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부실금융기관으로 재지정된 MG손해보험 관리와 공개매각에 나선다는 방침을 밝히자 금융권에서는 다시금 우리금융지주가 소환되는 모습이다.
비은행 자회사 포트폴리오가 경쟁 금융지주에 비해 부족하다고 평가받는 우리금융지주가 금융위가 나서기 시작하면 MG손해보험 인수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겠느냐는 이유에서다.
정작 우리금융지주 내부에서는 심드렁한 모습이다. 원론적으로 인수는 검토하겠지만 적극적으로 나서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MG손해보험 이슈 불면 소환되는 우리금융
MG손해보험이 시장에 나올 것이란 신호가 주어지면 늘 우리금융지주가 거론됐다.
우선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취임 이후 계속해서 주주 혹은 대외 메시지를 보낼 때 보험, 증권사 등 비은행 금융회사를 인수하겠다는 의지를 밝혀와서다.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은 지난 2018년 우리금융지주 회장 취임 이후 매년 2~3차례 이상 "보험사와 증권사 M&A를 통해 그룹의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겠다"고 강조해왔다.
손 회장의 이러한 메시지는 우리금융지주가 주머니에 두둑한 실탄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우리금융지주는 현재 약 7~8조원 가량을 M&A에 쏟을 여력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시장에 좋은 매물만 나오면 돈 문제로 인수를 접는 일은 없을 것이란 얘기다.
또 하나는 현재 MG손해보험의 대주주인 JC파트너스가 MG손해보험을 인수할 당시 우리금융지주의 전신인 우리은행이 투자를 단행했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은행이 JC파트너스 등을 통해 투자한 자금 규모는 300억원 가량으로 추정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현재 시장에 마땅한 보험사 매물이 없고 우리금융과 MG손해보험사이의 인연의 실이 꽤 장기간 이어지다 보니 MG손해보험 인수설이 나돌때면 우선적으로 거론되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심드렁한 우리금융
반면 정작 당사자인 우리금융지주 측은 '심드렁'하다. 보험사 인수가 필요한 것은 맞지만 절실하지 않아서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보험사 매물이 시장에 나오면 원론적으로 모두 인수 검토를 한다"면서도 "다만 MG손해보험의 인수에 적극적이라고 답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우리금융이 이같은 반응을 보이는 이유는 MG손해보험이 매력적인 매물이라고 보기 어려워서다. MG손해보험은 현재 재무리스크, 법적리스크 등 다양한 리스크를 한 번에 안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4월 MG손해보험을 부실금융기관으로 선정했다. 현재 관련법률에 다르면 금융회사의 부채가 자산을 초과해 순자산이 마이너스로 돌아설 경우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해 금융당국이 직접 관리·감독한다. 당시 기준 MG손해보험은 부채가 자산을 1139억원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사의 주요 경영지표인 지급여력비율은 금융당국의 권고치 100%를 크게 하회하는 69.3%까지 하락한 상태이며 매년 적자를 피하지 못하고 있다. 이와 관련 MG손해보험은 지난해 617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이에 금융위는 대주주인 JC파트너스측에 경영정상화를 위한 유동성 투입 등을 권고해 왔지만 이러한 조치가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결국 부실금융기관 지정까지 이어졌다.
금융위의 부실금융기관 지정 이후에는 엎친데 덮친격으로 법적리스크가 발생했다. 대주주인 JC파트너스측이 금융위의 결정에 불복해 소송에 나섰기 때문이다.
JC파트너스가 소송에 나선 이유는 현재 매각 작업이 진행중이어서다. JC파트너스는 최근 삼일회계법인을 매각 주관사로 선정한 이후 매각절차를 본격화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MG손해보험이 부실기관으로 지정돼 금융위 주도의 매각이 이뤄진다면 JC파트너스 입장에서는 원하는 가격에 MG손해보험을 팔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JC파트너스는 MG손해보험의 현재 재무상태는 내년 1월 새 국제회계기준(IFRS 17)이 도입되면 개선의 여지가 충분하다는 입장을 바탕으로 금융위의 결정에 불복하는 소송을 냈다. 1심에서는 승소했지만 2심에서는 패소했다. 이후 최종 판결을 가리기 위해 항소한다는 계획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MG손해보험은 여러 리스크 때문에 인수후에도 추가 자금투입이 필요한 매물"이라며 "오랜 기간 MG손해보험이 시장에 나올 것이란 이야기가 많았지만 팔리지 않은데는 그러한 이유가 있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우리금융이 MG손해보험에 적극적이지 않은 또 하나의 이유는 손태승 회장이 M&A의 우선순위를 증권사로 잡았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우리금융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고려했을때에는 증권사 인수가 더 합당하다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며 "특히 최근 금융지주들이 글로벌IB를 표방하는 가운데 우리금융 역시 이들과 경쟁하려면 증권사를 우선순위에 둬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최근 성장하고 있는 우리종합금융과의 시너지도 빠르게 낼 수 있다는 분석이다.
그는 "보험사의 경우 내년 새 국제회계기준이 도입되고 재무적으로 안정적인 회사가 시장에 나왔을때 M&A를 추진해도 늦지 않는다는 의견이 IB본부 내에서 있었던 것으로 안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