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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 톺아보기]신약 개발 '디지털 지도' 만드는 프로티나

  • 2025.10.08(수) 09:00

SPID 플랫폼 단백질 분석 솔루션
후보물질 탐색·예측·맞춤 치료까지

글로벌 제약바이오 시장은 신약 개발의 전쟁터입니다. 국내 바이오 기업들은 차별화된 기술을 무기로 신약 개발에 나서고 있는데요. 우리 바이오 기업들의 핵심 기술과 신약 파이프라인 개발 현황을 일반인 독자들이 쉽게 알 수 있도록 조명해봅니다. [편집자 주]

인체는 약 2만 개의 단백질이 서로 연결되어 작동하는 복잡한 도시와 같습니다. 단백질 하나만으로 생명 유지 기능을 수행할 수 없는데요. 이들이 서로 손을 맞잡는 단백질 간 상호작용(PPI, Protein-Protein Interaction)을 통해 세포 내 신호 전달, 대사 조절, 면역반응, 유전자 발현, 세포 분열 등 다양한 생명 현상이 이루어집니다. 

이러한 네트워크는 마치 도시의 전력망 및 교통망과 같아 한 부분이 깨지거나 비정상적으로 변하면 암, 신경계 질환, 자가면역질환, 대사질환 등 다양한 질병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 복잡한 단백질 네트워크를 지도처럼 시각화하고 분석하는 기업이 있습니다. 바로 윤태영 서울대 생명물리학 교수가 2015년 한국과학기술원(KAIST) 물리학과 재직 당시 설립한 프로티나(PROTEINA)입니다. 

'고민감도' 단백질 상호작용 탐지 기술
 
프로티나는 단백질 상호작용 빅데이터를 다루는 바이오 기술 기업입니다. 이 회사가 독자 개발한 SPID(단일분자 단백질 상호작용 탐지) 플랫폼을 통해 단일 분자 수준에서 PPI를 직접 관측하고 정량화할 수 있습니다. 쉽게 말해 단백질들이 무대 위에서 서로 손을 잡고 신호를 주고받는 장면을 확대경으로 하나하나 찍어내는 카메라 같은 기술입니다.

기존 분석 기법은 마치 멀리 있는 아이들 무리를 보는 것과 비슷합니다. 누가 누구랑 어떤 이야기하는지 정확히 알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SPID는 최대 100배 높은 민감도로 단백질 상호작용을 감지할 수 있습니다.

100배 더 민감한 확대경을 통해 아이들이 누구 누구인지, 또 무슨 대화를 하는 지 똑똑히 들여다볼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게다가 사람이 많이 섞여 있는 시끄러운 교실에서도 내가 원하는 아이들의 대화만 골라낼 수 있습니다.

프로티나 기업 개요 및 핵심 기술 /그래픽=비즈워치

프로티나의 SPID 플랫폼은 단순한 분석 장비가 아니라 신약 개발 전주기 과정을 아우르는 종합 솔루션으로 활용됩니다. 이 플랫폼은 세 가지 도구로 이뤄져 있는데요. 

먼저 단백질들이 마치 회의 테이블에 모여 서로 대화할 수 있게 해주는 무대 같은 'Pi-Chip', 그 위에서 단백질들의 움직임과 대화를 실시간으로 포착하는 카메라 같은 'Pi-View', 마지막으로 촬영된 장면을 정리해 누가 누구와 소통했는지 자동으로 기록해주는 비서 같은 'Pi-InSight'가 있죠. 이 세 가지가 함께 작동하면 연구자는 단백질들의 상호작용을 디지털 데이터로 얻을 수 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약물이 어떻게 작용하는지, 표적 단백질에 제대로 붙는지, 실제 효과가 있는지를 정밀하게 분석할 수 있구요.

플랫폼 기반 제품군 삼총사 

프로티나는 이 SPID 플랫폼을 활용해 세 가지 제품군을 만들었습니다. 첫 번째는 'PPI PathFinder'입니다. 이름처럼 '길잡이' 역할을 하는 이 솔루션은 단백질 간의 상호작용 데이터를 이용해 새로운 바이오마커(질병을 알려주는 지표)를 개발하는 데 쓰입니다. 예를 들어 암이나 면역질환에 연관된 특정 단백질군을 분석해 약물이 제대로 작용하는지 확인하고, 환자에게 맞춤형 치료법을 제시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기존에는 단백질의 양이나 변화를 단순히 측정하는 수준이었다면, PathFinder는 단백질들이 실제로 어떻게 '대화'를 나누는지를 분석하기 때문에 질병 상태를 훨씬 더 정확하게 보여줍니다. 덕분에 신약 후보물질을 찾거나, 임상시험에서 어떤 환자에게 약이 잘 들을지를 선별하는 과정에도 활용됩니다.

두 번째는 'PPI Landscape'입니다. '항체 신약을 위한 설계 지도' 같은 역할을 하는 솔루션입니다. SPID 플랫폼이 만들어낸 방대한 항체-항원 상호작용 데이터를 활용해 항체의 핵심 결합 부위를 찾아내고, 더 강력하면서도 안정적이고 생산성이 좋은 항체로 개선할 수 있게 해줍니다.

기존 항체 신약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한 바이오베터(Biobetter)를 만들거나 새로운 항체 신약 후보를 설계할 때 쓰이죠. 또 이 서비스는 단순히 기술을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공동 개발, 기술 이전, 장비·소프트웨어 구독 등 다양한 사업 모델로 확장되어 단기적인 수익과 장기적인 성장 기반을 동시에 마련하고 있습니다.

세 번째는 'SPID 플랫폼 시스템'입니다. 연구자가 직접 장비를 들여놓고 사용하면서 시간과 공간의 제약 없이 실험할 수 있도록 한 장비이자 솔루션입니다.

연구자가 데이터를 독점적으로 관리할 수 있고, 실험에 필요한 특수 코팅 칩이나 시약을 꾸준히 공급받아 활용할 수 있어 안정적인 매출 구조를 갖추고 있습니다. 연구자 입장에서는 단순히 서비스를 받는 게 아니라, 직접 연구 환경을 갖추고 자율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장점이 있습니다.

맞춤형 치료·혁신 신약개발 모든 단계서 활용

프로티나의 기술은 신약 개발의 처음부터 끝까지 후보 물질 발굴에서 작용 기전 분석, 표적 단백질 결합 확인, 항체 신약 설계, 바이오마커 발굴, 동반진단 기기 개발에 이르기까지 모든 단계에서 활용될 수 있습니다.

단백질 상호작용이라는 복잡한 생명 네트워크를 마치 '디지털 지도'처럼 분석해 보여주는 접근법은 환자 맞춤형 치료와 신약 개발 혁신의 길목에서 중요한 전환점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이를 증명하듯 프로티나는 국내외 상위 제약사들과의 공동개발 및 자체개발 파이프라인 라이센스아웃을 체결하는 성과를 냈습니다. 지난 11일에도 미국 글로벌 제약사와 임상검체 분석 서비스 공급 계약을 맺었고요. 비록 계약규모는 12억원 수준이지만 단순한 기술 보유를 넘어 실질적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 의미가 있습니다. 

단백질 상호작용이라는 복잡한 생명 네트워크를 디지털 지도처럼 정밀하게 분석하는 프로티나의 접근법은 앞으로 환자 맞춤형 치료와 혁신적인 신약 개발을 이끄는 핵심 열쇠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를 모읍니다.

업계 관계자는 "단백질 간 상호작용을 정밀하게 분석할 수 있는 기술은 단순히 연구 데이터를 제공하는 것을 넘어 신약 후보물질의 작용 기전 이해, 맞춤형 치료 전략 수립, 바이오마커 개발 등 신약 개발 전 과정에서 의사결정을 지원할 수 있는 중요한 도구"라며 "세포 내 복잡한 단백질 신호망을 미세하게 분석함으로써 신약 개발이 보다 효율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동시에 환자 맞춤형 치료 전략 수립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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