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 재정 안정화와 필수의료 강화를 위한 의료개혁이 본격 추진되는 가운데 비급여·실손보험 관리체계를 얼마나 정교하게 구축하느냐가 향후 의료비 증가 속도와 국민 부담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이 가운데 공·사보험을 연계해 재정 누수 요인을 줄이고 5세대 실손보험 도입을 계기로 관리·감독 체계를 재정비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보험연구원은 8일 서울 용산구 KDB생명타워에서 '공·사 건강보험 상생을 위한 정책과제' 세미나를 열고 비급여 관리제도 개선과 5세대 실손보험 도입 방향을 집중 논의했다.

비급여 가격 격차 여전…정보 공개만으론 한계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지난해 9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비급여 진료비 정보 공개 자료를 바탕으로 분석한 결과 도수치료는 의료기관 간 가격 차이가 무려 62.5배에 달했고 체외충격파치료는 22.5배, 경피적 경막외강 신경성형술은 19배 등 특정 항목에서 편차가 큰 것으로 확인됐다.
비급여 고지제도가 도입된 지 10년이 넘었지만 단가 공개만으로는 환자의 선택권 강화나 의료기관 간 경쟁 유도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현재 일부 항목만 공개되고 소비자가 실제 치료 시 발생할 총비용을 예상하기 어려운 구조가 그대로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김진현 서울대학교 간호학과 교수는 "비급여 가격을 공개하고 있지만, 여전히 가격 차가 있다는 것은 단순히 공개만으로는 제도의 실효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것"이라며 "국민의 의료비 부담, 재정 누수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기 때문에 적절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짚었다.
그는 복지부·금융위가 공동 주관하는 비급여관리위원회(가칭) 설치를 통해 관리 거버넌스를 정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기존 비급여에 대해서는 모니터링을 고도화하고, 새롭게 도입되는 비급여 항목은 사전 승인과 가격상한제를 적용해 부담을 줄이는 방안도 제시했다.
공·사보험 연계…보험금 중복 지급 방지 도움
비급여 규모 확대로 공·사보험 재정 부담이 함께 커지는 점도 우려된다. 2023년 기준 전체 진료비 133조원 중 공·사보험 보장률은 75.5%였고 실손보험이 부담한 진료비만 14.1조원(10.6%)에 달했다. 고령화와 만성질환 증가로 의료비 증가 속도가 OECD 국가 중 가장 빠른 상황에서 비급여 통제 부재는 건강보험 지속가능성을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손보험 적자는 이미 구조화 수순이다. 올해 3분기 기준 전체 실손(1~4세대) 위험손해율은 119.3%, 특히 4세대는 148%로 악화세가 두드러졌다. 근골격계 비급여(도수치료·체외충격파 등)와 비급여 주사제 등 치료 필요성이 낮은 항목 중심으로 지급보험금이 집중되면서 실손 손해율 상승을 이끌었다. ▷관련기사: 지난해 지급 실손 보험금 15.2조…도수치료·주사제가 36%(5월12일).
전문가들은 건강보험과 실손보험 간 연계 미흡이 비급여 진료 과잉을 초래하고 재정 부담을 가중시킨 구조적 원인으로 보고 있다. 건강보험의 급여·비급여 판단 정보가 실손보험에 공유되지 않으면서 치료 필요성이 낮은 비급여 진료가 확대되고 이로 인해 실손보험 지급 규모가 불필요하게 커진다는 것이다.
김경선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로서는 공·사 보험연계에 대한 어떤 법적 근거가 없다"면서도 "일단 법적인 부분을 마련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협력 구조를 총괄하는 상설 기구를 마련한다든가 정보 연계를 위한 기술 플랫폼을 마련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연구위원은 "실손보험과 건강보험 간의 정보 연계를 토대로 불필요한 보험금 중복 지급을 방지할 수 있을 것"이라며 "특히 건강보험의 급여 범위를 결정한다든가 하는 정책과 실손 구조 개편 결정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