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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원더걸스 유빈의 눈물…2억 신약 '그림의 떡'

  • 2025.09.04(목) 09:00

희귀질환 초고가 치료제 환자 생존 위협
건보재정으론 한계, 정책적 해법 마련해야

생명을 지킬 수 있는 약이 있는데 쓸 수가 없다.

초고가 치료제를 두고 이같은 환자들의 절규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희귀질환이나 암 등 생명을 위협하는 질병을 앓고 있는 환자들은 생존을 위해 병의 진행을 지연시키거나 치료할 수 있는 신약이 마지막 희망입니다. 

하지만 1년에 수억원이 넘는 약값을 감당하기 어려운 현실에 부딪혀 치료를 포기하거나 막대한 빚을 떠안은 채 생존을 이어가야 하는 상황에 내몰리고 있습니다. 눈 앞에 있어도 먹을 수 없는 '그림의 떡'이나 마찬가지죠. 

초고가 치료제의 접근성을 높이고 환자들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는 건강보험 급여 등재가 절실하지만 정부 역시 한정된 건강보험 재정 부담을 이유로 급여 결정에 신중할 수밖에 없는 입장입니다. 

연간 약값만 수억원…접근성 문제로 국민청원 확산

초고가 치료제에 대한 환자들의 어려움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최근 다시 큰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걸그룹 원더걸스 출신 유빈이 SNS에 유방암이 뇌로 전이된 언니의 투병 사실을 알리며 국회 국민동의청원을 호소하면서인데요. 

유빈의 언니는 2020년 유방암 진단 이후 투병해왔지만 뇌 전이가 확인되면서 경구용 유방암 치료제인 '투키사(투카티닙)'라는 신약에 희망을 걸고 있습니다. 투키사는 국내에서 2023년 12월 허가를 받은 약이지만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두 달분 약값만 약 3000만원, 1년 치료비는 2억원에 달합니다.

비단 투키사 문제만이 아닙니다. 현재 폐암치료제인 '리브리반트', '레테브모' 등 신약에 대한 건강보험 급여를 촉구하는 국민동의청원이 줄을 잇고 있어, 중증 질환 환자들의 약값 부담 완화와 치료 기회 확대를 위한 제도적 개선이 시급한 상황입니다. 비급여인 리브리반트의 경우 1년에 약값만 1억5000만원 이상, 레테브로는 약 9600만원에 달합니다. 
 
급여가 등재되긴 했지만 기준이 까다로워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척수성 근위축증(SMA) 유전자치료제 '졸겐스마' 역시 1회 투약에 20억원이 넘는 초고가 의약품으로, 한 번의 주사로 평생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혁신 신약인데요.

2022년 일부 환자에 대한 보험급여가 인정되면서 1회 약 600만원으로 환자 부담이 대폭 줄었습니다. 하지만 연령·항체역가·호흡보조 여부 등 촘촘한 급여 기준에 막혀 많은 환자들이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한국혈액암협회가 진행한 '이식편대숙주질환' 관련 설문조사에서 67.4%가 "경제적 부담으로 신약 치료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답했다. /자료=한국혈액암협회

한국혈액암협회에 따르면 비급여인 이식편대숙주질환(백혈병 치료를 위한 골수이식 후 발생하는 주요 합병증) 신약인 '레주록'의 경우 한 달 약값이 1000만원 대에 달해 경제적 부담을 이유로 10명 중 6.7명은 사용하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한정된 건보재정 '제약'…위험분담제 확대 '대안'

초고가 의약품을 모두 급여화하면 좋겠지만 정부 입장에서도 고민이 깊습니다. 초고가 의약품의 건보 급여를 무분별하게 확대할 경우 건강보험 재정이 고갈돼 다른 환자들의 필수 치료 기회가 줄어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24년 말 기준 건보 누적 준비금은 역대 최대인 약 29조7221억원을 기록했습니다. 현재로는 건보 재정에 여유가 있지만 인구감소에 따른 건강보험료 수입이 감소하는 상황에서 인구 고령화와 보장성 강화, 의료 개혁으로 인한 재정 투입 등으로 2028년에는 건보 재정이 고갈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초고가 신약에 대한 별도의 급여 평가 체계 마련, 민간 재정 분담 확대, 제약사와의 약가 협상 강화 등 지속가능한 재정 운용과 환자 보호를 함께 고려한 정책적 해법이 요구되고 있는데요.

우선 제약사가 약값의 일정 부분을 나누어 부담하는 '위험분담제(RSA)'를 확대할 필요성이 제기됩니다. 위험분담제는 초고가 신약을 건강보험에 바로 등재하기 어려울 때 제약사가 재정적 위험을 일부 부담하도록 한 제도입니다.

그러나 현재의 위험분담제는 △복잡한 행정 절차 △환자의 약제비 환급 불투명성 △세제 문제로 인한 이중과세 △제약사와 건보공단 간 협상 어려움 △환급형 위험분담제의 비효율성 등 여러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습니다. 

위험분담제를 실질적으로 확대하기 위해서는 환자가 약값을 선납하지 않도록 건보공단이 선지급하고 성과에 따라 제약사와 정산하는 방식으로 구조를 개선해야 합니다. 

선급여 제도 개선도 대안

조건부·선급여 제도 활성화 역시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현재 신약이 허가된 이후 급여 여부를 심사하는 데 평균 2년 이상이 소요되면서 그 사이 환자들은 실질적인 치료 사각지대에 놓이고 있습니다.

조건부·선급여 제도를 활성화하려면 급여 심사 기간을 단축하고, 제약사와 정부 간 협력 체계를 강화해야 합니다. 또한 환자들이 중단 없이 치료받을 수 있도록 재정적 지원 방안도 함께 마련될 필요가 있습니다.

공공·민간 공동기금 조성도 유효한 대안으로 꼽히는데요. 건보재정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 제약사, 민간단체가 함께 재원을 마련해 고가 신약의 초기 비용을 분담함으로써 환자가 감당해야 할 막대한 치료비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초고가 치료제의 약가 문제는 환자 접근성과 건강보험 재정 부담이라는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해결해야 하는 복잡한 문제입니다. 환자의 생명을 지키는 데 최우선 가치를 두는 동시에 건강보험 제도의 안정성을 함께 확보할 수 있는 균형 잡힌 해법이 마련되길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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