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100일을 일주일 정도 남겨둔 지난주. 시중은행장들은 대통령 탄핵과 대미 상호관세 부과라는 두 고비를 마주했다. 원달러환율은 역대 최고 수준으로 뛰어올랐다. 조기 대선은 두 달 앞으로 다가와 은행 관련 정책 변화 등에도 대비해야 한다.
금융권에서는 앞으로 시중은행장들 최우선 과제가 '리스크 관리'로 점철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복수의 시중은행 관계자들은 "대내외 위기로 경제가 흔들리고 있고 은행의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다"면서 "경제 위기에 가장 먼저 타격을 입는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 지원과 더불어 위기 대응이 우선시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날 정진완 우리은행장을 시작으로 이환주 KB국민은행장, 이호성 하나은행장, 강태영 NH농협은행장이 잇달아 취임 100일을 맞이한다. 정상혁 신한은행장은 5대 시중은행 중 유일한 연임 행장이다. 5대 은행장들 임기는 오는 2026년 말까지다.
첫 취임한 올해 1월부터 예견됐듯 경영 환경은 녹록지 않았다. 취임하기 전부터 대통령 부재(탄핵정국)로 경제가 흔들리고 있었던터라 긴장의 연속일 수밖에 없었다.

은행장들도 당분간 '리스크 관리'에 몰두할 전망이다. 당장 환율부터 은행을 괴롭히고 있다. 지난 4일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에 따른 정치적 리스크 완화로 원달러환율 오름세가 잠시 둔화하는 듯하더니 미국 상호관세 여파로 다시 가파르게 상승했다. 상호관세 부과를 하루 앞둔 지난 8일 원달러환율은 1477.20원을 기록했다. 금융위기였던 2009년 3월13일(1483.5원) 이후 최고치다.
원달러환율이 급등하면 시중은행 자본건전성 지표는 일제히 떨어진다. 금융지주들이 올해에도 밸류업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어 주요 계열사인 시중은행의 자본건전성 관리가 핵심 중 핵심으로 떠오른 상황이다.
미국 상호관세로 타격 입을 기업을 지원하는 것도 시중은행엔 리스크 요인으로 꼽힌다. 이자 감면, 금리 우대, 원리금 상환 유예 등 필요한 지원을 하는 건 은행의 본분이지만 만약 이 이슈가 오래 지속되면서 기업 매출 회복이 더뎌진다면 은행으로서는 자금 회수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이미 올해 1월 기준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은 0.81%로 2020년 1월 이래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융 지원이 지원에서 그치지 않도록 금융당국과 기업, 은행이 고루 리스크 관리를 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외에도 내달 대선 주자가 결정되면 은행 관련한 정책도 대비해야 한다. 후보자 등록까지 남은 기간은 한 달. 시중은행 관계자는 "아직 예단하기 어렵지만 은행법 개정안 등에 대해 대선 주자들이 어떤 방향으로 분위기를 틀지 보고 준비하려 한다"고 말했다.
급증하고 있는 가계대출에 대한 관리도 과제다. 지난 2월 가계대출(736억7519억원)은 전월 대비 4조3000억원 늘었고, 3월(738조5511억원)에는 1조8000억원 증가했다. 증가폭이 둔화했다고는 하지만 집값 상승과 맞물려 가계대출 수요는 지속하고 있다. 연내 추가 금리인하도 예상되는 상황이어서 당국 역시 예의주시하고 있다. 적절히 대출 공급과 금리 등을 조절하는 것 역시 숙제다. 자칫 지난해 하반기처럼 가계대출이 셧다운 되는 상황 또한 은행들로선 난감할 수밖에 없다.
횡령 등 금융사고도 마찬가지다. 올해 3월에는 신한은행 직원이 2년 6개월에 걸쳐 17억원을 횡령한 점이 발각됐고, 이달에는 NH농협은행에서 외부 대출상담사의 과다대출로 인한 205억원 금융사고가 발생했다. 올해 책무구조도가 시행되면서 더욱 긴장감을 갖고 있다. 지속해서 터져나오는 금융사고가 은행장의 거취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줄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