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중계·가공무역’을 육성해 2020년까지 세계 수출 5강(현재 8강)에 진입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중계·가공무역 비중은 현재 33% 수준인데 이를 40%까지 높일 계획이다.
네덜란드의 경우 영국·독일·프랑스 등 경제대국에 낀 지정학적 위치를 잘 활용해 중계·가공무역 비중을 45%까지 끌어올려 무역 대국(5위)의 입지를 다졌다. 홍콩(10위)과 싱가포르(14위) 역시 중계·가공무역의 비중이 각각 98%, 44%에 달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제147차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하는 ‘2014년도 무역·통상진흥시책’을 발표했다.
산업부는 수출 규모를 확대하기 위해 제조분야의 고부가가치 중계·가공무역을 활성화하기로 했다. 중계·가공무역이란 해외에서 원재료나 반제품을 들여와 국내에서 제품화한 뒤 수출하는 것을 말한다. 국내에서 만든 중간재를 우리 기업의 해외법인에 수출해 현지에서 제품화하는 것도 포함한다.
지난해 기준 국내 가공수출 규모는 1609억 달러, 해외 위탁가공 수출은 273억 달러로 전체 수출(5596억 달러)의 33.6%를 차지한다. 정부는 중계·가공무역 규모를 매년 10%씩 늘려 2020년에는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40%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이를 위해 중소·중견기업이 해외법인을 활용해 가공무역을 할 때 금융을 지원하기 위해 재고금융(재고품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운전자금 조달·공급)을 신설하고 단기수출보험 지원범위도 확대키로 했다. 수출용 원·부자재 수입과 관련한 각종 정보를 국내 가공업체에 제공하는 한편 수입 규제도 완화할 방침이다.
또 국내에서 일정 기준 이상의 부가가치를 창출한 경우에는 한국산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수출품 원산지표시 제도를 바꾸기로 했다. 외국의 원산지 규정상 100% 한국산으로 인정받지 못할 경우에는 '한국에서 가공된'(Processed in Korea), '한국에서 조립된'(Assembled in Korea) 등의 표기를 통해 특정 공정이 한국에서 이뤄졌음을 알릴 계획이다.
고부가가치 중계·가공무역을 키우면 트레이딩·마케팅·파이낸싱 등의 고급 일자리가 다수 만들어지는 것은 물론 해외진출 기업의 국내 유턴을 촉진하는 부수적인 효과도 있을 것으로 산업부는 기대하고 있다.
한편 산업부는 올해 수출 목표액을 작년보다 7% 증가한 6000억 달러로 정했다. 또 중소·중견기업의 수출 비중을 작년 33%에서 34%로 1%포인트 높이기로 했다. 이를 위해 농수산식품의 수출산업화, 콘텐츠 및 서비스 수출 확대, 양자·다자 자유무역협정(FTA) 및 세계무역기구(WTO) 협정체결 추진 등에 나서기로 했다.