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통 제약사부터 바이오벤처 등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최근 2~3년 사이에 위탁개발생산(CDMO) 시장에 대거 진출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CDMO 사업으로 연매출 수조원을 기록하며 성공을 거두자 관련 사업이 미래 성장동력으로 주목을 받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까지 의미있는 성과를 거둔 기업은 소수에 불과하다. 과당 경쟁과 기술 차별화 부족 등 구조적인 한계가 지적되고 있다.
지씨셀·이엔셀·인벤티지랩…CDMO 수주 '첫 단추' 꿰는 중
15일 업계에 따르면 GC녹십자그룹의 세포·유전자치료제 전문 개발사인 지씨셀은 지난 10일 줄기세포 기반 인공혈소판 개발사 듀셀과 인공혈소판 'DCB-101'의 임상용 CDMO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금액은 공개하지 않았으나 임상용은 소량만 생산하기 때문에 수십억원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대항마로 주목받는 롯데바이오로직스도 지난 4월 아시아 바이오기업과 항체약물접합체(ADC) 임상 후보물질에 대한 CDMO 계약을 맺은 데 이어 지난달 미국 오티모 파마와 항체신약 '잔키스토믹(Jankistomig)'의 임상 원료의약품에 대한 CDMO 계약을 따냈다. 역시 임상용이라 계약 금액 자체는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계약 규모가 건당 1000억원 이상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다른 제약 바이오업계의 CDMO 사업은 걸음마 수준이다.
첨단바이오의약품 CDMO·신약개발 전문기업 이엔셀은 지난 3일 한국생명공학연구원과 약 57억원 규모의 아데노 연관 바이러스(AAV) 기반 유전자치료제를, 휴온스그룹 계열 팬젠은 지난 4월 19억원 규모로 차백신연구소가 개발 중인 백신 및 면역치료제를 위탁생산하기로 했다. 동아쏘시오홀딩스 자회사인 에스티팜도 지난 5월 유럽 글로벌제약사와 약 46억원 규모의 CDMO 계약을 체결했다.
롯데바이오로직스의 경우 송도에 건설 중인 바이오플랜트가 내년 완공, 2027년 1월부터 가동될 예정이어서 본격적인 매출 기여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CDMO 초기 수주 성공…계약규모는 100억원 미만 '미미'
국내 기업들이 CDMO 사업에 계속 문을 두드리는 이유는 명확하다. 신약 개발에 비해 위험 부담이 낮고, 비교적 빠른 수익 창출이 가능하다는 장점 때문이다.
CDMO 시장에 진출한 일부 제약바이오기업들이 초기 수주에 성공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대부분이 100억원 이하의 계약에 머무르고 있다. 글로벌 바이오 CDMO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 역시 미미하다.
한국바이오협회에 따르면 유전자 치료제 시장만 하더라도 2023년 약 10조원에서 2032년 약 50조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하지만 글로벌 시장에서 우리나라 기업들의 세포유전자 치료제 CDMO 시장 점유율은 2~3% 수준에 그친다.
국내 기업들은 여전히 내수 시장 진입 단계에 머물러 있으며,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저가 수주 경쟁 및 수주 실패라는 이중 부담에 직면해 있다.
'과잉 경쟁'이 걸림돌…기술력 경쟁력·제도적 지원 필요
문제는 앞서 언급했든 '과잉 경쟁'이다.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뿐 아니라 다국적 CDMO 기업들과의 경쟁이 점차 심화되고 있으며, 규모와 기술력에서 아직 격차가 존재한다.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CDMO 사업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기 위해서는 단기 수익성에 집착하기보다 장기적인 기술 내재화, 글로벌 네트워킹 및 협력 확대, R&D 중심 고부가가치 전략이 요구된다.
후발주자인 롯데바이오로직스는 북미와 송도에 이원화된 생산거점을 확보하고, 신약 개발 초기 단계부터 상업화까지 원스톱으로 지원하는 엔드투엔드(End-to-End) CDMO 서비스로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인벤티지랩은 장기지속형 주사제(LAIs) 제형 플랫폼과 유전자치료제에 필요한 LNP(지질나노입자) 제형화 및 공정 관련 기술 차별화를 내세워 글로벌 파트너사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에스티팜도 유전자 치료에 쓰이는 크리스퍼가위(CRISPR-Cas9) 기술과 관련해 필요한 물질들(gRNA, Cas9 mRNA)과 전달 기술(LNP 제형)을 하나로 묶은 종합 CDMO 서비스 체계를 갖췄다.
전문가들은 첨단바이오의약품 생산시설 인증 절차 간소화, 세제 혜택 확대, 해외 수주를 위한 공공기관 차원의 마케팅 지원 등 제도적 지원도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업계 관계자는 "CDMO는 단기간에 가시적 성과를 내기 어려운 분야지만, 글로벌 바이오 생태계 내 핵심 산업으로 빠르게 자리잡고 있다"면서 "국내 기업들이 단기적 수익에 집중하기보다 장기적인 기술 내재화 및 파이프라인 기반 확장을 통해 지속 가능한 경쟁력을 확보해야 하며 정부 차원의 제도적 지원도 동반돼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