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지난 1일부터 복제의약품(제네릭) 약가를 단계적으로 인하하는 약가제도 개편 시행에 돌입했지만, 약가인하 산정률을 적용하는 방식을 두고 제약업계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정부는 내달인 오는 9월을 기준으로 약가에 새로운 산정률을 적용할 방침이다.
이에 업계는 과거 일괄 약가인하 결과가 반영된 2014년 약가를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제약 업계에선 현재 약가를 기준으로 추가 약가 인하가 적용되면 채산성이 급격히 악화될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일부 업체들은 약가 산정 기준의 적정성을 다투기 위한 법적 대응을 검토 중이다.
기준 시점 놓고 정부·업계 '평행선'
정부는 지난 1일부터 '약제의 결정 및 조정 기준' 일부개정 고시를 시행했다. 이번 개편안은 특허가 만료된 기등재 의약품과 제네릭의 약가 산정률을 기존 오리지널 의약품 약가의 53.55%에서 45%로 낮추는 것이 핵심이다. 정부는 이를 통해 건강보험 재정 절감과 제네릭 가격 체계 합리화를 추진한다는 방침이며, 약가 인하는 오는 2036년까지 10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진행된다.
제약업계가 문제를 제기하는 부분은 약가 인하 적용 기준 시점이다. 정부는 오는 9월 기준 약가를 토대로 새로운 산정률인 45%를 적용할 계획이다. 보건복지부는 실제 유통 중인 기등재 의약품을 전수 조사하는 재평가 행정 절차를 거쳐 가장 최신 정보가 반영된 9월 약제급여목록표를 기준으로 최고가를 확정한 뒤 단계적으로 약가를 인하한다는 방침이다.
반면 업계는 이미 여러 차례 약가 조정을 거친 현재 가격을 기준으로 다시 인하하면 과거 약가 인하 효과까지 중복 반영돼 제네릭 가격이 지나치게 낮아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기등재 의약품은 2012년 일괄 약가인하를 거쳤고, 해당 조정 결과가 2014년 약가에 반영됐다. 업계는 이번 약가제도 개편에 따른 인하 기준 역시 2014년 약가를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현재 약가를 기준으로 산정률을 적용하면 2014년 이후 산발적인 약가인하 영향으로 누적된 약가 조정분까지 반영된 가격에서 추가 인하가 이뤄져 제네릭 약가 하락 폭이 과도하게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기준시점 따라 제네릭 약가 하락폭 극심
실제 항혈소판제 성분인 클로피도그렐 제제를 보면 기준 시점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제네릭 약가 하락 폭이 달라진다. 현재 제네릭 약가는 오리지널 약가의 53.55% 수준으로 형성돼 있다. 정부안대로 현재 약가 1077원을 기준으로 역산하면 오리지널 가격은 약 2011원이며, 여기에 45% 산정률을 적용할 경우 제네릭 약가는 약 905원 수준이다.
반면 업계 주장처럼 2014년 약가 1167원을 기준으로 역산하면 오리지널 가격은 약 2174원으로 계산된다. 같은 방식으로 45%를 적용하면 제네릭 약가는 약 978원으로, 두 기준 사이에는 약 73원의 차이가 발생한다.
국내 클로피도그렐 성분 항혈소판제 시장 규모는 원외처방 기준 약 5301억원이다. 이 가운데 오리지널 의약품인 플라빅스가 1319억원, 제네릭 시장 규모는 약 3982억원에 달한다.
처방량 변동 없이 약가 인하가 매출 감소로 이어진다고 가정할 경우, 업계가 주장하는 2014년 기준을 적용하면 제네릭 시장 매출 감소 규모는 연간 약 366억원 수준이다. 반면 정부안대로 2026년 9월 기준 약가를 적용하면 감소 규모는 약 637억원으로 확대된다. 기준 시점 차이만으로 제네릭 업계의 연간 매출 감소 규모가 약 271억원 더 커지는 셈이다.
업계는 이러한 차이가 개별 품목에서는 제한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제네릭 시장 전체로 확대될 경우 영향이 커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중견 제약사 중심 소송 검토…공급 불안 우려
이에 제네릭 비중이 높은 중견 제약사를 중심으로 개정 고시의 위법성과 약가 산정 기준의 적정성을 다투기 위한 행정소송과 집행정지 신청 등 법적 대응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는 정부가 제도 시행 과정에서 약가 인하 기준 시점과 적용 방식 등에 대한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업계는 현재 약가를 기준으로 추가 약가 인하가 적용될 경우 수익성이 낮은 품목을 중심으로 채산성이 급격히 악화돼 생산 중단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는 일부 의약품의 공급 불안으로 이어져 정부가 추진하는 의약품 공급 안정화 정책과도 배치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한 중견 제약사 관계자는 "기등재 의약품은 이미 2012년 일괄 약가인하를 거치면서 상당한 수준의 가격 조정이 이뤄졌다"며 "이를 고려하지 않고 현재 약가를 기준으로 다시 인하를 적용하면 일부 품목은 생산원가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 될 수 있어 법적 대응을 검토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