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새 회계제도(IFRS17) 도입에 따라 부채, 이익 등 각종 지표를 평가하는 기준이 달라지면서 보험업계 순위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순이익 전망 가늠자로 꼽히는 '계약서비스마진(CSM)'부터 전조가 나타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해 주요 손해보험사의 CSM이 형님 격인 주요 생명보험사를 모두 앞지른 것이다. 단적인 예로 생보업계 부동의 1위사인 삼성생명의 CSM이 손보업계 5위권사인 메리츠화재보다 뒤졌다.
다만 일부에서는 CSM에 따른 줄 세우기는 무의미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CSM을 도출하는 가정이 회사마다 달라 비교 지표가 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1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각사 감사보고서 기준 지난해말 삼성화재·현대해상DB손해보험·KB손해보험·메리츠화재 등 손보업계 빅5의 CSM은 50조9627억원으로 집계됐다. 삼성생명·한화생명·교보생명 등 생보업계 빅3에 신한라이프·NH농협생명을 모두 합한 CSM 35조4413억원을 15조5214억원 차이로 앞섰다. 모두 별도 재무제표 기준이다.
CSM은 보험사가 보유한 보험계약들을 토대로 앞으로 얼마만큼의 이익을 낼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앞으로 예정된 미실현 이익을 추정할 수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향후 보험사의 미래 가치를 평가하는 기준이 자기자본과 CSM의 합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물론 CSM은 영업이익에 포함된 보험영업이익과 관련된 지표이기 때문에 법인세 등 가감이 필요한 당기순이익 전망과 완전히 일치하지는 않는다. 다만 CSM은 재무제표상 부채에 포함돼 있다가 매년 보험계약으로 발생하는 미래수익을 일정 비율에 따라 손익계산서로 넘겨주는 과정에서 이익으로 잡힌다.
이에 업계는 CSM을 통해 실적 전망을 계산할 때 통상 평균 부채 상각률인 10% 안팎을 사용한다. 예를 들어 삼성화재의 IFRS17을 적용한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1조4764억원이다. 지난해 삼성화재 CSM 12조2100억원의 10분의 1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구체적인 지난해 CSM 수치를 살펴보면 손보업계 1위사 삼성화재가 12조2100억원로 가장 컸고, 3위권인 DB손보가 11조2564억원, 5위권인 메리츠화재가 10조7294억원 순이었다. 생보업계 1위사인 삼성생명이 10조3744억으로 바로 다음을 차지했다. CSM 규모만 따지면 삼성생명이 손보업계 5위권사보다 못하다는 얘기가 된다.
여기에 생보업계 3위 교보생명의 지난해 CSM 규모는 4조5909억원으로 집계됐다. 1위 삼성생명(10조3744억원), 2위 한화생명(9조5586억원)에 견줘 두 배 이상 격차가 벌어진다. 오히려 4위권인 신한라이프(6조7468억원)가 약 2조원 넘게 교보생명을 앞지르고 있다. 이에 더해 적자 상태인 MG손해보험은 지난해 CSM이 8000억원이 넘는다고 발표했다.
전통적으로 맏형 역할을 했던 생보사들이 손보사에게 밀리고 있는 데다, 예상을 뒤집는 이변이 속출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 IFRS17 이전에 적용되던 회계제도에서 순이익 부동의 1위는 삼성생명이었다. 자산 역시 생보업계가 약 1000조원으로 손보업계(약 400조원)를 압도하는 수준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회사가 자체적으로 산출한 CSM 규모에 대해 의구심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보험사 자체적으로 적용하는 계리적, 경제적 가정 기준이 달라 회사 간 비교와 실적 가시성에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생보사 한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신뢰도 있는 CSM 수치 산출 가이드라인을 제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