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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원장의 선물 '금산분리 완화'…설레는 은행권

  • 2022.07.22(금) 07:26

김주현 공언한 '금산분리' 규제완화 논의 시작
은행, 첫 먹거리로 통신·프롭테크 관심
머지 않은 CBDC 유통에…'가상자산 경험 쌓고 싶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은행권에 선물보따리를 풀었다. 취임 이전부터 공언했던 '금산분리' 규제 완화를 위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하면서다. 그간 경기침체에 대응하기 위해 은행권이 자발적으로 나서달라며 강압했던 것에 대한 보상이라는 평가가 있긴 하지만 은행들은 환영하는 분위기다.

그동안 비금융사업에 진출하지 못했던 법적 허들이 낮아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생활금융플랫폼'으로의 진전에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이란 이유에서다. 은행권에서 당장 눈독을 들이는 사업은 통신, 프롭테크 등이다.

기존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면서 모아온 데이터와 노하우를 가장 잘 활용할 수 있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하나의 플랫폼에서 계열 금융사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준비도 시작할 전망이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19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관 뱅커스클럽에서 박병원 전 한국경영자총협회 명예회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등 금융업권 관계자들과 금융규제혁신회의 출범식 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금융위원회 제공

김주현 공언한 '금산분리' 신호탄 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9일 서울 중구 명동 은행회관에서 금융규제혁신회의를 발족하고 1차 회의를 진행했다. 금융규제혁신회의는 시장과 정부가 협력해 금융규제 혁신을 추진하면서 민간의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 금융위원회 산하가 아닌 민간 기구로 출범했다. 다만 이 회의에서 제시된 의견들을 수렴하기 위해 금융당국의 담당 실·국에서도 회의에 참여한다. 

이번 회의 첫번째 안건으로 올라온 것은 '금산분리'였다. 금융사가 비금융사업에 진출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적극 건의됐다. ▷관련기사 : [인사이드 스토리]①김주현이 말한 '금산분리'는?

구체적으로 은행권은 은행연합회를 통해 △음식배달, 통신, 가상자산, 유통 등으로 부수업무 확대 △업종제한 없이 자기자본 1%이내 투자 허용 △본질적 업무에 대한 위탁 허용 △금융지주 계열사간 영업목적 정보공유 고객 동의없이 허용 △은행 보유 고객정보 계열사 공유 허용 △은행·증권·보험 등 계열사 서비스 하나의 플랫폼에서 제공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이중 음식배달, 통신, 가상자산, 유통 등으로 부수업무 확대, 업종제한없이 자기자본 1% 이내 투자 허용은 그동안 우리나라에서 굳건하게 자리를 지켜왔던 금산분리 규제 완화에 대한 내용이다. 

은행은 은행법에 명시된 겸영업무와 부수업무 외에는 펼칠 수 없는데 배달업, 통신, 가상자산, 유통 등을 부수업무로 포함해 달라는 내용이다. 즉 은행들도 현재 플랫폼 기업들이 영위하는 사업을 펼칠 수 있도록 길을 열어달라는 의미다.

현재 은행은 비금융업종 회사의 경우 지분 15%까지만 출자할 수 있다. 만일 자기자본 1%이내까지 투자가 허용되면 대규모 투자가 가능해진다. 주요 시중은행들의 자기자본이 약 20조원 가량인 것을 고려하면 약 2000억원 규모의 비금융업종 투자도 이뤄질 수 있다는 얘기다.

은행 관계자는 "이번에 제안된 방안이 어느 정도 수준까지 반영될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면서도 "만일 방안이 확정된다면 은행권은 새로운 먹거리를 적극 발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의 첫 번째 타깃, 통신 그리고 부동산

은행이 가장 눈독 들이는 곳은 통신, 그리고 프롭테크 사업으로 꼽힌다. 그간 축적해 놓은 금융데이터를 가장 잘 활용할 수 있고 미래사업을 위해서도 꼭 필요한 분야라는 이유에서다.

일단 통신은 얼핏보면 금융과 먼발치에 있는 듯 하지만 가장 가까운 비금융 사업으로 꼽힌다. 당장 금융거래에 있어 핵심으로 꼽히는 신용점수를 산출할 경우 통신비 납부실적이 주요 근거가 되기도 한다. 나아가 통신사를 통한 결제(소액결제) 역시 이미 금융소비자에게 익숙한 결제수단중 하나다. 

은행 관계자는 "통신비 납부 실적, 결제뿐만 아니라 통신을 본격적으로 활용할 수 있으면 고객의 위치정보를 받아와 생활패턴과 같은 데이터 등의 확보가 가능하다"라며 "이미 주요 은행의 경우 알뜰폰 사업을 중요 미래 먹거리로 꼽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실제 KB국민은행은 규제샌드박스를 통해 알뜰폰 서비스 Liiv M을 지난 2019년부터 제공중이다. 그간에는 LG U+와의 망을 통해 서비스를 제공했는데 연내 KT와 SKT의 망을 활용하는 방안도 추진중이다. 

하나은행의 경우 SK텔레콤 계열사인 SK텔링크와 손잡고 하나은행 실적에 따라 혜택을 주는 요금제를 내놓기도 했다. 신한은행은 최근 KT와 손잡고 △kt M모바일 △스카이라이프 △스테이지파이브 △세종텔레콤 등의 요금제 12개를 판매하기로 했다.

차이점은 KB국민은행은 직접 통신 서비스를 제공하는 만큼 데이터 확보에 있어 우위를 점할 수 있지만 하나은행과 신한은행은 제약이 있다는 것이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KB국민은행은 직접 통신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에 고객의 다양한 데이터를 확보하기 수월한 측면이 있을 것"이라며 "반면 다른 은행의 경우 직접 사업이 아니기 때문에 고객이나 데이터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통신과 금융은 가장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분위기"라며 "금산분리 완화, 은행의 부수 업무 확대 등의 논의가 시작되자마자 관련 부서에서 통신관련 사업에 대한 검토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IT기업을 필두로 하는 스타트업들이 많아지고 있는 가운데 은행권이 가장 관심을 가져왔던 분야는 온라인 부동산 플랫폼, 즉 프롭테크다.

프롭테크 플랫폼 고객이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고객으로 이어지는, 과거 공인중개사와 은행의 협력관계를 온라인으로 가져올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실제 은행의 모기업인 금융지주들이 운영해오는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에는 매년 프롭테크 기업이 포함되고 있다.

때문에 규제완화를 통해 은행이 자기자본 1%이내로 비금융회사에 지분투자가 가능해진다면 프롭테크 기업에 대한 투자가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은행권 관계자의 관측이다.

은행 디지털 부서 관계자는 "부동산은 은행에게 가장 중요하게 여겨지는 자산중 하나"라며 "프롭테크 기업 투자 혹은 인수가 가능해진다면 부동산 거래 고객에게 자금공급뿐만 아니라 관련정보 제공, 인테리어 등 서비스까지 원스톱으로 제공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가상자산, 일단 넣기는 했는데…

은행들이 가상자산을 관리할 수 있도록 건의했다는 점도 주목받고 있다. 가상자산은 자산이 아니라던 강경했던 정부의 태도가 다소 완화된 영향이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가상자산을 투자자산으로 취급하려는 의도는 아니라는게 은행 관계자의 설명이다. 최근 루나사태 등으로 가상자산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졌고 시장 변동성이 큰 만큼 이를 고객들에게 재테크 수단으로까지 제공하지는 않을 것이란 얘기다.

은행 관계자는 "가상자산의 유통 과정에서 블록체인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보기 위한 것이라고 봐야 한다"며 "이는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가상자산(CBDC)와 연관이 깊다"고 설명했다.

CBDC는 중앙은행이 직접 발행해 관리하는 가상자산을 말한다. 중앙은행이 발행과 관리를 담당하는 만큼 변동성은 현재 대중적인 가상자산에 비해 극히 낮게 설계된다. 은행들은 한국은행이 CBDC 유통을 민간에게 맡기는 방안을 검토중이라는 점도 주목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당장의 CBDC 발행은 없을 것이라고 못박아 두기는 했지만 그 준비는 하고 있다. 이미 지난해 민간과 함께 CBDC 발행과 유통에 관한 연구용역을 진행하기도 했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CBDC 발행으로 인해 결제, 통화의 유통 등에서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라며 "블록체인 연구기관과 지속적인 스터디를 하고 있지만 가상자산을 실제 관리해보고 유통해보는 과정이 중요한 만큼 관련 내용이 건의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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