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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금리 안착, 가능할까]②주목받는 변동형 DSR

  • 2023.06.20(화) 06:19

변동형 상품 위험성 강조…소비자 인식 개선
'부동산=투자자산' 인식이 큰 걸림돌

그동안 국내 주택담보대출 시장에서 변동형 비중이 절반 이상을 차지한 것은 소비자들의 선택이 절대적이다. 정부가 나서 정책금융상품을 통해 순수 고정형 대출을 공급하고, 은행들에게 혼합형(고정+변동형) 판매 확대를 권고했지만 대다수 소비자들은 변동형을 택했다.

가장 큰 이유는 눈앞에 보이는 낮은 금리다. 대출을 받는 시점에 낮은 금리를 선택하는 것이 소비자들 입장에선 당연한 결과라는 게 은행권의 공통된 설명이다. 

금융당국은 이같은 상황도 고정형 확대의 걸림돌로 판단했다. 이에 소비자들에게 변동형의 위험성을 알리는 방법도 가계대출 질적 구조개선 방안에 포함했다.

하지만 실효성이 있을지는 의문이다. 고정형 주담대의 금리 경쟁력이 없다면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기 쉽지 않은 까닭이다. 여기에 집을 '사는(live)' 곳 뿐 아니라 '사는(buy)' 것으로 바라보는 대출 수요도 많다는 점에서 고정금리 안착의 변수로 꼽힌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변동형 선택 이유? 금리 때문

변동형 비중이 높은 것은 상대적으로 변동형 금리가 혼합형(고정형)보다 금리가 더 낮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그동안 은행들이 취급한 혼합형 금리는 변동형보다 0.5%~0.6%포인트 가량 높았다. 지난해 7월의 경우 혼합형 금리는 4.83%, 변동형은 4.41%로 혼합형이 0.42%포인트 높다.

혼합형은 금리 변동 위험에선 안전한 반면 금융사들의 리스크 헤지 비용 등으로 인해 금리 수준은 다소 높다는 게 금융위 설명이다.

반면 지난해부터는 혼합형 선택 비중이 높아졌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4월 기준 주담대 고정금리(은행이 판매한 혼합형 상품 포함) 비중은 53.8%로 변동금리(43.4%)보다 높다. 

기준금리 인상 영향으로 코픽스(자금조달비용지수)가 급등했고, 코픽스를 준거로 삼는 변동형 금리도 가파르게 오르면서 혼합형 상품과의 금리 역전 현상이 발생한 까닭이다. ▷관련기사: '변동→고정', 금리구조 바꿀 수 있을까(3월2일)

소비자들의 금리 형태 결정은 금리 경쟁력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다.

금융당국도 고정형 판매 비중을 높이기 위해 금리 매력을 강화하는데 집중한다. 다만 방향은 다르다. 고정형 상품의 금리 경쟁력을 높이는 대신 변동형 상품의 보이지 않는 리스크를 소비자들에게 강조하면서 변동형 금리가 실질적으로는 더 비쌀 수 있다는 점을 인식시키겠다는 전략이다.

이에따라 금융위가 초점을 맞춘 부분은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이다. DSR은 차주들이 대출을 받을 때 적용받는 민감한 규제다. 대출 받을 수 있는 한도가 DSR에 가장 큰 영향을 받아서다.

금융위는 소비자들이 변동형 주담대를 선택하면 DSR 산정시 가산금리를 부과하는 등 DSR을 정교화한다는 방침이다. 현재는 대출 취급시점 금리를 바탕으로 DSR을 산정하는데, 변동형은 주기적으로 금리가 변동되는 만큼 대출 취급시점 이자에 가산금리를 부과해 DSR을 산정하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변동형을 선택하는 차주 입장에선 실질적으로 적용받는 금리는 눈에 보이는 것보다 높아지게 된다. 이와 함께 변동금리 대출에 대한 스트레스 테스트 등 차주별 적격심사를 강화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금융위 관계자는 "해외에선 변동형 주담대는 약탈적 금융상품으로 여기고 강력한 규제를 적용하는 경우가 많다"며 "고정형 상품을 우대하기보다 변동형 상품 리스크를 정확히 전달하는데 초점이 맞춰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DSR 산정 개선과 관련해선 급하게 추진하기보다 은행권과 함께 사회적 공감대 형성 등 정교한 시스템을 가져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권흥진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변동형 DSR 산정 개선은)장기간 금리 변동에 취약한 구조인 변동형 상품에 대한 비용을 소비자가 충분히 고려하고 대출 의사를 결정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점에서 합리적인 개선 방안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사는(buy) 집' 인식도 변수

주담대를 받으려는 소비자들에게 변동형 상품의 위험성을 정확히 인지시키는 것도 고정형 확대를 위해 중요한 방안이지만 집을 투자 상품으로 여기는 국내 부동산 시장 특성도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다.

금융위가 고정형 주담대 상품이 자리잡은 사례로 제시하는 미국의 경우 내 집 마련을 위한 대출을 받을 때 30년 동안 안정적으로 돈 갚는 것을 선호한다. 금리가 다소 높아도 고정형 주담대를 선택하는 것은 변동형 상품의 리스크가 크다는 점을 소비자들이 알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금융위 분석이다. 

실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정책금리를 가파르게 올리며 주담대 금리도 오르고 있지만 미국 집값도 상승했다. 미국 주택시장에서 주택 공급이 부족한 가운데 금리가 오르면서 집을 사려면 더 높은 금리에 집을 사야 한다는 부담이 커졌다. 이에 금리가 더 오르기 전에 서둘러 집을 사려는 수요는 늘었지만 기존 주택 보유자들은 집을 내놓지 않아 매물 부족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반면 우리는 금리가 오르면 집값 하락 요인으로 작용한다. 대출 이자 부담에 주택 매입 수요가 줄어드는 까닭이다. 실제 기준금리 상승과 함께 지난해부터 국내 주택시장은 가격 하향세가 이어지기도 했다.

특히 국내에선 부동산을 거주 목적뿐 아니라 투자 자산으로 보는 비중이 높다. 주택 가격 상승에 따른 차익을 목적으로 주담대를 받는 경우도 많다. 실제 2019년 이후 변동형 상품 비중이 재차 증가한 것은 과열된 부동산 시장으로 자금 쏠림 현상이 발생하면서 이른 바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 대출)을 통한 주택 매입이 늘어난 것이 주요한 원인으로 꼽힌다.

연도별 현재주택 평균 거주기간/그래픽=비즈워치

유주택자들이 다른 집으로 갈아타는 비중도 높다. 국토교통부가 지난해 말 발표한 2021년 주거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전체 가구의 평균 거주기간은 7.5년을 기록했다. 금융권에선 국내 주담대 차주들의 계좌 개설 후 평균 존속 기간은 7~8년 정도로 분석하고 있다. 장기적으로 안정된 금리보다 당장의 낮은 금리를 선택하는 차주 비중이 높은 이유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주담대 차주 중에는 실거주 목적도 있지만 재산 증식을 위한 수요도 많아 30년 고정을 원하는 경우가 많지 않았다"라며 "최근 혼합형 비중이 높은 것도 당장 대출받는 시점의 금리가 변동형보다 낮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국내 부동산 시장은 미국 등과 비교해 투자 성향이 높아 단기간 돈을 빌리고 가격이 오르면 매각하는 형태"라며 "그 동안 금리가 더 낮은 변동형을 선택하는 차주가 많을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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