으로는 DB손보의 순이익이 2800억원으로 전년동기(1902억원)대비 47.2% 증가했다. 메리츠화재는 2222억원으로 1년 전(1204억원)보다 70.4% 늘었다. 지난달 실적을 발표한 KB금융지주 소속 KB손보는 전년동기(688억원)보다 108% 급증한 1431억원의 순익을 거뒀다.
올 1분기 호실적은 보험사 본연의 보험영업이익 증가세가 나타난 게 주효했다. 특히 지난 몇년간 적자가 이어졌던 자동차보험 부문 손해율 개선이 크게 작용했다.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낮아지면서 위험률차익(사차익)이 좋아지고 전체 보험영업이익이 늘어난 것이다.
올 1분기 삼성화재의 자동차보험 누적 손해율은 전년동기대비 5.4%포인트 하락한 74.5%를 나타냈다. 현대해상(80.6%→79.1%), DB손보(80.3%→77.2%), KB손보(74.7%→74.6%), 메리츠화재(77.5%→73.1%) 역시 지난해보다 손해율이 좋아졌다. 손보업계는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79~80% 이하면 흑자를 볼 수 있다고 추산한다.
이에 힘입어 올 1분기 삼성화재와 DB손보의 보험영업이익은 각각 242억원, 280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흑자 전환했다. 메리츠화재도 567억원의 보험영업이익을 내며 흑자로 반전했다. 현대해상과 KB손보는 각각 830억원, 387억원의 적자를 냈지만 전년동기보다는 마이너스 폭이 축소됐다.
자동차보험은 지난 2018년부터 2020년까지 3년간 누적 적자만 2조7000억원에 달해 보험사들에게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았다. 하지만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영향으로 이동량이 큰폭 감소하면서 손해율이 하락했고, 지난해 흑자(영업이익 3981억원)를 기록했다. ▷관련기사 : 자동차보험 영업손익 1등은 DB, 꼴찌는 캐롯(2022.04.18)
다만 이같은 추세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지켜봐야 한다는 게 손보업계의 관측이다. 손보사 한 관계자는 "코로나19 대응이 점차 엔데믹(감염병 종료) 체제로 전환되면서 이동량과 사고량이 동시에 증가하고 있다"며 "이에 따라 자동차보험 흑자 행진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