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오롱이 십수 년을 투자해 개발했지만 성분 논란과 허가 취소로 '비운의 약'으로 전락했던 골관절염 유전자치료제 '인보사'가 국산 신약의 지위를 되찾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인보사 사태를 둘러싼 코오롱 관련 형사·민사 소송이 잇따라 마무리되면서 사법 리스크가 상당 부분 해소됐기 때문인데요. 다만 아직 넘어야 할 마지막 관문이 남아 있습니다. 인보사의 재기를 좌우할 핵심 변수는 바로 '허가'에 달려있습니다.
사법 리스크 해소, 코오롱 측 잇단 승소
인보사는 코오롱생명과학이 국내 개발 및 생산·판매를 맡고 미국 계열사 코오롱티슈진이 글로벌 개발을 하고 있는 무릎 골관절염 유전자 치료제입니다. 이웅열 전 코오롱그룹 회장이 약 19년간 1100억원을 투입해 개발했으며, 2017년 국산 신약 29호로 허가를 받았습니다.
그러나 2019년 미국 임상 3상 과정에서 주성분 세포가 허가 당시 제출된 연골세포가 아닌 신장 유래 세포인 것으로 확인되면서 상황은 급변했습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인보사의 품목허가를 취소하면서 국내 시장에서 퇴출됐고, 코오롱과 경영진은 허가자료 조작·은폐 의혹을 받으며 같은해 민·형사 소송에 휘말렸죠.
그로부터 약 7년간 이어진 법적 공방에서 코오롱 측이 최근 잇달아 승소, 인보사를 둘러싼 사법 리스크는 코오롱에 유리한 국면으로 전환됐습니다. 먼저 민사소송에서 법원은 코오롱 측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5일 주주 214명이 코오롱티슈진과 이웅열 전 코오롱그룹 명예회장, 이우석 코오롱생명과학 대표 등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습니다. 주주 1082명이 코오롱티슈진과 코오롱생명과학, 이 전 회장, 이 대표 등을 상대로 제기한 또 다른 소송 역시 모두 기각됐고요.
같은 날 형사 사건에서도 무죄 판단이 이어졌습니다. 서울고법 형사13부는 같은 날 약사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이웅열 명예회장에게 1심과 마찬가지로 무죄 및 면소 판결을 선고했습니다. 재판부는 인보사 2액의 세포 성분이 허가사항인 연골세포가 아닌 신장 유래 세포로 확인된 사안에 대해 고의적 조작이 아니라 착오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처럼 형사·민사 소송이 잇달아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면서, 인보사 사태를 둘러싼 법적 책임 논쟁은 상당 부분 일단락되는 분위기입니다.
인보사, 허가 취소 소송·FDA 허가 '변수'
이번 판결로 인보사의 운명까지 뒤바뀐 건 아닙니다. 인보사의 재기를 결정할 핵심 변수는 품목허가 취소를 둘러싼 행정소송에 달려있습니다. 1·2심에서 식약처가 승소한 가운데 대법원의 최종 판단을 기다리고 있는데요.
앞선 판결에서 법원은 인보사 2액의 세포 성분 변경과 관련해 안전성이 충분히 입증됐다고 보기 어렵고, 국민 건강에 대한 잠재적 위험이 있다고 봤습니다. 대법원에서도 같은 판단을 내릴 경우 인보사의 품목허가 취소는 최종 확정될 가능성이 큽니다.
이와 함께 인보사의 향방을 가늠할 또 다른 변수는 미국 시장입니다. 코오롱그룹은 국내 허가가 취소된 이후에도 미국에 본사를 둔 계열사 코오롱티슈진을 통해 인보사를 'TG-C'라는 이름으로 임상 3상을 이어가는 등 글로벌 시장 진입에 사활을 걸고 있습니다.
코오롱티슈진은 지난해 9월 1225억원 규모의 전환사채를 발행해 운영자금을 확보했고, 이를 TG-C의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 및 상업화 준비에 투입하고 있습니다. 현재 회사는 두 건의 임상 3상을 진행 중인데, 531명을 대상으로 한 'TG-C 15302' 연구는 오는 7월, 535명을 대상으로 한 'TG-C 12301' 연구는 10월 각각 톱라인 결과 발표를 앞두고 있습니다.
임상 데이터가 확보되면 코오롱티슈진은 내년 상반기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품목허가(BLA)를 신청할 계획입니다. 인보사 전용 생산시설과 국내 상업 생산 경험을 갖춘 코오롱생명과학 자회사 코오롱바이오텍을 통해 생산 체계도 이미 마련한 상태입니다.
인보사가 미국에서 허가를 획득할 경우 안전성과 유효성을 둘러싼 논란은 상당 부분 해소될 수 있습니다. FDA 승인은 성분 논란 이후에도 임상적 타당성이 인정됐다는 의미일 뿐 아니라, 미국 시장에서 본격적인 상업화와 매출 창출이 가능해진다는 점에서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습니다.
국산 신약 지위 회복 '관건'
미국에서의 허가가 곧바로 국내 복권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FDA가 안전성과 유효성을 인정하더라도, 국내에서는 품목허가 취소 처분의 정당성과 허가 당시 제출 자료의 적법성 문제가 별도의 규제 영역으로 남아 있습니다. 인보사가 국내 시장에 다시 진입하기 위해서는 품목허가 취소 처분의 무효화 또는 성분 변경을 전제로 한 신규 허가 절차를 밟아야 합니다.
결국 인보사가 국산 신약의 지위를 회복할 수 있을지는 식약처의 판단과 사법부의 최종 결정에 달려 있습니다. 미국 임상 결과와 FDA의 판단이 글로벌 시장에서의 운명을 가른다면, 국내에서는 규제 당국과 사법부의 선택이 인보사의 최종 향방을 결정짓는 구조입니다.
'비 온 뒤 땅이 굳는다'는 속담처럼 수년간의 논란과 법적 공방을 이겨내고 인보사가 국산 신약으로서의 지위를 회복하고 글로벌 시장에서도 단단히 입지를 다질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