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는 3년 만에 제대로 된 'CES(Consumer Electronics Show)'가 열렸어요. 세계에서 가장 큰 전자기술 박람회로 유명한 행사지만 코로나19 탓에 지난 2년은 김이 빠졌었죠. 매년 정보기술(IT)뿐만 아니라 다양한 산업 기술과 상품이 이곳에서 소개되죠.
특히 올해 CES에서는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에도 관심이 쏟아졌다고 해요. 의료기술 기업만 500여개나 참여했고, 이 분야 세미나도 22개나 열리는 등 '전자기술을 통한 건강관리'가 주요 주제로 자리매김했다고 합니다.
보험연구원의 손재희 연구위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새로운 디지털 헬스케어 기술을 보험업계가 주목해야 한다"고 제언했어요. 건강 관리(헬스케어)가 IT 기기의 힘으로 디지털화하면서 새롭게 보여주는 5가지 핵심 경향성도 소개했죠. 보험 소비자들도 눈여겨볼 만한 얘기입니다.
①건강정보 '병원에서 일상 공간으로'
디지털 헬스케어의 가장 큰 특징은 가정에서 이뤄지는 의료서비스가 많아진다는 겁니다. 그동안 의료기관에서 축적되던 건강 관련 데이터는 앞으론 일상생활 공간으로 더욱 빠르게 이동할 거란 얘기죠.
가정에서 이뤄지는 진단과 수집되는 데이터의 분석은 개인의 건강에 대한 불안을 줄이고 병증 검사와 진단의 절차도 간소화시킬 수 있다고 해요. 이를테면 병원에 가지 않고도 신경퇴행성 환자를 신속하게 진단하는 거죠. 신체를 측정하는 열 카메라와 음성의 강약, 고저, 성대 움직임 등의 변화를 모니터링해 지표화하는 음성 바이오 마커(Biomarker)를 이용하면 가능하답니다.
휴대용 장치에 혈장 샘플을 넣으면 뇌진탕을 나타내는 단백질을 분석할 수도 있고요. 화장실 변기에 장착해 대사산물을 분석하고 모니터링하는 장치도 선보였다고 하네요.
②AI로 '개인 맞춤형 암백신도'
인공지능(AI)을 사용해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신속하게 분석해 질병 진단의 정확성을 높이고 개인화된 건강 솔루션을 제공하는 사례도 소개됐습니다.
코로나19 백신 제조회사로 유명한 모더나는 환자들의 건강 데이터를 클라우드로 보내 이들의 모든 염기를 AI를 통해 비교 분석하고, 이를 통해 관찰된 돌연변이를 활용해 개인화된 암 백신이 개발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발표했죠.
③'즐거운 노후' 위한 디지털 헬스케어
고령자들의 독립적이고 즐거운 삶을 위한 디지털 헬스케어 기기도 늘었습니다. 전문가들은 "고령자들을 위한 디지털 헬스케어 기기가 성공적으로 적용되기 위해서는 단순히 몸이 불편한 노인들을 위한 기기 설계가 아닌 삶을 즐기는 모든 사람들을 위해 설계되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자가진단 및 건강 위험관리 기기들이 대표적이죠. 특히 감염병 대유행 이후 고령자의 디지털 돌봄 서비스에 대한 인식은 크게 높아졌다고 해요. 또 활동적인 고령자가 늘어날수록 특히 비상의료경보장치(PER) 수요도 더 늘어날 거라고 합니다.
CES에서는 휴대폰 사진으로 심박수, 혈압, 스트레스, 혈당을 포함한 약 1000개의 진단을 제공하는 앱도 소개됐고요. 흉부소리나 호흡 수 등을 자가진단할 수 있는 센서가 장착된 웨어러블(착용형) 청진기로 나왔죠. 또 신체 밸런스를 측정해 고령자의 낙상사고 확률을 제시하는 앱도 출시됐고요.
④헬스케어도 '융합'
헬스케어 분야에서도 혁신과 융합을 위한 파트너십이 강조되고 있어요. 스타트업뿐만 아니라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등의 빅테크, 글로벌 제약회사인 모더나, 글로벌 보험회사인 유나이트헬스, AMA와 같은 의료기관들도 서로 손을 잡는대요.
빅테크 등 기술 기반 기업은 다양한 장소에서 여러 형태로 존재할 수 있는 디지털 개인 건강 정보(PMI)와 기술을 의료 생태계에 전달할 수 있죠. 더욱 효율적이고 정교하게 의사결정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겁니다. 완고했던 기존 의료기관과 의료진들도 점점 디지털 기술과 데이터의 가치를 수용하려 하고 있다네요.
⑤해결해야 할 데이터의 분산
건강 데이터가 수집되는 경로가 다양해지다보니 활용하기 어려운 형태로 분산되는 것은 해결해야 할 숙제입니다. 데이터의 비효율적 사용이나 개인정보의 유출 등의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어서죠. 예를 들어 △수면 상태 △섭식 △가정 혹은 외부 활동 등 다양한 건강 데이터가 각기 다른 플랫폼에서 제각각 추적·수집되고 있는 거죠.
이 때문에 디지털 헬스케어가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디지털 건강 데이터가 표준화되고 통합관리 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이를 위해 디지털기기 간 연결이나 데이터 활용 관련 제도 정비, 규제 도입도 시급하다고 합니다.
디지털 헬스케어의 5가지 경향성, 어떻게 보셨나요? 이런 변화는 관련 보험의 기능이나 비용에도 변화를 줄 수 있을 듯해요. 마치 자동차 사고 예방에 도움이 되는 주행안전보조성능이란 신기술이 자동차 보험료를 줄이고 있는 것처럼요.
손 연구위원은 "향후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 내 사업기회를 확보하기 위해 보험산업은 다양한 일상생활 공간에서의 디지털 건강 데이터 수집과 활용에 더욱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합니다. 확대되는 디지털 헬스 데이터가 향후 보험사 데이터와 결합해 다양한 사업 기회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거죠.
이미 해외 기업들은 광범위한 디지털 데이터를 축적하고 이를 분석해 서비스나 상품 개발에 활용하고 있다고 해요. 손 위원은 "국내 보험사들도 국내·외 다양한 헬스테크 기업들의 활동을 살펴보고 적극적으로 협력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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