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자금조달 수단인 여신전문채권(여전채) 금리가 안정세를 보이면서 카드사의 숨통이 트이고 있다. 여전채 금리가 떨어지면 카드사 입장에서는 채권을 통한 자금조달 비용을 줄일 수 있어서다.
하지만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여전히 여전채 시장에 대한 변동성이 높은 상황이고 연체율 악화와 실적 개선 등이 숙제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이에 자금 조달의 대부분을 여전채에 의존하고 있는 만큼 카드사들도 조달 채널을 다변화할 수 있도록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내려가는 여전채 금리…카드사 안도?
13일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여전채 3년물 AA+ 금리는 전날 기준 4.090%로 약 한 달 전인 지난달 13일 4.758% 대비 0.668%포인트 하락했다. 여전채는 신용카드사, 캐피탈사 등 여신전문금융회사(여전사)가 발행하는 채권을 의미한다.
여전채 금리는 지난 10월 말 4.9%대까지 치솟았으나 이달 들어 4.0%대까지 하락한 후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3% 후반대를 기록하던 지난 3월부터 5월 중순까지를 제외하면, 올해 여전채 금리는 4%대에 머물러 있다.
여전채 금리 하락은 카드사에 호재다. 수신 기능이 없는 카드사는 여전채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는데, 미국 국채 금리 급등으로 여전채 금리도 덩달아 오르면서 지금껏 자금조달에 부담을 키웠다. 카드사들은 자금을 꾸준히 조달해야 하지만 사업 특성상 자체 수신 기능이 없기에 자금 대부분을 회사채, ABS 등 시장성 자금조달에 의존해야 한다. 지난 10월부터 은행채 발행 한도 제한 조치가 폐지되자 초우량 물인 은행채 발행이 크게 늘어나며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낮은 여전채 투자 수요는 크게 위축된 바 있다.
하지만 여전채 금리 하락에도 카드사들은 웃지 못하는 분위기다. 여전채 금리가 내려가면서 조달 압박에서는 한시적으로 벗어났지만, 업계에서는 아직 채권 금리에 대한 시장 변동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여전채 외에도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자금조달 창구를 다양화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최근 채권시장이 안정화하고 있기는 하지만 완전히 안정화 추세로 보기는 어렵다"며 "은행채 발행 한도 폐지도 큰 영향은 없다고 보지만 아직 초기 단계로 어디서 어떻게 영향을 줄지 모르는 상황이라 조달 창구를 다양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금 조달 구조 다변화 필요…당국도 'OK'
여전채 외에도 카드사들의 대표적인 자금조달 창구로는 자산유동화증권(ABS) 발행이 있다. ABS는 부동산, 매출채권, 유가증권, 주택저당채권 및 기타 재산권 등과 같이 카드사들이 보유한 유·무형의 자산을 기초로 발행하는 증권이다. 담보를 바탕으로 발행하는 만큼 여전채보다 낮은 금리로 자금 조달이 가능하고 상대적으로 만기가 길어 안정적인 편이다.
실제로 지난해 금리 상승과 채권 시장 경색 등으로 자금 조달 비용이 급격하게 상승하자 카드사들이 ABS 발행으로 눈을 돌린 바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카드사의 ABS 발행액은 11조3000억원으로 2021년 대비 3조5000억원 증가했다. 금감원은 "금리 상승으로 인해 여전채 발행이 어려운 여전사들이 조달 창구로써 ABS 발행이 급증했다"고 분석했다.
이에 카드 업계에서는 ABS 발행 한도 규제 완화가 유동성 확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열쇠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여전법상 여전사는 '본업' 자산을 기반으로 ABS 발행을 할 수밖에 없는데, 이 경우 카드·캐피탈사는 카드매출채권과 할부자산 등으로만 ABS 발행이 가능하다"며 "업계에서는 이전부터 자동차, 정수기 렌탈 등 부수 업무 자산을 기반으로 한 ABS 발행도 가능하도록 지속적으로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 또한 "최근 카드사들이 렌탈 관련 수익이 많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렌탈자산을 활용해서 ABS 발행을 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이 또한 리스 자산 범위내에서 해야 한다는 발행 한도 제한이 걸려있다"며 "카드사들이 다양한 자금조달이 가능하도록 정부에서 관련 규제를 해소시켜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금융당국도 이런 카드 업계의 요구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 6일 여신금융협회 포럼에서 "고금리 장기화 및 채권 시장 변동성 확대는 여전사의 조달 여건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며 "여전사의 렌탈자산 ABS 발행 허용을 추진하는 등 자금조달 수단 다변화를 적극 지원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다만 ABS의 경우 발행 물량의 5%를 자산 보유자인 카드사가 매입해야 하는 위험보유규제 조항이 있어 카드사들에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다. ABS는 발행 시 신용 보강 등 부가적인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소규모로 발행 시 발행액에 비해 소요 비용의 비중이 커져 가성비가 떨어진다는 평가다.
서 교수는 "ABS 발행 한도 규제 완화뿐만이 아니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채권 등을 조금 더 적극적으로 발행 하는 등의 조달 구조 다각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