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일반형' 특례보금자리론 공급을 이달 27일부로 중단한다. '우대형' 대상자라도 기존 주택을 갈아타려는 수요자는 이 정책모기지를 받을 수 없게 된다.
특례보금자리론은 기존 보금자리론과 적격대출을 통합해 시중은행보다 낮은 금리로 선보인 데다 소득이나 주택가격 기준, 대출한도도 완화돼 수요가 많았다. 하지만 특례보금자리론이 과도한 국내 가계대출을 최근 다시 늘린 주요 요인으로 파악되면서 공급을 제한하기로 했다.
낮춘 정책모기지 문턱, 다시 높인다
금융위원회는 13일 관계부처 및 기관과 '가계부채 현황 점검회의'를 열어 "특례보금자리론이 한정된 지원여력을 서민·실수요층 등에 집중할 수 있도록 공급요건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정책모기지를 담당하는 주택금융공사(주금공)는 '일반형' 특례보금자리론 대상자와 일시적 2주택자에게는 오는 26일까지만 공급 신청을 받기로 했다. 27일부터는 접수를 중단한다.
일반형 지원대상은 부부합산 연소득이 1억원을 넘는 차주거나 담보 주택이 6억원 초과인 경우다. 일시적 2주택자는 기존 주택을 3년내 처분하는 조건으로 신규 주택 구입자금으로 대출을 이용하는 대출 수요자를 말한다.
주금공은 다만 서민·실수요층에 해당하는 '우대형' 특례보금자리론은 계획한 대로 내년 1월까지 지속적으로 공급하기로 했다. 우대형은 부부합산 연소득이 1억원 이하이고 주택가격은 6억원 이하일 때 받을 수 있다.
금융당국은 일반형 특례보금자리론 금리를 올린 직후인 지난 8일 기준 유효신청이 37조6482억원(14만7456건)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공급 목표금액 39조6000억원의 95.1%다. 당국은 이런 추세라면 10월중 목표한 공급자금이 소진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당국은 "공급목표 도달 등을 감안해 공급 대상을 저소득·실수요자 위주로 재편한 것"이라며 "당초 공급목표를 다소 초과하더라도 우대형 특례보금자리론은 내년 1월까지 공급을 최대한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24조원 '신규주택 구입용도' 공급
특례보금자리론은 금리 상승에 따른 변동금리부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차주 상환 부담을 줄이는 한편, 전셋값 급락으로 주택시장 불안이 커지는 '역전세난'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가 내놓은 정책모기지다. 하지만 집값이 떨어진 시기 신규 주택구입 수요가 3분의 2 가까이 차지했다. ▷관련기사: [특례보금자리론 논란]'흥행이 독?' 가계부채 원흉으로(8월24일)
주금공에 따르면 지난 8일까지 특례보금자리론은 일반형이 16조1517억원(5만5631건), 우대형은 21조4965억원(10만1825건)의 유효신청이 이뤄졌다. 금액 기준으로 일반형이 39%, 우대형이 61%다.
이를 자금용도로 구분하면 '신규주택 구입'이 23조6139억원(9만3207건)으로 전체의 62.7%를 차지했다. '기존대출 상환'이 11조4643건(5만4213건), '임차보증금 반환'은 2조5700억원(1만36건)으로 각각 30.5%와 6.8%였다.
통화당국도 가계부채 증가에 특례보금자리론 영향을 지목하고 있다. 지난 12일 공개된 8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에 따르면 당시 한 금통위원은 "가계부채는 정책금융 지원 등 공급 요인과 주택 가격 상승 기대에 따른 수요 요인이 중첩되면서 높은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어 적극적인 정책 대응이 시급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날 한국은행은 8월말 기준 예금은행의 가계대출(정책모기지론 포함) 잔액이 1075조원으로 한달새 6조9000억원 늘었다고 밝혔다. 지난 4월 증가세(+2조3000억원)로 돌아선 뒤 다섯달 연속 증가했고 증가폭도 매월 커졌다. 8월 가계대출중 주담대는 7조원 늘어 지난 3월 이후 6개월 연속 증가를 기록했다. 증가 폭은 2020년 2월(7조8000억원) 이후 3년 반만에 최대다.
주금공은 "앞으로의 특례보금자리론 공급실적과 재원조달 상황, 가계부채 추이 등을 모니터링하며 운영방안 미세조정을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