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만장일치로 기준금리 25bp(1bp=0.01%포인트) 인상을 결정했다. 이번 금통위의 결정으로 기준금리는 기존 연 3.0%에서 3.25%로 운영된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24일 금통위의 통화정책 방향 회의 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5% 수준의 높은 물가 오름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물가안정을 위한 정책 대응을 이어 나갈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어 "경기 둔화 폭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외환 부문의 리스크가 완화되고 단기금융시장에서의 자금 조달이 제약되고 있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볼 때 0.25%포인트 인상이 적절하다"고 설명했다. ▷관련기사 : 레고랜드 자금경색에…금통위 선택은 '베이비스텝'(11월24일)
이번 금리인상 주기에서의 최종금리를 두고는 "6명의 금통위원 중 3.5% 정도가 바람직하다고 보는 사람이 3명, 3.25%에서 멈추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위원이 1명, 3.75%까지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위원이 2명이었다"고 말했다.
다음은 이창용 한은 총재의 기준금리 '통화정책 방향 관련 기자간담회'의 일문일답이다.
- 최종 금리 수준을 높여야 한다는 금통위 내부 의견이 있었나?
▲ 기준금리가 3.0%에서 3.25%로 금리가 올라감에 따라서 중립 금리(경기를 과열 또는 위축시키지 않는 적정 수준의 금리)의 상단 또는 그보다 조금 높은 수준으로 진입한 상태가 됐다고 판단하고 있다.
최종금리 수준에 대해서는 금통위원들 간에도 의견이 굉장히 많이 나뉘었다. 최종금리가 3.5% 정도가 되는 게 바람직하다고 보는 사람이 3명, 3.25%에서 멈추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시는 위원이 1명, 3.75%까지 올라갈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2명 있었다.
- 현재 기준금리가 3.25%가 됐다. 지금 기준금리를 최종금리로 보는가?
▲ 지난달에는 최종 금리를 고려할 때 외환시장이 상당히 변동성이 큰 상황이었다. 따라서 대외 요인에 더 많은 중점을 두고 최종금리를 고려했다. 이번에는 금융안정, 성장세 둔화 등을 고려해야 한단 의견도 많았다.
반면 아직 물가 수준이 5%대 유지를 하고 있고 미국의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가 지금 속도 인하는 시사했지만 얼마나 더 오래 갈지에 따라서 외환시장이 다시 변화할 수 있는 가능성 등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는 양쪽의 견해가 있었다. 따라서 두 의견을 균형해서 금통위원들의 전망은 지난번처럼 3.5%를 중심으로 퍼져 있다.
이번에는 대외 변동성 요인과 국내 요인 모두 큰 변화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최종금리 수준보다는 유연성을 더 많이 가지고 결정해야 한다는 면에서 지난번과 수준은 같더라도 토의 내용은 많이 바뀌었다.
최종 금리가 도달한 뒤에 시기적으로 1년 정도는 유지할 거냐는 질문에는 특정 시기를 말씀드리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어느 정도 수준까지 동결할지 혹은 언제 인하할지를 말하긴 어렵다. 금리를 낮추려면 우리 물가 목표 수준으로 수렴하고 있다는 충분한 확신이 필요하다. 지금 금리 인하 시점을 논의하기엔 시기상조이다.
- 최근 PF 시장, 회사채 시장 등 자금시장 경색과 경제주체들의 이자 부담을 생각하면 금리인상에 따른 고통이 현실화하고 있는 것 같은데, 예상됐던 수준이라고 보나?
▲ 취약계층 금리 부담이 큰 것은 잘 알고 있다. 5%대의 물가를 낮추지 않고는 사후적으로 지불해야 할 비용이 크기 때문에 금리를 계속 인상할 수밖에 없었다. 다만 개인적 예상보단 시장 금리가 더 많이 올라가고 시기도 앞당겨졌다고 생각한다.
지난달 예상치 않게 부동산 ABCP(자산유동화기업어음) 사건이 생겼다. 부동산 관련 금융시장의 불필요하고 과도한 신뢰 상실이 생기면서 시장금리가 기준금리 이상으로 급격히 올라 당황스러웠다. 다행히 10월23일 시장 안정화 정책 낸 이후 다른 시장은 많이 안정화됐다고 할 수 있다.
다만 단기 자금 시장에서 부동산 관련 CP(기업어음), ABCP 쏠림 현상 등은 아직까지 계속 이어지고 있고, 과다한 측면이 있어 미시적 정책으로 대응해야 한다. 거시 대책보단 과도한 쏠림현상, 신뢰 상실 등을 회복할 미시 정책을 위해 정부 당국과 함께 노력하고 있는 중이다.
- 올해 연간 물가 전망치를 5.1%로 하향 수정했다. 11월 물가가 4%대 진입할 수 있다는 것으로 추정된다. 물가를 우선에 두고 통화 정책을 펴겠다는 포워드 가이던스를 수정할 필요성도 있다고 보나?
▲ 11월은 예외적인 달이 될 것이다. 작년 11월에는 한파로 물가가 올랐다. 유가도 추운 날씨 때문에 올랐다. 11월 물가 지표가 10월 5.7%에 비해 상당 폭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 12월까지도 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런데도 물가가 안정됐단 해석을 하는 데는 유의해야 한다.
내년 1~2월에는 다시 5% 대 물가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한다. 물가 기조를 전체적으로 봐야지 수학적 숫자만을 생각하면 안 된다. 4%대 물가가 되더라도 정책 목표 수준(2%)으로 빠르게 수렴하지 않는다면 금리를 낮추거나 하는 정책 변경은 하지 않을 수 있다.
- 연말까지 PF-ABCP가 20조~30조원 만기 도래하는데 기존 대책으로 연말까지 디폴트 없이 무사히 넘어갈 수 있을지, 한은 유동성 공급을 포함한 추가 대책이 필요한지 궁금하다.
▲ 정부와 금융 당국이 매주 이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 10월23일부터 금융안정 대책을 시행 중이라 그 효과를 모니터링하고 있다. 회사채 시장 등 전반적인 상황은 안정을 찾고 있다고 평가한다. 다만 부동산 ABCP, CP 시장의 변동성은 지속돼 추가적이거나 선제적인 대책이 필요할지는 논의 중이다. 추가 대응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한은도 할 수 있는 역할을 할 것이다.
다만 한은 유동성 공급에는 2가지 원칙이 있다. 첫번째는 금리 인상 기조와 상충되지 않도록 타깃해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한시적으로 자금을 지원하되 시장 금리보다 높은 수준으로 지원해 도덕적 해이(모럴 해저드)를 막아야 한다는 것.
RP(환매조건부채권) 담보를 통해 신용위험을 줘서도 안 된다. 한은의 목적은 단기자금 시장이 통화정책 유효성을 높이기 위해 쏠림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보완적인 수준으로 하도록 하는 정도다.
- 이 총재가 캐스팅 보트를 쥘 수 있을 것 같은데 국내 금융시장 안정을 우선으로 볼 것인가. 금리 인상 종료 시점은?
▲ 금리 인상을 그만둔다는 것과 인상 기조를 그만둔다는 것은 다르다. 인상 기조를 그만둔다고 하면 쉬었다가 올릴 수도 있고 그런 흐름의 변경을 의미하는 것이다. 우리의 금리 정책은 국내 상황을 먼저 본다. 앞서 언급한 것도 연준의 결정이 외환시장을 통해 국내 시장에 주는 영향이 중요해졌다는 것을 의미한 것이지, 연준의 금리를 따라 무조건 가겠다는 것은 아니다.
캐스팅 보트를 쥐어야 할 때 의견을 표현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본다. 최종 금리에 대한 금통위원들의 의견을 언급한 것은 단지 시장에 예측 편의를 주기 위한 것뿐이다.
금리인상 기조를 이어갈 시기는 당분간으로 했는데 이는 3개월 정도다. 그 뒤에 많은 불확실성이 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다음달 있다. 금통위는 12월에 없다. 연준의 FOMC를 보고, 12월 물가도 보면서 1월 금통위 때 결정할 것이다.
- 김소월 진달래꽃 시가 적힌 넥타이(이날 착용한)가 차주들의 이자부담 가중을 위로하는 의미란 해석도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 오늘 아내가 아침 일찍 나가서 제가 좋아하는 넥타이를 매고 나왔는데, 그 해석이 제 생각보다 더 좋은 것 같아서 받아들이는 것으로 하겠다. 사실 넥타이와 관계없이 금리가 많이 올라가고 경기 나빠져서 국민, 경제주체들의 고통이 심해진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반복적인 이야기이지만 빨리 경제 상황이 나아져서 경제주체 어려움이 해소될 수 있도록 바라고 있다. 현재 물가가 오르고 경기 상황이 어려워진 것은 많은 부분 대외 요인 때문이다. 정책으로 모두 해결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내년 우리 성장률이 1.7%로 낮아져서 걱정되지만 내년도 미국은 0.3%, 유럽은 -0.2%로 예상한다.
전 세계가 다 같이 어려울 때 우리만 별도로 혼자 높은 성장률을 유지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안이하게 문제를 보진 않겠다. 한은도 많은 노력을 하고 있지만 지금 일어나는 많은 어려움은 대부분 해외 요인이란 점을 감안해 판단하시면 좋겠다.
- 12월 FOMC에서 미 연준이 만약 자이언트스텝(한번에 0.75%p 인상)을 단행한다면 한미금리차가 150bp까지 벌어질 수도 있다. 금리 격차를 어디까지 견딜 수 있을지, 만약 연준이 12월에도 0.75%포인트를 올린다면 임시 금통위를 열 가능성이 있나?
▲ 현재 금리 격차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에서 금리 인상 속도를 줄이겠다는 신호만으로도 우리시장이 안정되는 건, 이를 보여주는 방증이라고 생각한다. 한미금리차는 환율에 영향을 미치는 하나의 요인일 뿐이지 전부가 아님을 명확하게 보여주는 사례라고 생각한다. 중국의 코로나 방역 정책을 완화한다는 소식만으로도 다시 움직이고 있지 않았나.
금리 격차가 과도하게 벌어지면 당연히 여러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그러나 기계적으로 격차 용인 범위를 특정하기 어렵다. 연준이 75bp를 올리면 금융시장 충격이 있겠지만 임시 금통위는 장단점이 있다.
변동환율제에 의해 달러가 올라가는 것은 위기가 아니다. 오히려 그런 상황에서 임시 금통위를 여는 것이 외국에서 보기에 문제가 있다고 볼 수 있다. 원칙적으로 묻는다면 빅스텝이나 임시 금통위 가능성을 열어 두겠지만 그럴 가능성은 적다고 본다.
- 내년 성장률 전망 1.7%로 제시했는데, 다른 주요 기관 전망치보다 낮은 전망이다. 저성장, 경기둔화를 인정하는 것인가?
▲ 1.7%는 전세계 기관 전망치 중앙값 정도에 해당한다. 특별히 낮거나 높진 않다. 이번 전망엔 내년 주요국 성장률 전망을 각각 미국 0.3%, 유럽 -0.2%, 중국 4.3% 정도로, 우리 예상보다 더 나빠질 수 있다고 보수적으로 가정했다. 내년 성장률 전망을 0.4%포인트나 낮춘 요인 중 90% 이상, 거의 대부분이 주요국 성장 둔화로 수출이 떨어질 것으로 본 영향이 크다.
그러나 반기 전망은 상반기 1.3%에서 하반기 2.1% 정도로 돌아올 것으로 본다. 중국도 내년 상반기 지나면 방역 정책을 풀 것으로 보고, 반도체 경기도 내년 상반기 지나면서 3분기나 4분기께 개선될 것으로 가정했다. 아직까지는 외환위기 때처럼 큰일이 생기는 단계는 아니라고 본다. 전세계 경제가 회복되기 시작한다면 다시 성장률은 올라갈 것이다.
- 가계대출 증가폭이 줄긴 했는데 총량은 많은 수준이다. 금리 인상 이후 가계부분의 디레버리징이 지속되는 것이 맞는지, 대출부실화 가능성과 금융시스템 전이 가능성은 어떤지 말해달라.
▲ 금리 인상이 가계대출 증가세 축소에 긍정적 효과를 주고 있다고 본다. 성장 속도가 줄어서 국내총생산(GDP) 대비로 보면 가계대출 비율이 꺾이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인플레이션이 잡히더라도 중장기적으로 가계대출 비중은 줄여가야 한다고 본다.
부실화 정도는 부동산 가격, 취약차주 흐름 등에 달려있지만 지금까지는 대부분이 부동산 담보 대출이고, LTV(주택담보대출) 비율이 낮은 만큼 금방 위기를 가져올 것이라 보지 않는다. 그러나 부채가 쌓이는 것은 국가경제 전체에 위험이 될 수 있어서 기업대출, 가계대출 등 민간부채 전반을 줄여가야 한다.
자본시장을 이용해서 다양화할 수 있도록 부채에 의존하는 위험한 구조를 바꿀 수 있게 해야한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