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금리인상 열차가 멈춰섰다. 다만 완전히 멈춘 것은 아니다. 연방준비제도는 연내 추가 인상을 예고하면서다.
21일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20일부터 진행했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 회의 이후 기준 금리를 현재 수준인 5.25~5.50%으로 동결한다고 밝혔다.
미 금리인상 열차…'일시정차'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지난해 3월 본격적인 금리 인상을 시작했다. 코로나19 당시 시장에 풀린 대규모 유동성을 조절하고 글로벌 공급망 문제 등으로 촉발된 물가상승을 억제하기 위해서였다.
이후 연준은 유례없는 속도로 기준금리를 빠르게 인상했다. 지난해 3월부터 지난달까지 총 12번의 FOMC에서 11차례 기준금리를 올렸다. 이 기간동안 미국의 기준금리는 0.00~0.25%에서 지난 8월 5.25~5.50%까지 무려 5.5%포인트나 인상됐다.
연준이 기준금리를 연이어 인상하면서 시장에서는 연준의 목표였던 물가상승세가 둔화하는 모습을 보여온 만큼 이번 FOMC에서 기준금리 인상을 멈출 것이란 기대했다. 그 기대감대로 연준은 이번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고금리, 내년에도 쭉 간다
시장에서는 다만 연준이 추가 인상 여지를 남겨놨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이날 FOMC이후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필요하다면 올해중 기준금리를 한 번 더 인상할 수 있다"며 "이것이 FOMC의 다수 의견"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올해 추가 인상이 기준금리 인상 사이클의 마지막일지는 모르나 금리가 내려가는 수준은 예상보다 더딜 것이라는 점도 시사했다.
연준이 이날 내놓은 점도표를 살펴보면 올해 연말 금리 전망치는 직전에 제시됐던 것과 같은 5.6%를 유지했다. 핵심은 내년이다. 내년 금리 중앙값은 종전 4.6%에서 5.1%로 0.5%포인트 높아졌다. 2025년말 금리 중앙값도 3.4%에서 3.9%포인트로 같은 수준 상향 조정됐다.
연준이 내년 금리를 내리기 시작하더라도 이전에 내놨던 전망보다 더딘 속도로 금리 인하가 이뤄진다는 얘기다.
유상대 한국은행 부총재 역시 이날 시장상황 점검회의를 개최하고 "이번 FOMC회의에서는 정책금리가 동결됐으나 올해중 추가인상 가능성을 계속 열어두고 내년말 정책금리 전망을 상향 조정하는 등 긴축기조도 상당기간 지속할 것임을 시사했다"라고 평가했다.
고금리 장기화 우려에…정부도 대응 시작
연준이 점도표를 수정하면서 고금리가 장기화될 것으로 관측되자 정부는 이에 대한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오전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참석한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고 "이번 FOMC 결과에서 나타나듯 고금리 장기화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고 진단했다.
이어 "고금리 장기화, 국제유가 상승 등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확대됐다"라며 "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상황별 대응계획에 따라 대응 조치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단 정부는 올해 4분기 고금리 예금 만기도래시 금융권의 과도한 자금 확보 경쟁이 재발되지 않도록 일일 유동성 점검 체계를 가동하기로 했다.
아울러 고금리로 인해 시장에 유동성이 부족한 경우가 생길 경우에는 회사채 및 CP 매입 프로그램 등 유동성 공급조치 여력을 활용해 시장을 안정화 시킨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