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금감원장이 시중은행장들을 만나 고금리로 인한 가계 부실 확대 가능성에 선제적으로 대비해 줄 것을 주문했다. 고금리·고물가 상황에서 경제 리스크가 확대되고 있어 금융시스템의 안정과 취약부문에 대한 연착륙 유도를 위해 은행권의 주도적인 역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원장은 18일 중구 은행회관에서 17개 국내은행장과 간담회를 갖고 "가계 부채의 연착륙을 위해 상환 능력 기반의 여신 심사 관행을 정착시키고 분할 상환 대출 확대, 변동금리 대출 비중 축소 등 대출 구조 개선에 적극적으로 노력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어 "부실이 우려되는 차주에 대해서는 선제 채무상담 및 지원을 통해 부실로 이어지지 않도록 프리워크아웃 등 신용 회복지원 제도를 실효성 있게 운영해달라"고 당부했다.
금리인하요구권과 관련해서는 신용도가 개선된 차주가 금리 부담을 경감할 수 있도록 활성화 노력도 지속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원장은 "금리인하 수용 여부가 보다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기준에 따라 투명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업무 프로세스를 적극 개선해달라"고 주문했다.
또 이 원장은 중소기업들이 고금리 부담으로 부실화되지 않도록 은행권의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그는 "일시적 유동성 애로를 겪는 기업이 고금리 부담으로 부실화되지 않도록 해당 기업의 상황에 맞는 다양한 금리지원 프로그램도 적극 마련해서 운영해달라"고 말했다.
최근 은행권의 금융사고가 발생한 것에 대해서 이 원장은 "은행에 대한 고객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주요 요인"이라면서 내부통제 강화를 주문했다. 그는 "금융사고 예방 기능 강화를 위해 금감원과 은행권이 함께 내부통제 혁신방안을 마련해 추진하고 있지만 각 은행에서 실효성 있게 운영되기 위해서는 행장들의 의지와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후 간담회를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는 고금리로 인한 가계 부실 확대 가능성에 대해 다시 한번 우려를 표했다. 이 원장은 "가계 부채가 줄어든 적이 없었는데 기준금리가 오른 것만으로 지금 가계부채가 줄어드는 효과가 있었다"며 "기본적으로는 금융당국이 어떤 노력을 하든 간에 기준금리의 급격한 상승은 사실은 시중에서 유동성을 위축시키는 효과를 거둘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 원장은 "금융당국 입장에서 기준금리의 상승 속도나 폭이 너무 빠르기 때문에 (시장금리 및 대출금리의 급등이 유발한) 지나친 충격을 완화하는 방안에 대한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며 "작년 말에는 과도한 은행채의 발행, 예금금리의 지나친 상승으로 인한 자금 쏠림이 있었고 이 때문에 증권이나 캐피탈 쪽에서 아예 자금경색이 일어나 시장실패 지경까지 갔다"고 밝혔다.
그는 "여러 가지 시장 상황이나 방향성을 볼 때, 은행 입장에서는 예금금리를 개별적 판단에 의해 올릴 때도 결국 대출금리에 미치는 영향이 있어 이를 입체적으로 보면서 결정을 하실 것"이라며 "은행권도 큰 정책적 방향에서 입장이 아주 다르지는 않은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예금금리와 대출금리의 상승이 시장의 큰 변동성을 초래하는 부분이 있어 그런 점에 대해서 은행권과 정책적 방향과 공감대를 이뤘으면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